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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없다.

유권무죄

by 김하록

그렇게 김지현의 고소장 작성 외에 다른 피의자들의 신문 조서는 작성 시도조차 못 한 채, 연행된 사람들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변호사들이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저 총리님! 만 하루가 지나기까지는 무조건 묵비권 행사하시다가, 25시간 이상 지나면 진술 조서 작성시 부인으로 일관하시고 소변 검사까지만 응하겠다고 하십시오."


K로펌의 민경식 변호사가 대응방법을 김교의 전총리에게 알려주었다.


"소변 검사도 거부할 수 있는 거 아냐?"

"그건 협조해주는 게 오히려 더 빨리 나갈 수 있을 듯합니다. 검출도 안될 거구요."

"김변! 중수부장한테 이 때를 위해서 아껴뒀던 경찰청장 비리관련 문건 하나 까서 들이밀고 좀 더 강하게 압박하라고 전해줘."


강학중 검사장이 자신의 변호인으로 호출한 T로펌의 김관식 변호사에게 경찰청장을 더 압박하라고 주문하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일단 만 하루동안 묵비권 행사하시고, 25시간 정도 지나서 진술 조서의 혐의 사항에 대해서는 전부 부인하시고, 현장에서 압수된 하얀 가루에 대해서는 나는 모르는 일이고 파티를 주관한 건설업자 문희천씨한테 물어보라고 하십시오."

"그놈이 경찰에 술술 다 불면?"

"정세에 빠꼼한 놈이니까 그럴 일 없을 겁니다. 이미 문희천 변호를 맡은 제 후배랑 말 맞춰 놨습니다."

"어떻게?"

"그 하얀 가루는 마약이 아니고 데낄라를 마실 때 손에 묻혀서 먹기 위해 쟁반에 올려둔 인공 감미료와 소금이라고 말입니다."

"쟤들이 압수한 건 어떻게 하고?"

"그건 이미 손을 써두었습니다. 증거물 보관함 담당 형사가 쥐도 새도 모르게 바꿔 놓을 것입니다."

"그건 그렇게 처리하고, 저 김지현 말이야. 쟤는 어떻게 할 거야?"

"기획사 대표한테 단단히 말해뒀습니다. 가족을 담보로 잡고 있으니 잠시 뒤 엄마와 통화 후에 자발적으로 간 것이고 아무런 강제도 없었다고 진술할 것입니다."

"그거 가지고 조금 부족한데, 좀 더 강한 스토리를 만들어봐. 걔는 이미 성폭행 당했다고 진술 조서를 작성했고, 소변 검사도 응한 상태라 그걸 뒤집을 뭔가가 필요해."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유명 연예인 마약 투여 사건으로 덮도록 해. 김지현 집에 코카인 1회 용량으로 된 약봉지 수십 개 갔다 둬." "그러면 언론에서 집중 조명 받아서 오히려 역효과 나지 않겠습니까?"

"아냐. 여기 유명 언론사 PD들과 신문사 대표도 있으니 언론은 걱정하지 마. 김지현 한테는 '최음제인 줄 알고 먹었다. 마약인 줄 몰랐다.'고 말해야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다고 말해서 진술 조서 번복하게 만들어 봐." "김지현이 연예계 생명이 끝장날 텐데, 순순히 따를까요?"

"가족을 담보로 잡고 있다며. 뭐가 걱정이야? 무조건 따르게 만들어야지."

"구체적으로 진술 조서 번복시 그리고 언론에 나갈 워딩은 어떻게 할까요?"

"연회 공황 장애가 있어서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못할 것 같아서 평소에 자주 먹던 최음제를 미리 먹고 그 장소에 왔다. 갑자기 경찰들이 들이닥치자 연예인으로서 그 약을 복용한 사실이 탄로 날 것이 두려워서 경찰에게 성폭행 당했다는 허위 진술을 했다. 이 정도면 던져주면 하이에나 같은 기자들이 알아서 요리할 거야."

"네, 알겠습니다. 김지현 마약 투여 사실을 좀 더 보강할 만한 자료는 없습니까?"

"우리가 잘하는 게 뭐야? 없으면 만들면 돼지. 걔가 다니던 성형외과에서 수시로 맞았던 프로포폴 기록도 살짝 비틀어서 방송이나 언론에서 보도할 수 있게 셋업해 놔. 시술 목적으로 맞았던 것을 프로포폴 중독으로 수시로 와서 맞은 것으로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권도식은 김지현을 취조실에 혼자 남겨둔 채 밖으로 나와서 다른 형사들을 집합시킨 후 모종의 지시를 내렸다.


"자, 다들 모여봐. 지금 진술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놔두고, 먼저 여성분들로부터 진술을 받아내도록 한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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