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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빚

구원

by 김하록

[돼지 농장 지하실]


"형님! 가리봉동에서 물건 일곱 개가 막 도착했답니다."

쩌우따화가 장려춘에게 새로운 물건이 도착했음을 알려주었다.

"그래? 그거 잘됐구나야. 너는 가마솥에 물이 펄펄 끓도록 불의 세기를 더 올려라. 아삼충아! 니는 물건 일곱 개 이리로 가져오라."

"네, 형님!"

"쇼페이야! 너는 가서 날이 잘 선 돼지 잡는 칼 가져오라."

"네, 알갔슴다."

"그 어쩌게 오늘 돼지가 먹을 사람 탕 만드는 거 함 구경하기요?"

장려춘이 마석기와 오정일을 보고 물었다.

"뭐 좋습니다. 달리 할 것도 없는데 구경이나 하지 뭐. 정일아! 쟤들도 데리고 와서 눈 똑바로 뜨고 보게 해라. 공포심이 뼛속 깊이 사무칠수록 배신할 엄두도 못 내는 기라."

아삼충이 아무것도 안 보이도록 머리에 검은 자루를 덮어쓴 7명의 남녀를 끌고 와서 가마솥 앞에 무릎을 꿇렸다.

"형님! 여기 물건 일곱 개 대령했슴다."

아삼충에 이어서 쇼페이가 장려춘에게 돼지 잡이 칼을 갖다주며 첨언을 했다.

"형님! 이거 날이 아주 잘 섰습니다."

"쩌우따화야! 아직 멀었네?"

"다 됐슴다. 뼈까지 다 녹아내릴 정도로 펄펄 끓고 있슴다."

"(일곱 명을 바라보며) 어쩌게? 아직도 우리 캉빠쯔가 원하는 땅, 건물을 팔 마음이 없슴메?"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며) 어어엉 어어엉!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제가 평생을 돈 한푼 헛되이 안 쓰고 모은 재산입니다. 그것만은 안됩니다. 제가 대신에 일억 드릴게요. 네에! 제발 살려만 주세요."

7명 중 여자 한 명이 사정 사정을 했다. 장려춘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돼지 잡이 칼로 그녀의 목을 내리치자 '스윽'하는 소리와 함께 피분수가 솟구치고 목이 툭 떨어졌다.

"야! 이년 이거이 그동안 얼마나 잘 먹고 살았으면 피가 내 얼굴까지 튄다야. 핏발이 끝내준다야."

그 떨어진 머리카락을 잡고 머리를 거대한 가마솥에 휙 집어던지자, '풍덩' 머리통 빠지는 소리가 섬뜩하게 들렸다. 장려춘은 건물이고 땅을 스스로 내놓겠다고 말하는 소리가 아직도 안 들리자 가차 없이 순서대로 목을 내리쳤고, 잘린 머리는 가마솥에 휙휙 집어 던졌다. 그렇게 연속으로 4명의 머리를 내리쳐서 죽이자...

"파 파 팔겠슴다.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스윽'하는 소리와 함께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며 다섯 번째로 무릎 꿇고 있던 남자의 머리가 툭 떨어졌고. 장려춘 그 떨어진 머리도 가마솥으로 '풍덩'하는 소리가 나게 집어던졌다.

"다 다 다가지세요. 돈도 안 주셔도 됩니다.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제가 돌봐드려야 하는 칠순 노모도 있고, 어린아이들도 셋이나 됩니다.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제발요!"

"그래야. 바로 그거이지. 너 진즉에 그랬다면 여기 올 리도 없지 않니? 하지만 늦었다야. 여기 오면 죽어서도 못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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