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인의 한
"철진아! 너는 부모를 죽인 사람을 뭐라고 하는지 아느냐?"
"엄마! 무슨 말씀을..."
"이제부터는 엄마라고 부르지 말고, 어머니라고 불러라. 넌 아버지가 떠난 이 집에서 가장이다. 그러니 말과 생각도 진중하고 깊어져야 한다."
"네, 어머니! 알겠습니다."
"네 부모를 죽인 원수를 불구대천의 원수라고 한다.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원수란 뜻이다. 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 어찌해서 한 하늘에서 살 수 없는 원수를 내버려두는 것이냐?"
"네, 어머니! 전 어머님이 걱정되어서..."
"이젠, 내 걱정은 하지 말거라. 내가 걱정되어서 네가 해야 할 일을 못한다면 이 에미는 당장에 혀를 깨물고 죽을 것이다. 에미라고 네가 복수를 하는 과정에서 너마저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왜 없겠느냐? 하지만,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네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저대로 내버려두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 이 에미가 미치지 않을까 혹여 자살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말 거라. 나도 유서 깊은 가문의 장녀로 태어나서 남 부럽지 않게 자랐다. 네가 혹여 잘못되더라도 이 에미는 남은 생을 꿋꿋이 살아갈 것이다. 그러니 아들아! 너는 네 아버지의 아들로서 도리를 다 하거라. 더 이상 이 에미 때문에 네 할 일을 미루지 말 거라. 돈이 필요하다면 얼마가 들어도 좋다. 네 아버지는 처가에 도움을 받는 것을 일절 거절하셨어. 하지만, 이 에미의 친가는 돈이 부족한 집안이 아니다. 네가 복수하는 데 필요한 돈은 얼마든지 줄 수 있다. 그러니 네가 하고 싶은 복수를 마음껏 계획하고 실행하거라."
"네, 어머님!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이 어머님을 잘 돌아봐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마음에 걸려서 아직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아버지도 원수들이 평안히 무덤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라고 하셨으니 이제부터 계획한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실천에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아버지께 진혼곡을 올려드릴지 지켜봐 주세요, 어머니!"
"그래! 나는 네 아들을 믿는다. 네 아버지가 평안히 저 너머의 세상으로 갈 수 있게 그 넋을 위로해 드리거라."
"네, 어머님!"
[P 저축 은행의 부도]
아침부터 P 저축은행이 불법 대출과 과도한 대출로 인해 부도가 나서 파산을 했다는 소식이 모든 공중파 방송과 인터넷 그리고 SNS를 뒤덮었다.
평생 모은 재산을 다 날려버린 허탈감에 자살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괴로움을 잊으려고 매일 술을 입에 달고 살거나 시름 시름 앓다가 영혼이 없는 사람처럼 죽어갔다. 손자인 유술희를 장가 보내는 데 쓰려고 평생 모은 돈을 P 저축은행의 파산으로 날려버려서 살아갈 길이 막막했던 유술희의 할아버지도 몇 일을 괴로워하다 홧김에 청산가리를 먹고 음독자살을 했다.
철진은 부산관광고의 유술희를 찾아갔다. 철진이 그들의 아지트로 들어서자 다들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그렇다고 얼굴에 노골적인 적의는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철진이 서면에서 삼십 여명이 넘는 센추리파를 혼자서 박살 낸 소식을 듣고 이미 마음속으로 굴복하여 철진을 사실상 부산의 통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유술희가 나서서 철진을 맞이했다.
"왔나? 그란데 니가 여긴 어쩐 일이고?"
"따라 나온나."
"와 와그라는데?"
"이야기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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