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J고등학교]
점심을 먹으며 철진이는 천강이와 새벽에 있었던 혈투에 대해서 그리고 소연이와 태희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천강아! 어제 걔네들 잘 들어갔을까?"
"왜 걱정돼? 그럼 전화 한번 해봐."
"아니 아니. 우리 아직 그렇게 쉽게 전화해서 물어보는 관계는 아니잖아?"
"왜? 걔네들이 먼저 우리를 마음에 들어하는 분위기였는데."
"그렇긴 한데, 솔직히 신혜도 걸리고. 넌 션메이한테 살짝 미안한 마음 그런 거 없어?"
"션메이는 션메이고 태희는 태희지. 안 그래? 난 둘 다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은데...그러면 안 돼?"
"뭐 꼭 그런건 아니지. 그렇지만 한쪽에 숨기고 다른 여자를 만나는 건 좀 걸리네. 나 솔직히 어제 소연이한테 좀 흔들렸어. 그동안 신혜만 바라봐서 몰랐는데, 어제 소연이를 보면서 내가 다른 여자에게도 끌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 나 완전 개쓰레기지?"
"니가 개쓰레기면 대한민국에 쓰레기 아닌 남자는 없다고 봐야지. 우리 같은 질풍노도의 시기에는 그냥 마음이 가는대로 받아들이고 거짓 없이 행동하면 되지 않을까?"
"그게 가능할까? 그러기에는 신혜가 자꾸 걸려. 소연이를 봤을 때 솔직히 거기가 벌떡 서길래 억제하느라 애먹었어. 저 밑에서 치밀어 오르는 거부할 수 없는 욕망에 내가 짐승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거기가 내 마음대로 안 되더라. 넌 안 그랬어?"
"왜 안 그렇겠어. 나도 똑같지. 어제 태희 보고 흥분한 건 마찬가지야. 다만 난 션메이든 태희든 거짓 없이 말하고 만나볼 생각이야. 뭐 양다리 걸치는 그런 건 아니구. 둘 다 만나보고 어느 한 쪽이 그런 걸 용납 못 하거나 반대하면 그 한쪽은 자연스레 정리되는 거 아닐까 생각해. 우리 아직 누구를 확실한 내 여자친구 남자친구 이런 관계로 사귀는 건 아니잖아. 그냥 썸타고 있는 거지. 결혼하는 건 더더욱 아니고 말이야. 그러니 지금은 꼭 한 명만 만나야 하고 다른 여자애들은 아예 쳐다보지 말아야 하는 그런 건 아니라고 봐."
"그래도 될까? 아 진짜 고민된다. 신혜를 좋아하면서도 소연이도 더 만나보고 싶은 이 이기적인 마음."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다 좋아해주는 거, 그게 이기적인 걸까? 이타적인 걸까?"
"모두가 만족한다면 이타적인 거겠지만, 한쪽이 슬프다면 그건 이기적인 거 아닐까?"
"그래 말 잘했네. 그럼 슬픈 관계를 만들지 않거나 정리하면 되겠네. 그걸 알려면 결국은 두루 만나봐야 하는 거고."
"에잇! 이판사판이다. 이것도 맞는 거 같고 저것도 맞는 거 같고, 이것도 아닌 것 같고 저것도 아닌 것 같아. 결국은 이성적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몸으로 부딪혀서 깨달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진 듯하다."
"맞아! 우리 둘 다 그 이판사판의 상황에 빠진 거야. 니 생각엔 우리가 굿 가이즈 같냐 아님 배드 가이즈 같냐?"
"글쎄! 딱히 어느 쪽이라고 하기 뭐하네."
"바로 그거야. 우리는 어느 한쪽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없다는 거지. 그럼 더 확실하게 알아볼까?
너 우리 중학교 때 같이 본 「히트」란 영화 기억나? 거기서 넌 갱 두목 로버트 드니로 편이었어? 아님 형사 알파치노 편이었어?"
"그거야 당연히 갱 두목 로버트 드니로 편이었지."
"왜?"
"진짜 사나이잖아. 치밀하면서도 거친 카리스마에 진한 의리! 자고로 남자란 어떠해야 하는지 온몸으로 보여주잖아. 사랑하는 여자가 아침에 눈 떴을 때 마실 물 잔에서 느껴질 차가운 느낌을 생각해 냅킨을 둘러뒀던 세심한 배려심도 그렇고."
"나도 그래. 사생활에 문제가 많고 비열한 형사인 알 파치노보다 로버트 드니로가 훨씬 지적이면서도 희생이 뭔지를 아는 보기 드문 열혈남아라고 생각해."
"그렇게 생각해보니 우린 배드 가이즈에 가깝네. 가까운 사람들을 제외하고 우리를 적대하거나 괴롭히는 사람들에게는 지독하게 쎈 악마일 테니 말이야. 안 그래?"
"그래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러니까 순수한 순백도 아니면서 순진한 척 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부딪히면서 경험하자는 거야. 한 번밖에 없는 인생 제대로 경험하고 즐기며 행복하게 살자."
"짜식! 너 언제 이른 기특한 생각을 다했어? 하오! 니 쑤오 더 헌 하오!"
"자자,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오늘 수요일이니까 동아리 활동하러 가자."
"그래. 오늘은 또 무슨 독에 대해서 이야기할까?"
"모르지. 지난주에 배웠던 좀비독은 꽤나 흥미로웠어, 안 그래?"
"맞아. 나중에 긴요하게 써먹을 데가 있을 것 같아. 늦겠다. 어서 가자."
"그래, 콰이 쪼우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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