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이 다시 시작되다.
아무도 출석을 부르지 않는데,
나는 어느 날부터 다시 손을 들기 시작했다.
내 안에서 조용히, 종이 울렸기 때문이다.
책 한 줄이 마음을 툭 건드릴 때,
필사한 문장 끝에 울컥할 때,
잘 써지지 않는 글 앞에서 나 스스로를 마주칠 때
나는 느꼈다.
지금, 나만의 수업이 필요해짐으 느꼈다.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나는 배우고 있었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오래전에는 종소리로 하루를 시작했다.
학교라는 이름의 규칙 안에서
배움은 정해진 것이었고,
출석과 성적,
그리고 졸업이라는 기준 속에 움직였다.
그땐 생각하지 못했다.
배움이 내 안에서 부터도 시작될 수도 있다는 것을.
살아 보니,
삶은 스스로 배우는 게 더 많았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지만
살면서 알게 되는 것들.
넘어지면서, 견디면서,
그리고 다시 시작하면서.
그것들을
이제는 "공부"라고 부르고 싶다.
언젠가부터,
나는 다시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펜을 들고, 아무도 묻지 않은 질문에 답을 적었다.
그 답은 정답일수도 아닐수도 있지만,
그 순간의 나는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필사는 내게 첫 벌째 종이었다.
다른 사람의 문장을 따라 쓰며,
나는 내 마음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질문은 두 번째 종이었다.
철학서를 펼치며, 나는 묻는 법을 배워간다.
그리고 글쓰기는 세 번째 종이었다.
내 생각을 문장으로 옮기며,
나는 스스로를 가르치고 있었다.
내 삶에 다시 종이 울린 건,
내가 ‘공부의 자리’로 돌아갔기 때문이 아니다.
삶 그 자체가,
이미 교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느리게, 그러나 깊게.
지정된 과목도 없고,
정해진 답도 없지만,
그 수업은 이상하게 매일 기다려졌다.
나의 사유와 감정, 실수와 도전들이
모두 하나의 교과서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나만의 마음공부, 사람공부, 세상공부 이다.
나는 이제,
내 삶이 다시 ‘학교’가 되었다는 사실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오늘도,
내 안의 작은 종소리에
출석을 부른다.
“저, 여기 출석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