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간의 여행 in 라오스 (DAY4 A.M)

여우비가 내리면

by 에리기

오늘은 사흘간 머물렀던 호스텔을 뒤로하고, 방비엥으로 가는 VIP 밴을 탈 예정이에요. 물론 오후 늦게 방비엥에 도착하면 특별한 계획 없이 숙소에 여정을 풀고, 내일 가게 될 투어를 예약한 후엔 저녁을 먹고 쉬게요. 확실히 4일 차가 되니 많은 것들이 익숙해진 것 같아요. 그러기에 오늘은 무조건 위앙짠을 떠나 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드네요.

위앙짠의 마지막 날 오전엔 따뜻한 홍차 한 잔으로 아침을 대신했어요. 차멀미가 있어서 혹시 모를 어지럼증을 위해 상비약으로 준비해 온 멀미약을 먹고 속을 비우게요.

위앙짠 마지막 날에 서울에서 온 동생들과 사진을 함께 담아요. 이 녀석들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방비엥으로 간다고 하더라고요. 급하긴 급한가 봐요. 사진을 담는다는 이안과 스탠퍼드 졸업 후에 아마존에서 일한다는 미국인 쾰른 양과도 한 컷 담아드리고요. 사흘 사이에 확실히 정이 들긴 들었나 봐요. 머물렀던 16번 자리를 사진 한 장으로 대신했어요.

보금자리가 되어준 방에 인사를 건네요.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으니까요.

laundry service를 맡아주신 분들과도 인사를 나눴어요. 처음엔 남편 분이 경직된 표정이셨는데, 웃으라고 여 사장님이 몇 마디 말을 건네고 나니 어두웠던 얼굴이 이내 환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의식적으로라도 거울 보며 웃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에요. 저도 웃지 않으면 화난 것 같다는 말을 종종 듣거든요.

떠나기 전에 영국에서 온 필 삼촌을 위해 한 끼 음식을 대접했어요. 가끔 여행하다 보면 경비가 떨어질 때가 있거든요. 너무 좋아하셔서 뿌듯하더라고요.

잔금을 치른 첫날에 예약했더니 마음 편히 VIP 버스에 몸을 실을 수 있었네요. 이후엔 각각의 호스텔에서 예약한 사람들을 픽업해서 방비엥으로 향했어요. 이때만 해도 라오스에는 기차가 없었기에, 미니밴이 유일한 이동 수단이었거든요. 물론 제 기준에서요.

나름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탄 버스였는데, 막상 맨 뒷자리 창가석에 앉아 가만히 에어컨을 5시간 가까이 쐬었더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와요. 제 마음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그 와중에 하늘은 참 맑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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