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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멸구

깡패나 검찰이나

by 김하록

[JTBC 외 지상파 방송사의 뉴스 특보]


"지금 들어온 뉴스 속보입니다. 배우 김지현씨가 상습 마약 투여 혐의를 받고 있던 중, 검찰이 배우 김지현씨가 오늘 오전 일본행 비행기 티켓을 끊은 것을 확인하고 인천국제공항에서 탑승 대기 중인 것을 긴급체포했다는 소식입니다. 검찰은 김지현씨가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는데, 지금 막 영장을 발부받아 현재 서울남부구치소로 이동 중이라는 소식입니다. 현장에 있는 신영미 기자 연결하도록 하겠습니다."

"계장님! 이게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뉴스 보도에 당황한 조웅현이 권도식에게 물었다.

"이미 예견됐던 일이잖아? 우리가 구속영장 청구 안 하니까 지들이 몸이 달은 거지. 구치소에 수감하는 날부터 핸드폰 사용이 금지되니까 외부와 연락을 차단해서 입을 틀어 막겠다는 거겠지. 4시 이후에 면회가 안되는 걸 알고 구속한 시점도 거기에 딱 맞춰서 셋업한 거고."

"큰일 아닙니까? 겨우 분위기를 우리 쪽으로 돌려놨는데 이렇게 되면 다시 검찰이 칼자루를 쥐고 휘두르는 형국 아닙니까?"

"큰일이지. 분명 뭔 일을 꾸며서 자신들의 치부를 빨리 덮어버리려고 할 거야. 구치소에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김지현씨를 지켜줄 방법을 빨리 강구해봐."

"네, 알겠습니다. 구치소 소장 이하 교도관들은 모두 관할 검찰청 지시라면 꼼짝도 못할 테니까 재소자 중에 함 알아봐야겠습니다."

"지금 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죄수 중에 김지현씨 보호해줄 사람이 누가 있을까?"

"김지현씨가 어느 방에 수감되었는지, 그곳에 재소자들이 누구인지, 그 명단을 최대한 빨리 입수해야 하는데, 그걸 모르는 지금으로서는 깜깜이 대처밖에 못하는 상황이네요."

"하긴 검찰에서 작정하고 일을 진행하는데 쉽진 않겠지. 저들도 검찰의 위신이 달린 문제라서 이번 일을 빨리 덮어버리고 끝내려고 할 거야. 그 과정에서 그게 김지현씨가 됐든 우리가 됐든 애먼 희생자가 나오겠지."

"계장님! 우리도 뭔가 대책을 만들어 놔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난번 그 양평 별장 사건을 더 파헤쳐서 언론에 더 세게 부각시켜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래야겠지. 김지현씨 구속한 거 보면, 우리도 이미 그들의 타켓이 됐다는 거니까. 양평 별장에서의 집단 난교파티 동영상 분명 건설업자 문씨가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권력에 기생하는 놈들치고 따로 살 길을 마련해 놓지 않는 놈은 없어. 용도 폐기 당할 때를 대비해서 분명 약점이 될만한 장부나 동영상 들을 따로 보관하고 있을 거야. 권력 기생충이 아닌 진짜 기자들한테 도움도 구해보도록 해. 점점 숨통을 조여오니 최대한 빨리 빼박 증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빼박 증거를 들이밀어도 검찰에서 증거 불충분하여 혐의 없음으로 기소 자체를 안 해버리면 끝 아닙니까?"

"현재의 헌법 체계하에서는 그렇지. 헌법 12조를 개정하지 않는 한 힘들 거야. 그렇더라도 저들 또한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감수해야 할 거야. 국민에 의해 개혁해야 할 적폐 1호로 인식되면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겠어?"

"과연 그렇게 될까요? 시대가 발전해도 저들의 철면피가 어째 점점 더 두꺼워지는 느낌이라서요."

"하긴, 나라고 정말 그렇게 믿어서 그러겠냐? 그렇게라도 생각해야 숨이라도 쉴 수 있을 것 같아서지.

내가 살아온 지난 모든 세월이 송두리째 부정 되는 그 느낌! 생각만 해도 괴롭다."

"요즘 저도 그렇습니다. 어떨 때는 차라리 오사마 빈 라덴이 되어..."

"쉿! 지금 우리 꼬투리 잡으려고 혈안이 돼 있을 거야. 말조심해야 해. 지난번 코카인 증거물 교체 사건만 봐도 알겠지만, 내부에 검찰 끄나플이 있다. 연줄을 잡았든지 약점을 잡혔든지 아니면 독 사탕을 먹었든지 했겠지." "그 쥐새끼는 어떻게 할까요?"

