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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조와 덕이 Mar 25. 2024

격려를 받기만 했다

또다시 월요일!


건물 사이사이 하얀 것이 소복소복 쌓였다. 저 나무가 저기도 있었구나. 감탄하며 돌아본다. 어른 손바닥보다 큰 꽃송이 목련이다. 양지쪽에는 이제 그 하얀 꽃잎이 새처럼 다 날아간데도 있다. 아침 차량에 주유를 하는 동안에 산자락에 제법 노릇노릇 얼굴을 내미는 개나리도 보았다. 매섭던 바람도 느긋해졌고 나무들은 벌써 환호하기 시작했다. 


길가에 나지막이 줄지어선 수선화는 이제 동무들이 많이 생겼다. 꽃송이를 받치는 줄기가 안쓰러울 정도로 아이 주먹만 한 꽃이 흔들 거리고 있었다. 지지대를 세워 줄 수도 없고 환송만 받으며 지나왔다. 나서면 이렇게 모든 것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 같다. 혹시 내 시선을 받으려고 기다린 걸까. 기운을 북돋아 주려는 듯 하얗고 노랗게 피고 있다. 




해가 바뀌기 전이었을까. 오래된 동무들에게 3~4월경 소풍 한번 갑시다 했었다. 그날이 다가오고 그날이 되어서 우린 지난 주말 남해 바닷가에서 하루를 보내고 왔다. 바쁜 이들이 만든 귀한 시간은 그 행동들 하나하나가 정이 담뿍했음을 지나 보니 더 알겠다. 무심코 던진 제안에 모임의 가장 막내 두 분이 화답을 하고 실행에 옮긴 것부터 정이었다. 남해에서 근무하는 그는 남해 다랭이 마을 근처에 아담한 펜션을 예약했다.


갈 때마다 인파로 차량을 돌려 나오던 다랭이 마을 아래 바닷가를 처음 내려가 보았다. 벌써 두어 밭뙈기에는 유채꽃이 피었고 복사꽃이 피었던 집에서 파전에 유자막걸리도 한잔 나누었다. 간장에 참기름만 두른 시금치가 어찌 그리 달던지 둘러앉은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달큼했다. 올라온 입구에서 판매하고 있던 남해시금치를 인원수만큼 사서 한 보따리씩 안겨준 분도 있었다.


해가 지고 시장에서 뜨온 회를 펼쳐놓고 둘러앉았다. 가장 늦게 찾아온 이는 마지막 과제물을 들고 왔는데 참기름과 소금을 사 온 것이다. 찾아오기도 힘들었을 텐데 주머니에서 내놓는 폼이 정겨웠다. 넓적하게 회 뜬 전복을 꺼내 소금 뿌린 참기름에 찍어서 감탄하며 먹었다. 6월 말에 공로연수 들어가는 분을 축하하는 자리기도 했다. 수년 전 한 부서에서 근무했던 멤버들로 간간이 만나도 가족 같은 사람들이다.


다음날 아침 냉장고에 있던 사과봉지를 들고 2층 숙소로 올라와 한 바퀴 돌아보고 가신 분은 가장 어른이다. 은퇴하셨지만 여전히 현역 같으시고 딸내미들 방을 돌아보듯 옥상까지 꼼꼼히 둘러보고 가셨다. 사간 김치와 콩나물을 한 봉지 넣고 끓인 해장국도 맛나다고 하고 햇반을 전자레인지에 차례로 데워주던 우리 막내는 설거지도 뚝딱 했다. 한두 살 나이 들면서 불편해지는 나들이도 이들과 함께하니 즐거웠다.




그렇게 보낸 주말도 아침에 만난 거리의 나무도 온통 격려를 해주는 것 같다. 


아무리 추워도 봄은 오고 또 여름이 올 테고 가을과 겨울이 가면 또 봄이 오는 것. 한 때 같이 했던 그 시절을 회상하며 두런두런 연락하고 안부를 묻고 시간을 나누면서 사는 것 그게 삶이리라. 그런 사람들이 있어 보내는 계절이 아쉽지 않다. 지쳤던 마음이 조금 거둬져 가는 느낌이다. 받기만 하는 격려를 깨달았으니 이제 기운 차릴 차례다. 그리고 무장하고 봄 바다로 봄 천지로 가야지. 그들에게도 격려가 될 기별을 싸가지고.



- 봄 편지, 봄 -

             (By 심재원 시인)


비 내린 날이었네

사소하게 돌아서도

강을 건넌 별리였어

후회로 쓴

편지 봉투

받는 이

그대 이름을

"아무나"로 적었던 봄


마음은 머물러도

시간이야 철새 같아

희미한 그리움에

사랑 담아

이만 총총

돌아온

"수취인 불명"

옛 편지를 되 읽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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