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오가는 시간
오늘은 라오스의 수도, 위앙짠(비엔티안)을 자전거를 타고 둘러볼 예정이에요. 호스텔 주인 말로는, 가볼 만한 곳들이 옹기종기 붙어있어서, 반나절이면 충분하다는 말을 들었어요.
아래 사진은, 방비엥으로 가는 VIP 밴이에요. 저도 내일이면 저 버스를 타고 방비엥으로 가게 되겠지요. 여행이 본래 그런 것인데, 텅 빈 숙소에 아무렇게나 놓인 이불과 시트를 보니, 함께 웃고 떠들든 여행자들의 모습이 생각이 나네요. 기껏해야 이제, 이틀 하고도 반나절이 지났을 뿐인데 말이에요.
저보다 이틀 먼저 방비엥에 간, 이란에서 온 대학생 파라히가 사진을 보내왔어요. 한국인들을 만나서,
잘 놀고 있다고 말이죠. 이제 보니, 기특한 녀석이에요. 행복한 여행이 되라고, 메신저로 말을 건네요. "여기가 방비엥의 밤거리인가요?" 내일이면 저도 알게 되겠지요.
걸어가기엔 멀고, 그렇다고 툭툭이를 타고 가기엔, 여행의 낭만을 느낄 수가 없기에, 자전거를 대여하고, 혹시 모를 물과 음료수를, 근처 편의점에서 사 왔어요. 물론 저의 낭만은, 얼마 못 가서 무참히 부서졌지만 말이죠.
흔히들 구글맵을 켜놓고 길을 찾아가지만, 저는 가다 보면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페달을 힘차게 굴려봐요. 그랬더니 어느샌가, 대통령 궁에 다다랐네요.
대통령궁은 일반인 출입이 제한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정문에서 사진을 담아요. 그리고 아래 보이는 길이, 위앙짠에서 가장 큰 도로인 타논 란 쌍(란쌍 거리)이에요. 빠뚜싸이(승전 기념탑: Patuxai Monument)가, 이 길의 끝자락에 서 있어요.
빠뚜싸이까지 가는 길이, 참 멀더라고요. 내리쬐는 햇살에 숨을 곳이 없어요. 정말이지 자전거를 버리고, 중간에 툭툭이를 타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그래도 힘든 기억은 남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빠뚜싸이에 도착하니, 같은 방을 썼던 미국에서 온 다코타 타일스를 만났어요. 역시 여행지에선 돌고 돌죠. 이 녀석은, 태국에서 영어를 가르친다고 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론, 이제 막 20대에 접어들었는데, "나그네의 삶을 자처하는 건가?" 란 생각을 했네요. 유년 시절, 저도 타국에서 이방인의 삶을 살아놔서인지,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빠뚜싸이에 들어서니, 빛이 나는 불상이 저의 시선을 사로잡아요. 하지만 실내는 이미 관광객들을 위한 상인들로 그 빛을 서서히 잃어가는 듯해요.
상인들로 가득 찬 공간에서, 옥상으로 가는 원형 계단에 오르니 보이는 하늘이에요. 모든 걸 보상해 줄 테니, 다 받아들이라는 걸까요.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맞아드렸어요.
위앙짠의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니, 덥다고 투덜대던 시간이, 다 상쇄가 되네요.
그러다 선글라스로, 한껏 멋을 부리려 하는, 어린 동자승 한 무리를 만났어요. 사진을 담아준다고 하니, 멋들어지게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저를 바라봐요.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정말 귀중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네요.
빠뚜싸이를 뒤로하고 가는 길에 보니 그런 생각이 들어요. "여행은 어쩌면, 선택이 아니라, 숙명일지도 모르겠다"고요. 먼발치서 바라다보는 빠뚜싸이와 공원은 흡사 베르사유 궁전 안에, 개선문을 들여다 놓은 듯한 느낌이에요. 프랑스의 개선문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하니,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모습일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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