"내버려 둬. 조만간 저절로 밝혀질 거야. 그보다 그들에게 코카인을 댈만한 마약 총책을 한번 추려봐. 마약 투여자부터 시작해서 전달책들 잡아들이면 형량 좀 줄여보겠다고 술술 불 거야. 거기서부터 시작하자. 국내 코카인 공급자와 권력층들 사이에 모종의 커넥션이 있을 거야. 사자라도 때로는 하이에나에게 죽임을 당하는 법이지."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계장님, 전 하이에나 별론데 그냥 들개라고 하지요."

"하이에나나 들개나 그게 그거지. 그들의 장점이 뭔지 알아?"

"뛰어난 사냥 능력, 협력 아닙니까?"

"뭐 맞는 말이지만, 하이에나나 리카온들은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격해서 거기서 끝장을 본다. 코뿔소나 버팔로 같이 힘이 세고 덩치가 아무리 큰 짐승이라도 사타구니와 불알을 물어 뜯기면 쇼크로 죽어. 아니면 뛰어난 협동력으로 알파가 콧구멍을 물어서 꼼짝 못하게 기동성을 제거하는 동안 다른 놈들이 연약한 사타구니나 항문을 물어 뜯어서 내장부터 산 채로 파 먹고 들어가지. 제일 맛있는 부위부터. 지금 저들의 약점은 뭐라고 생각해?"

"X대가리요."

"그래 맞아. 권력에 취해 국민들을 개돼지로 보니까 저들이 두려워하는 대상은 없어. 대통령도 적당히 맞춰주다가 길들이는 놈들인데. 그러니까 X대가리를 함부로 놀리는 거지. 그걸 더 잘 놀려보겠다고 처먹는 게 바로 현존하는 지상 최고의 자연 강장제인 코카인이고."

"그러니까 계장님 말씀은 저들이 놀린 X 대가리의 자취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서, 그 X과 관련된 모든 것, 피해자들과 코카인, 동영상 등등을 찾아내라는 거네요."

"바로 그거야. 그 X의 자취가 생생히 담긴 동영상, 희생양들, 코카인과 그 공급자만 찾으면 저들에게 상당한 쇼크를 줄 수 있을 거야."

"그런 상황에서도 증거 불충분하여 혐의 없음으로 나오면 어떡하죠?"

"뭘 어떻게 해? 죽어야지."

"주 죽어요? 우리가요? 왜 잘못도 없는 우리가 죽어야 하죠?"

"왜 잘못이 없냐? 힘없는 죄, 무권유죄 몰라? 저들이 활개치고 돌아다니게 방치한 죄! 뭐 그런 거 아니라도 속이 터져서 죽을 거야."

"뭐 그래도 전 죽기 싫습니다. 살아서 어떻게든 저들이 대가를 치르게 헤야지요."

"그래, 넌 그래도 돼. 아니 그래야 돼. 그래야 내가 맘 편히 활개치고 다니지. 뭐 그건 나중 일이고, 자 빨리 움직여. 김지현씨 밤에 무슨 일 당할지 모르니까."

"네, 알겠습니다."


[구치소내 여자 목욕탕]


"야! 너 이리와!"

"네?"


마녀 금미봉이 연약한 최유진을 보고 회가 동했는지 그녀에게 소리치며 자신에게로 건너오라고 명령했다.

"왜 쫄고 그래? 괜찮아 괜찮아. 나 부드러운 여자야. 어서 이리와."

"네!"


최유진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금미봉에게로 다가갔다.


"알지? 잘 해라!"

"네, 뭘요?"

"아우! 이 쌍년이! 말귀를 못 알아 듣네. 핧으라고 씨발년아! 만족 못 시키면 오늘 밤 잠은 다 잤다고 생각해라. 알겠어?"


눈물을 삼키고 연약하고 호리호리한 최유진이 남부구치소의 마녀 금미봉을 입술과 혀로 핥기 시작했다. 금미봉의 신음소리가 격해질 때 갑자기 여성 교도관들이 들이닥쳐서 곤봉으로 금미봉을 마구 구타했다.


"야 마녀! 내가 구치소 내에서 성추행 내지 성폭행하면 어떻게 된다고 했어?"


김유미 교도관이 금미봉을 곤봉으로 사정 없이 내리치면서 소리쳤다.


"아니 아니에요. 얘가 자발적으로 해주는 거에요. 물어봐요. 정말이라니까요."

"자발적 같은 소리하고 있네. 안 봐도 비디오다. 일단 잘근잘근 다져 놓고 이야기 하자. 밟아!"


신유라 교도관이 다른 여성 교도관들에게 명령했다.


[구치소 소장실]


교도관들에 의해 처절하게 짓밟힌 마녀의 머리는 산발이 되었고, 얼굴은 불어 터져서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야 마녀! 너 독방에 안 간 지 좀 됐지? 그동안 구치소 내에서 저지른 성폭행죄까지 싹 다 재판 받아서 추가형 살아야지?"


민경호 교도소장이 은근히 마녀를 압박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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