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유희
[대검찰청 중수부]
"당장 권도식 그놈 구속영장 청구하고 잡아 들여."
흥분한 대검차장이 중수부 이준규에게 역정을 냈다.
"차장님! 지금 여론이 너무 안 좋습니다. 이러다 역풍 맞을까 두렵습니다. 권도식 경정이 공개적으로 언론에 대고 피의 사실을 공표한 경우라서 도망갈 우려나 증거 인멸의 우려도 없습니다. 구속영장이 떨어질지도 의문이고, 설령 그걸 밀어 부친다고 해도 특단의 사정이 없는 여론의 역풍을 맞아서 오히려 저희 조직에 해가 될듯합니다."
"그럼 그 특단의 사정을 만들면 되겠네."
"좀 강력한 한 방이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던 강학중이 양정재 대검차장의 말을 받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지. 김지현을 일단 구속만 하면 장기판의 졸처럼 움직여줄 재범자들은 많아. 구치소에서 죽는 거야 우리랑 상관 없잖아?"
"그 김지현이 이런 말을 남기고 죽으면 더 좋겠지요. ‘권도식의 형량 조정 유혹과 강요에 못 이겨 성폭행 사실을 진술하고 결과적으로 상습 마약 투여로 구속까지 되니까 참담한 마음 금할 길 없어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되었다. 그동안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었던 모든 팬들께 죄송하다는 말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큰 슬픔으로 다가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정도면 비난의 화살을 권도식에게로 돌리고 징계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요?"
"언론사 사주들 만나서 할 말의 대강을 던져주면 알아서 한 쪽 방향으로 물꼬를 트고 그쪽으로만 몰고 갈 겁니다. 그럼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지요. 그리고 권도식은 그냥 경찰청 내에서 징계처분으로 지방으로 발령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건 왜?"
"피의사실 공표로 조리돌림 하는 건 우리 검찰의 특기잖습니까? 인지도 높은 사건의 소환 날짜나 수사 진행 상황, 증거 발견 상황 등을 언론에 대놓고 기자회견 형식으로 공표해서 우리가 찍은 피의자에게 유무죄 여부와는 상관없이 수사 그 자체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건 우리가 제일 잘하는 일이지요. 그건 누워서 침 뱉기 같으니 버립시다."
"하긴 지난 23년 간 피의사실 공표죄로 검찰에 송치된 경찰의 수는 551명이었으나, 기소된 경찰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괜히 긁어 부스럼 내느니 경찰청장 선에서 지방으로 좌천시킨 다음에 거기서 처리하는 게 좋아 보입니다."
"좋아! 그놈은 지검장이 맡아서 말 나오지 않게 확실히 처리하도록 하고, 김지현 건은 이부장이 직접 챙겨서 실기하지 않도록 해."
"네, 차장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
"도식아! 수고했다. 어제 뉴스 보니 내 속이 뻥 뚫리는 게 정말 통쾌하더구나. 그래 우리도 할 수 있는 데까지 꿈틀거려 봐야지. 언론의 관심을 끌었으니 저들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거야. 그들과 함께 상습적으로 마약 투여하고 성폭행 당한 피해자들이 더 있을 거야. 제보자도 더 나올 거고 계속 밀어붙이면 결과는 모르겠지만 재판대에는 세울 수 있을 거야. 국민들에게 저들의 범죄사실을 알리고 재판대에 세우는 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다들 힘내고 화이팅 하자."
"네, 알겠습니다."
"웅현이는 팀원들 풀가동해서 얘네들 진술조서 받고, 구속영장 청구하도록 해. 진술조서 받을 때 한 명 한 명 따로 불러서 자백 안 하면 사형이고, 자백하면 정상을 참작해서 무기징역을 받을 수 있다고 미끼를 던져. 그러면 그들끼리 용의자의 딜레마에 빠져서 자백하는 놈 이 반드시 나올 거야. 그걸 단초로 새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간다."
"네, 알겠습니다."
"사건을 사건으로 덮으려는 저들의 시도를 그대로 되받아치면서 새로운 수사의 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저들은 또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줄 모른다. 경계를 늦추지 말고, 저들이 반격해 올 때를 대비해서 저들과 연변 흑사파와의 관계와 북한산 마약의 유통 경로를 밝히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모처럼 대답하는 마약수사계 형사들의 목소리에 활력이 넘쳐흘렀다.
[S병원 301호]
"괜찮아?"
"응 건강에는 이상이 없대. 단기간에 너무 큰 정신을 충격을 받아서 당분간 정신과 상담치료 받고 심리적인 안정을 취해야 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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