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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통

by 김하록

[P 디자인고]


"야, 무슨 일이고? 부산 연합에서 모처럼 사발 돌렸던데, 애먼 놈 한 놈 죽어나가겠네."


P 디자인고 짱인 장동철이 부산 연합에서 돌린 사발을 보고 누군지도 모르는 이를 애도했다.


"아이다. 어제 천마산 조각공원에서 P관광고 일짱들에게 존나 처맞고 대가리 박고 있다가 봤다 아이가. P 외고에 누군지는 모르겠고 갸 혼자서 관광고 일짱들 여덟 명을 혼자서 골로 보내뿟다 아이가. 그것도 한 방에 한 명씩 보내뿌더라."


P 디자인고 일진인 김학성이 장동철에게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참말이가? 그라모 이번에 부산연합 통이 바뀌는 기네."

"오데? 이번주 금요일에 부산연합에서 다구리 까려고 아이들 바리바리 데리고 쳐들어 올낀데. 다들 연장 챙기고 오라고 사발 돌렸다더라. 가가 아무리 강해도 어떻게 수백명을 이기겠노? 존나 쳐발리고 반빙신 안 되겠나?"


장동철의 무리 중 한 명인 배영길이 반대의견을 피력하자, 이기만도 배영길의 의견에 동의했다.


"나도 쳐발린다에 한 표 던진다."

"나는 그래도 글마가 그냥은 안 질 것 같다. 진짜 존나 잘 친다 아이가."


같은 일진 패거리인 손영학이 철진의 손을 들어주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하긴 존나 잘 치겠지. 딸딸이 말이야. 하하하!"

"뽀르노 보면서 딸딸이 치는 건 니 특기 아이가."


장동철이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며 한 말을 평소에 깐죽거리기 좋아하고 뒤통수 치는 것이 주특기인 강승태가 장동철을 저격했다.


"아이 음흉한 새끼가! 호박씨는 혼자 다 까 묵는 니가 할 말은 아이다. 3교시 수업 끝나고 P외고 아이들이 점심을 먹고 지나갈 때, 어제보다 더 많은 디자인고 학생들이 철진을 보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 수근거림은 P외고에서도 하루 종일 이어졌다. 철진은 주위의 시선과 수근거림을 못 들은 척하고 지나가다가 P디자인고 장동철과 어깨가 툭 부딪혔다.


"어이! 이리 와봐라! 마! 어깨를 부딪혔으면 머리 숙이고 사과부터 해야 하는 거 아이가?"

"같이 부딪힌 건데, 왜 내가 사과해야 하는 거지?"

"니 정신줄 놨나? 나 이 학교짱 장동철이다."

"그래서? 어쩔 긴데?"


그때, 철진을 알아본 배영길이 기겁을 하며 장동철의 손을 잡아 끌려고 했으나 그걸 뿌리치며 시비를 걸었다.

"마 놔봐라 새끼야. 일마가 지금 나한테 시비 털고 있는 거 안 보이나?"

"디지기 싫으면 그냥 조용히 꺼져라."

"이 개노무 새끼가!"


장동철이 크게 오른손 주먹을 휘두르며 덮치자 철진은 뒷차기 한방으로 그냥 장동철을 말 그대로 반으로 접어서 뒤로 날려버렸다. 붕 날아가서 폴드폰처럼 구겨져서 숨을 못 쉬겠는지 장동철은 아무 말도 못하고 고꾸라진 채 다시 일어설 생각을 못했다.


"나 아는 것 같은데, 니 어제 나 봤지?"


권철진이 배영길을 보며 물어보자 배영길은 다짜고짜 자신은 아무 말도 안 했다고 열심히 부인했다.


"아 예예. 지는 아무 말도 안 했심니더."

"됐고, 전마 저거 죽으면 곤란하니까 인공호흡이라도 좀 해줘라. 믿고 간데이."

"아 알겠심니더. 그리고 지는 행님편이라예."


철진은 피식 웃으며 교실로 향해 갔고, 우연히 이 광경을 지켜본 P 외고 아이들이 삽시간에 이 소식을 퍼트리기 시작하자 철진은 졸지에 전교에 원타치로 소문이 났다. 안그래도 부담스러운 여학생들의 선망의 눈빛은 더욱 깊어졌고, 철진은 하루빨리 천강이 와서 자신이 받는 시선의 절반을 가져가 주기를 바랬다.


[영중과 1학년 3반]


목요일 아침에 담임 선생님 황일중이 용천강을 데리고 교실로 들어오자, 철진이 처음 전학 온 날과 마찬가지로 여성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터져나왔고, 점점 오징어가 되어가는 남성들로부터는 부러움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거 어쩌다 보니 이번 달에만 우리 반에 두 명이 전학 왔다 아이가. 친구들한테 간단하게 니 소개 좀 해봐라."

"리천강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우와! 우리 반에 정우성과 장동건이 세트로 들어왔네”

“삐까삐까하네. 니네들 땜에 마 우리 눈이 호강한다 아이가.”

“누가 장동건이고 누가 정우성인지 쉽게 판단이 안 서네”

"자 조용조용! 어 천강이 니도 인천 J고 다녔더나? 니 철진이랑 원래 알던 사이가?"

"예, 어려서부터 단짝 친굽니다. 그래서 전학 온 거구요."

"와! 미치겠다. 둘이 친구란다."

"친구 따라서 부산까지 전학 오다니 정말 대단한 우정이다."

"나도 저런 친구라면 어디든 따라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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