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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쓰는 글, 함께 걷는 길

당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는 순간

by 마이진e

나는 그저 조용히 쓰고 있을 뿐이었다.
누가 읽든 말든, 그날의 마음을 한 줄씩 꺼내 놓았다.
계획도 전략도 없었다.
내가 사라지지 않기 위해, 오늘의 나를 기록했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댓글 하나가 나를 멈춰 세운다.
“이 글, 마치 제 이야기 같아요.”
내가 나를 위해 쓴 문장이 누군가의 마음에 말을 건 순간이었다.
그 짧은 한마디가 하루 종일 내 마음을 붙잡았다.


그 후로 또 하루, 또 한 사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내 글에 손을 얹어
공감 버튼을 눌러주고, 내 말끝에 조용히 말을 보탰다.

“저도 그래요.”
“저도 요즘 이렇게 살아가고 있어요.”
낯설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그렇게 글은 나를 확장시켰다.

‘나 혼자만의 이야기’였던 문장이, 어느새 ‘우리의 이야기’로 바뀌어 갔다.
처음에는 혼자였지만, 글은 점점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내 목소리와 다른 목소리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울려 퍼졌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글을 쓰자는 제안이 닿았다.
17명이 모였다. 그리《당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는 순간》이라는
공저 전자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책이 세상에 나오자, 하루 만에 독자들의 리뷰가 쏟아졌다.
눈물이 날 만큼 감사했다. 숫자보다도 그 안에 담긴 마음이,

우리가 함께 쌓아 올린 흔적임을 증명해 주었다.


나의 문장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또 다른 문장이 내게 다가오는 경험.

그것은 혼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기쁨이었다.

공저는 단순히 원고를 모아 엮은 결과물이 아니었다.

서로의 목소리를 존중하고, 글과 글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이었다.
내 글을 조금 낮추고, 다른 이의 문장을 끌어안는 경험.
그 안에서 오히려 내가 잃어버렸던 내 목소리까지 다시 찾을 수 있었다.

‘함께 쓴다’는 말의 무게. 그것을 나는 처음으로 온전히 체험했다.

그리고 그 무게가 낯설지 않았다. 누군가의 글과 내 글이 나란히 놓였을 때,
그 사이에 다리가 놓이고, 그 다리 위를 또 다른 독자가 걸어왔다.

그렇게 기회는 확장되어 간다.


전자책을 통해 새로운 독자가 들어오고,
공유된 글이 또 다른 만남을 만들어냈다.
쓰는 일이 결국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다리라는 것을,

나는 그제야 실감했다. SNS는 빠르게 흐른다.

잊히기 위해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들.
그 사이, 누군가는 멈춰 서서 내 글을 읽었다.
좋아요 대신 머무름과 생각을 나누어 주었다.

그런 순간들이 나를 회복시켜 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쓴다.

다시, 또 한 사람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은 확성기가 아니다.
다만, 나의 진심이 묻은 문장을 조용히 건네는 일.
그 작은 연결이, ‘이상한 학교’를 더 이상 이상하지 않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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