7일간의 여행 in 라오스 (DAY4 P.M)

비움의 위로

by 에리기

장장 5시간? 가까이 VIP 밴을 타고 간 방비엥에 도착하자마자 옆자리 여행자와 함께 사진을 담았어요. 사진을 담게 된 연유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다들 도착하자마자 정신없이 환호하고, 살아남은 기념으로 생존 사진을 담게 됐다죠. 저만 힘이 들었던 건 아니었나 봐요.

미리 대기해 있던 기사님을 따라 흔들리는 툭툭이를 타고, 제가 머물게 될 숙소로 가는 중에 담아요.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어두웠던 마음이 이내 설렘으로 바뀌더라고요. 정말이지 제 마음의 이름이 있다면 '갈대'가 아닐까 싶어요.

며칠 전 이란에서 온 파라히가 보내준 방비엥의 거리가 맞는 듯해요. 라오스 여행 수년 뒤에 다녀온 치앙마이 북쪽에 있는 빠이(PAI)의 메인스트리트와도 비슷한 분위기예요.

시끌벅적한 한인 숙소에 간다는 함께 온 여행자들과는 달리, 저는 아름다운 산의 경치와 신선한 공기를 원했거든요. 그래서 가게 된 분탕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본 와이파이 비번이에요. 잊어버릴 일은 없을 것 같아요.

리셉션에 있는 한 청년이 이 큰방을 저 혼자 예약을 했다면서 아무 데나 사용하라고 해서 고마웠어요. 참고로 제가 사용한 침대는 지금 보이는 사진 밖에 있어요. 침대가 무려 4개나 들어가고도 남는 공간의 방이에요. 나름의 '황제 숙소'가 아닐까 싶어요. 한편으론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 마음 편히 짐을 내려놓고, 지난 사흘간 위앙짠에서 머물며 사용한 경비 총액을 계산했어요.

낮이 짧고 밤이 길어서인지 금방 해가 지더라고요. 숙소 근처는 이미 어둑어둑해졌지만, 밥은 먹으러 가야지요. 그래서 반바지에 새로 산 아쿠아 신발을 신고,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고, 어슬렁거리며 "이 정도 어둠이야 걱정 없지"라는 생각으로 군인이던 시절을 떠올리며 저녁을 해결할 식당을 찾으러 가는 중에 담아요.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했어요.'빅터플레이스'

라네요. 텅 빈 가게에 덩그러니 혼자 주문하는 게 살짝 으슥하긴 했지만, 만화가 나오는 걸 보고 아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상상은 두려움을 낳는다는 말"을 되뇌며 말이죠.

이윽고 웃으며 나오는 주인분에게 묻지도 않은 자기소개와 감사하다는 인사를 표하고 stir-fried rice(볶음밥)를 주문했어요.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인간이 먹기 위해서 사는 건 아닌데, 가끔은 살기 위해 먹는 것 같다고요." 이때가 정말 그랬거든요. 아마 어쩌면 주인이 더 놀라지 않았을까요. 여행객인데 갑자기 와서 묻지도 않은 인사를 하고 밥을 달라고 하니까요.

가게 문을 닫기 전 마지막 손님이었나 봐요.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고 숙소로 가는 길에 뒤돌아보니, 이미 가게 전등이 꺼졌더라고요. 그래서 그러면 안 되지만 가는 길에 나는 무섭지 않다며 잰걸음으로 숙소로 돌아온 건 평생의 비밀이죠. 하하하.

Eric's 여행 노트


#Thank God for watching over me.


위앙짠(비엔티안)에서 왕위안(방비엥)으로 오는 길이 유독 힘이 들었던 것 같아요. 건강상의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차멀미는 무시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을 내려놨다죠. 최초의 계획은 하루나 이틀 방비엥에서 머물다가 루앙프라방에서 '탁발' 의식을 보고 인천으로 가자고 생각했었는데, 또다시 위앙짠에서 왕위안까지 온 시간의 두 배로 밴을 타고 가려니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히 포기를 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던 것 같아요. 저는 지금도 그때의 선택을 후회 안 해요. 그 정도로 방비엥이 참 좋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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