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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무재

by 김하록

동아리 활동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와서 종례를 마친 후 철진은 천강과 함께 신혜 아버님이 운영하는 제물포역 인근 팀 매드니스 UFC 체육관을 향해 걸어가는 중이었다.


야구부 전용 운동장에서는 야구부들이 한참 연습중이어서. 꽝 꽝! 알루미늄 배트로 공을 맞추는 소리가 귓가에 연신 들려왔지만, 철진과 천강이는 그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문을 향해 걸어가던 중에 빗 맞은 야구공이 날아와 철진의 얼굴을 스치고는 땅에 떨어져 또르륵 굴러갔다.


"어이! 공 좀 던져주라."


뒤에서 야구 부원 정일권이 철진을 부르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공을 던져 달라고 거의 명령조로 말했다.


"뭐? 어이 공 좀 던져주라? 이런 씨발 놈이 괜찮냐고 묻는 게 먼저 아냐?"

"(기가 막혀서) 뭐? 이 새끼가 쳐돌았나? 완전 어이없네. 니 지금 씨발놈이라고 했나?"

"그래, 씨발 새끼야! 씨발놈을 씨발놈이라 카는데 뭐 문제 있나?"

"하! 나 참 살다 살다 별 희한한 새끼가 다 엉기네. 너는 새끼야 선배도 없냐?"

"병신! 뭐래니? 선배? 선배면 선배답게 굴어야지. 우리한테 처음 오자마자 한 소리가 뭐였어? 어이 공 좀 던져주라였지? 공에 얼굴 맞은 사람한테 그게 할 소리야?"


천강이 정일권의 무지성 발언에 열받아서 쌍욕을 날리며 맞받아쳤다. 정일권이 철진이 천강이와 다투는 모습을 보자 근처에 있던 야구부원이 다가왔다.


"어이! 무슨 일이야?"

"하! 나 참 어이가 없어서...새까만 1학년 후배놈들이 나보고 씨발놈 개새끼라고 아가리 털어쌌네. 이것들을 그냥 콱 죽여버려?"

"(씨익 웃으며) 뭐 죽여? 그래 죽여봐라. 그런데 너네 둘 가지고 되겠어? 오늘은 우리가 어디 갈 데가 있으니 여기서 이러지 말고, 내일 점심시간에 쓰레기 적치장에서 보자. 내일 점심 후딱 먹고 10분 뒤에 너네 야구부 애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한 명도 빠뜨리지 말고 전부 다 데리고 와라. 알았어?"

"아 나 이 개싸이코 새끼들을 봤나. 그래 좋다. 오늘은 코치님 기다리니 그냥 보내준다. 내일 어디로 튀지 말고 반드시 쓰레기 적치장으로 와라. 그냥 죽었다고 복창해라."

"하! 뭐래니? 왜케 말이 많아? 내일 올 때, 너네들 전부 야구방망이 들고 와도 된다. 나랑 천강이랑 둘이서 너네 야구부들 전부 아주 순한 양처럼 만들어줄게. (코치를 가리키며) 저기 너네 아버지 기다린다. 어서 가봐라."

어이없어하며 사라지는 야구 부원들을 뒤로한 채, 권철진과 용천강은 제물포의 MMA 체육관을 향해 걸어갔다. 그렇게 20분 정도 걸어서 체육관에 들어서서 인사드리자 동수 선배가 쌍수를 들고 격하게 환영해주었다.

"안녕하십니까?"


철진과 천강이 우렁찬 목소리로 체육관에 들어서며 인사를 했고,황관장에게도 다가가서 따로 머리 숙여 인사를 드렸다.


"관장님! 저희 왔습니다."

"오 그래! 어서 와. 얼렁 옷 갈아입고 이리로 와."

"우와...철진아! 천강아! 억수로 반갑데이. 어서 옷 갈아입고 이리로 와라."

"동수 좋단다. 오늘 혹시라도 안 올까봐 노심초사하던 모습이 선하네."

"그렇죠? 훤하게 눈에 다 보이죠."

"어서 와. 나도 어제 처음부터 심하게 해서 오늘 니들 겁먹고 안 오는 줄 알았다."


종현에 이어서 광희와 수호도 한 마디 거들며 인사를 했다.


"뭘 그 정도 가지고요. 저희 제대로 배울 수 있다면 더 심하게 굴리셔도 됩니다."

"맞습니다. 빡세게 가르쳐 주십시오."

"야 기백 좋고."


다훈이 철진과 천강의 말에 기분좋은 미소로 리액션을 했다.


"그래 사내라면 그 정도는 되야지. 얼른 다녀와."

"네 알겠습니다."


철진과 천강이 도복을 갈아입고 체육관 중앙으로 나오자, 황관장이 동현이와 동조에게 오늘 철진이와 천강이에게 가르칠 사항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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