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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더 성숙한 일이다

by 사과꽃


카메라로 들여다보는 자연은 생각보다 상당히 아름답다. 간혹은 모바일 폰의 성능에 따라 색감이 더 사실적이고 선명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실물보다 환상적으로 그려낸다. 한 번은 실물을 보고 또 한 번은 사진을 보고 감탄한다. 그래서일까. 모바일 폰으로 하루에도 수십 번 셔터를 눌러대는 세상이 됐다.


자세히 보면 말보다 행동을 먼저 한다. 심미안이 발동하면 '우와 이쁘다' 말과 동시에 먹거리든 사물이든 자연이든 손에 든 카메라를 갖다 대기 바쁘다. 오늘 이 사람도 그랬다. 아침 일찍 들렀던 국궁장의 파란 잔디가 어찌나 곱게 키 단장을 했던지, 그 하늘이 어찌 그리 넓던지 보여 줄 사람도 없으면서 시원하게 확 트인 전망을 찍고 또 찍었다.


잔디 위에 내려앉아 구구거리는 새떼들을 쫓아 앞으로 가 포착하느라 애썼고 깃대에 흩날리는 국기와 바람의 방향을 알려주는 풍기도 카메라에 담느라 바빴다. 이른 새벽부터 그렇게나 많이들 와 있을 줄이야. 명절을 앞두고도 부지런 히들 와서 활을 놓고 있었다.


음식 장만을 위해 시댁으로 갔을 때 아파트 화단에 있는 이름 모를 열매는 어찌 그리 빛깔이 곱던지,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아래 국화는 아직 콩알보다 작은 몽오리를 달고 있었다. 매년 가을이 짙어지면 노란 국화를 뭉글뭉글 매달고 흔들어 댄다. 싱싱한 줄기가 맥문동 사이에 기운차게 올라와 풍성한 잎을 하늘 거리고 있었다. 마치 저도 찍어달라는 듯이.


계절은 변함없이 가고 오고 있었다. 무심코 지나치며 카메라를 갖다 대는 순간에도 만물은 제 역할에 열중하고 있다. 그럼 누군가의 일상도 어제와 조금 달랐다면, 오늘 뭔가 새로운 일을 한 걸음 내디뎠다면, 여느 때처럼 똑같은 일의 반복일지라도 어제와 다른 날이기에 한 발자국 걸은 만큼 변화를 꾀한 것이 아닐까.


일상에 호응하며 카메라를 누르고 어제와 다른 색다른 감정을 느꼈다면 한 걸음 더 성숙한 일이다. 갑작스럽게 변화되고 단번에 이루어지는 일은 없으니 지금도 나아지고 성장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카메라에 담기는 모습에 황홀해하고 신비로운 빛깔에 놀라워하며 서 있는 사람의 모습도 아름답다.


그러니 어제와 다름이 없다느니 이룬 게 없다느니 하는 생각은 접어두자. 오늘도 카메라를 들고 뭔가를 찍고 느끼고 생각하고 있다면 뭔가 나아지고 있는 중이다.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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