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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도 성적표도 없는 학교

자기주도 학습의 철학, 나를 교사이자 학생으로 바라보기

by 마이진e

이 학교에는 교장이 없다.

누가 시키지 않는다.
누가 가르치지도 않는다.

그리고 아무도 성적을 매기지 않는다.

하지만 수업은 매일 열린다.

가르침은 어딘가에서 계속 오고,
나는 그 안에서 여전히 배운다.


그것이 이 ‘이상한 학교’의 방식이다.


어릴 적, 배움이란 건 늘 누군가로부터 받는 것이었다.
선생님의 말, 부모의 지시, 교과서의 정답.
수학의 정석 과 같은 언어로 대체되는

그 안에서 나는
시킨 대로 하는 법을 익혔다.


배움은 늘 학교나 외부에서 오는 것,
그래서 그만두면 끝나는 줄 알았다.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졸업장이 없으면,
이제 더는 배움의 길을 걸어가야 할 필요가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진짜 배움은,
누가 가르치느냐보다
누가 배우고자 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을.


나는 이제,
나의 선생님이고
나 스스로가 학생이다.


어떤 날은 질문을 던져보고
어떤 날은 스스로 답을 찾아가기도 한다.


어떤 날은 경계선에서 지치고 낙오 하기도 하지만
그또한 마음으로 극복해낸다.

다시 책상 앞에 앉는 힘 또한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다.

소위 자기 주도 학습의 장이다.


이 학교의 교장은 나다.

성적표도 그런 것은 없다.

그래서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누구와 비교하지 않아도 되고,
어제보다 오늘의 나만 바라보면 되므로


평가는 없지만
성장은 있다.

실행의 속도에 대한 규제는 없지만
실행의 여부와 깊이는 남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배움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다.


삶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내 마음을 더 단단히 붙잡기 위해,
나는 매일 이 수업을 계속한다.


때로는 책을 읽고,
때로는 걷다가 문득 깨닫고,
때로는 실패 속에서 교훈을 얻어낸다.


정해진 과목은 따로 없다.

굳이 꼽자면 글쓰기 와 사유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 의미는 그것이 나의 하루이기 때문이다.

이상한 학교다.
교장도 없고, 성적표도 없고,
졸업도 없다.


하지만 이 학교에서 나는
비로소 나 자신을
제대로 배우고 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오늘도
수업을 마친 듯한 기분이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나의 수업시간으로 되돌아 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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