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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가 이렇게 했다고?

쇼펜하우어 처럼 듣는 법

by 마이진e

말이 많은 세상이다.

누구나 본인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한다.


SNS에, 단톡방에, 숏폼 영상 안에

자기 목소리를 던진다.

목소리는 넘쳐나고, 귀는 점점 닫혀간다.


이런 세상에서

말은 적지만,

왠지 모르게

조용히, 깊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있다.

진심으로 듣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 앞에 서게 되면 사뭇 진중해진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의 저자 에릭 와이너는

‘쇼펜하우어처럼 듣는법’을 소개하며 말한다.

진짜 경청은 단순히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존재하게’ 하는 일이라고.


말을 한다는 건,

내가 살아 있고, 존재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다.


그 말을 들어 준다는 건,

그 신호를 수신하고, 받아들이는 일이다.

존중이자, 공감이자, 배려인것이다.


우리는 보통

상대가 말하는 동안 머릿속으로 답을 준비한다.

어떤 조언을 줄까,

내 경험 중 뭐가 비슷하지

이 대화를 어떻게 마무리할까.


결국 그 순간, 듣는 행위는 멈추게 되어진다.

그리고 우리는,

듣는 척 말하는 사람으로 변한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나는 복잡한 마음으로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아직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친구는 내 이야기를 끊고 말했다.

“그건 말이야, 네가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해.”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의 불꽃이 사그라 들었다.


위로보다는 평가를 받는 묘한 기분.

이야기를 나눴지만,

마음속 열기가 바람빠진 풍선처럼 사그라진다.


또 다른 친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을 다 듣고, 잠시 침묵한 뒤 이렇게 말했다.

“그런일이 있었구나. 엄청 힘들었겠다.”

그 말 한 마디에 울컥했다.

내가 필요했던 건 충고가 아니라,

내 말을 온전히 들어주는 한 사람이었다.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할 준비만 할 뿐, 듣지 않는다.”

듣는다는 건

내 마음을 비우는 일이고,

상대방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일이다.


그 자리는 침묵으로 채워질 수도 있고.

느린 말과 긴 숨으로 가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기다리는 태도, 바로‘경청’이다.



이 책에서는 “듣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묻는다.


상대를 존중하는 삶,

속도를 늦추는 삶,

침묵 속에서 관계를 짓는 삶.



우리는 소크라테스처럼 질문하려 애쓰지만,

진짜 배울 건 어쩌면

쇼펜하우어처럼 듣는 태도인지도 모른다.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네가 가끔 아무 말 없이 들어줄 때,

그게 나한테 제일 큰 위로였어.”

나는 알았다.

듣는다는 건 말보다 더 큰 사랑일 수 있다는 걸.


말을 줄이고, 마음을 연다.

질문보다 중요한 건,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이 있다.

그걸 들을 줄 아는 사람이,

진짜 좋은 사람이 아닐까. 곰곰히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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