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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토르 프랑클(2005) -

by 사과꽃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 - 니체 -



빅토르 프랑클 박사의 자전적 수기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1946년에 발행되었으며 아우슈비츠에서 겪은 일을 심리학자이자 의사의 입장에서 썼다. 증오심을 품은 유대인의 입장이 아니라 한 개인의 심리가 어떤 식으로 변형되는지 서술해 간다. 박사는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아들러의 개인 심리학에 이어 정신요법의 제3학파인 로고테라피 학파를 창시했다.


책 후반부에 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이 설명되어 있지만 표지부터 묵직한 무게감이 온다. 유대인 입장에서의 분노와 증오는 담기지 않았으나 처절함은 덮을 수 없다. 아슬아슬한 순간을 지날 때마다 독자는 서늘해지는데 저자는 그런 상황을 이겨냈고 승화시켰다. 수용소에서 유대인 중에 뽑힌 수용자 우두머리 '카포'들의 악랄함을 보며 일제강점기 조선인 앞잡이가 떠올랐다.


이 책은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많은 증언들 중에 심리학자이면서 의사가 쓴 증언이기도 하다. 잊지 말아야 하고 기억해야 하는 사실이, 죽음조차 희망으로 승화시킨 치열했을 내면이 서술하는 표현에 드러난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플래시몹이 유튜브에 유행하는 이유는 여전히 청산되지 않는 역사가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개인의 증언은 개인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검증된 실체적 통찰을 통하여 이론이 빚어졌다. 지금도 적용할 수 있는 책 속의 문장들을 옮겨본다.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 갈 수 없다.' '(수용소에서 라도) 마지막 남은 내면의 자유는 결코 빼앗을 수 없다.' '삶을 의미 있고 목적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빼앗기지 않는 영혼의 자유다.'


입고 있는 모든 옷과 신발까지 빼앗기고 수용소에 갇혀 유일하게 가질 수 있는 것은 내면의 자유였을 것이다. 책 어디에고 직접적인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어야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고통스러운 감정은 우리가 그것을 명확하고 확실하게 묘사하는 바로 그 순간에 고통이기를 멈춘다.' - 스피노자 -


나치 수용소에서도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더 잘 살아남았다.


로고스는 의미를 뜻하며 로고테라피는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로 환자의 미래 과제에 초점을 둔다. 로고테라피는 책임감을 강조하는데 삶의 의미를 찾는 방식 3가지를 다음과 같이 꼽았다.


1. 무엇인가를 창조하거나 어떤 일을 함으로써


2.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어떤 사람을 만남으로써


3. 피할 수 없는 시련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시련과 희생은 그 의미를 알게 되는 순간 멈춘다. 인간의 주된 관심은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는 데 있다. 두 번째 인생을 사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당신이 지금 막 하려고 하는 행동이 첫 번째 인생에서 그릇되게 했던 바로 그 행동이라고 생각하라.' '인간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긴장이 없는 상태나 쾌락이 아니라 가치 있는 목표, 자유 의지로 선택한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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