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 로맹가리(에밀 아자르), 1975 -
'내가 불쌍한 사람들 얘기를 쓸 때는 누굴 죽이지 않고도 하고 싶은 예기를 모두 다 쓸 거예요. (P.295)'
'내가 그에 대해 말하는 것은 이것이 마지막이다. 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10살 모모가 하는 말)
'자기 앞의 생'은 프랑스의 소설가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1975년에 출판한 장편 소설이다. 1970년 파리 빈민가를 배경으로 하며 무슬림 고아 소년 모하메드(모모)가 주인공이다. 로자는 모모를 곁에 오래 두기 위하여 출생을 4년이나 속였다. 덕분에 어느 날 갑자기 4살을 더 먹게 되지만 모모는 자기를 길러준 로자 아줌마를 끝까지 보살핀다. 소년 모모의 눈으로 그려지는 무슬림과 유태인 흑인 등이 빈민가에서 어울려 사는 모습이 나온다. 꼬맹이의 시각으로 보는 일상이 초반에는 다소 밋밋하지만 왠지 책을 덮을 수 없다.
매춘부들의 아이들을 돌보며 살아온 로자는 그중의 한 명인 모모에게 자신의 마지막을 의탁하고 싶었는가 보다. 그녀의 바람대로 모모는 죽은 로자 옆에서 3주를 살다 발견된다. 그 아이의 외로움은 우산 인형 '아르튀르'에서 드러난다. 우산에 눈 코 입을 달고 사람의 모습으로 만들어 늘 지니고 다녔다. 로자가 떠난 후 모모를 돌보던 라몽이 옛 집에 우산인형 아르튀르를 가지러 갈 정도다. 소설의 마지막에 모모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p343)... 우산 아르튀르를 찾으러 라몽 아저씨가 다니러 갔다. 감정을 쏟을 가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르튀르를 필요로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고, 그래서 내가 몹시 걱정했기 때문이다. 사랑해야 한다.'
자신을 기르고 돌봐준 로자 아줌마를 위하는 마음이 책 전체에 베여있다. 친엄마를 그리는 마음이 소설 초반에 나타나지만 로자는 모모에게 어머니지 않았나 싶다. 95 킬로그램의 거구인 로자 아주머니를 못생겼다면서 이런 말도 한다. '아주 못생긴 사람과 살다 보면 그가 못생겼기 때문에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 정말로 못생긴 사람들은 무언가 결핍 상태에 있기 때문에 그것이 오히려 장점이 된다.' '아름답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있는 것이다.'
빈민촌의 사람들이 서로를 보살피고 배려하며 사는 모습은 감동스럽다. 7층에 있는 로자는 거구에 병으로 의사에게 갈 수가 없고, 늙은 의사는 7층을 오를 수 없어서 이웃들이 노의사를 업고 7층을 오르내린다. 죽음을 눈앞에 둔 로자를 대하는 이웃들의 반응을 이렇게 묘사했다. '죽음은 사람에게 중요성을 부여해 주고 사람들은 죽음이 다가온 사람들을 더 존경하게 된다' 세상을 혐오할 수도 있을 법하건만 사랑해야 한다는 모모의 말도 가슴에 남는다. 소설을 다 읽었을 때는 눈이 더 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1987년에 뮤지컬 '로자'가 만들어졌다. 2020년에는 소피아 로렌의 주연으로 '자기 앞의 생'이라는 영화가 제작되었으며 현재 넷플에서 볼 수 있다. 1978년에 가수 김만준이 부른 노래의 '모모'는 이 소설 속의 '모모'로 알려져 있다. 모모는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자유로운 영혼과 인생의 방랑자를 상징하는 캐릭터다. 가사 속의 모모는 철부지이면서도 인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처럼 바쁘게 움직이는 존재로 묘사되며 그 속에서도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는 중요한 깨달음을 전한다. 단순한 발라드 곡이 아니라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노래다.
김만준의 노래 '모모' 가사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
모모는 방랑자 모모는 외로운 그림자
너무 기뻐서 박수를 치듯이 날개 짓하며
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은 꿈꾸는 모모는 환상가 그런데 왜 모모 앞에 있는 생은 행복한 가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단 것은 모모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곗바늘이다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 바늘이다 우 우 우 우 우 우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