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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조와 덕이 Jan 31. 2023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될 때까지


누군가와 아픈 어른을 양쪽에서 부축하여 눕히려고 하는데 어른이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다리를 아예 못 움직이셨다. 어느 틈엔가 한 사람이 사라지고 나 혼자 어깨를 받히고 일어나려고 하는데 도저히 안아 침대로 옮길 수가 없다. 한동안 애를 쓰다가 드디어 한쪽 팔은 목아래로 다른 팔은 무릎아래로 넣어 겨우 안아 올렸다. 이번에는 눕히려는 침대에 물이 흥건하다. 부득이 맞은편 작은 침대에 눕혔다. 그런대로 폭신하게 누이고 덮어주고 그리고 그분이 살아나길 기도했다. 누군지 알 수 없는 그 어른은 아버지 같기도 했고 엄마 같기도 했다. 가위눌린 꿈이다. 밤새 헤매다가 깨우는 바람에 일어났다. 


지난밤에 부서 회식이 있었던 것이다. 와인 한두 잔이나 막걸리 한 잔이면 족하던 사람이 맥주도 제법 마시고 마지막에는 소주를 두어 잔 했다. 삼십여 명 되는 대군들과 가진 자리였다. 시간에 쫓기는 부서의 수장 두 분도 부담감이 살짝 비치는 의무감 같은 힘을 쏟는 것이 보였다. 시종 웃는 모습을 보여줬다. 모아놓기만 해도 일단은 성공인 자리다. 사무실에서 풀 수 없는 매듭들이 서로서로 풀려가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감정이 드러나는 자리. 굳이 잘못하는 점을 짚어주지 않아도 이쪽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도 있었다.


십여 년 전 회식장소를 가던 그 즐거웠던 마음이 떠올려졌었다. 그 부서 그때 같이 어울렸던 사람들이 그리워졌다. 어제 회식에 왔던 직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모이고 또 즐거웠을지 훗날 한 번쯤은 되돌아 회상할 날이 되기는 했는지 모르겠다. 일하면서 배우고 즐겁기를, 감정적으로 맺히는 게 없도록 조심해 줄 따름이다. 할 수 없는 부분까지 고민만 컸던가 보다. 그 고민 탓인지 아니면 매일 전쟁 같은 일의 연속이어서 인지 밤새 꿈속에서도 애를 쓰는 형국이었다. 이제 울이 되어줘야 하는데 여전히 좀 더 젊던 날 보호받던 그 시절이 늘 그리우니 이 것도 혼자가지는 비밀이다. 


아무리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린다 해도 나이 고개를 넘어봐야만 그 마음을 알게 되는 일이 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단계를 보내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어떠한 효자도 세월의 문턱마다 절절이 회한을 가지는 것 같다. 감히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인생도 정답이 없다는 말이 맞다. 각자에게 열려있는 이 길에서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혹여 이 길이 바른 길인지 돌아보기 위해 남들보다 좀 더 일찍 일어나고 좀 더 부지런해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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