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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것인가?

by 마이진e

건축을 인문학적 관점으로 바라 본다면

그 해답은 무엇일까?


어디서 살것인가? 라는 질문 보다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가 맞지 않을까?

그렇게 삶을 이해하고 건축을 이해하고 삶을 품어주는

공간으로 거듭나는 건축물들이 많아지기를

책 한 권이 내게 이렇게 물어 온다.

“너, 어디서 살고 싶니?”



살면서 ‘사는 곳’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 하는 시간이 더 많다.


유현준 건축가는 책속에서 『어디서 살 것인가』라는 말로

그 반대의 질문을 던져준다.


“어떻게 살고 싶은데? 그럼, 그에 맞는 공간을 지어야지.”


저자 유현준님은 건축가 이자 작가로

대중과 소통을 통해서 건축의 인문학적 가치를 알리는

건축학과 교수 입니다.


어떻게 살고 싶냐며 그에 맞는 공간을 지어야 한다는 말이

나는 참 멋진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시골에서 나고 자랐다.

기와지붕이 얹힌 한옥집.

눈이 부시게 햇살이 쏟아지던 대청마루,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나와 놀던 넓은 마당,

할머니가 손수건을 빨던 개울가.

그곳이 나의 첫 공간이었다.


그 시절의 공간은 사람과 사람이 쉽게 닿을 수 있는 구조였다.

문턱 하나만 넘으면 이웃의 안부가 들렸고,

대청마루에 앉으면 사계절이 그대로 내 품으로 들어왔다.

함께 밥을 먹고, 수박을 잘라 먹고,.

밤이면 별을 보며 웃었다.


그러다 도시로 왔다.

넓은 골목길이 있는 양옥집.

처음엔 마냥 우리집 인줄만 알았으나,

샛길 사이의 뒷문으로 들락 거리며 알았다.


이웃과 종종 반찬을 나눠 먹고,

동네 아이들은 골목을 운동장 삼아 뛰놀았다.

그 공간 안엔 아직도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지금은 아파트에 산다.

현관문을 열면 복도가 있지만,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른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인사보다 침묵이 익숙하다.


안전하고 편리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고립된 삶.

공간이 변하니, 관계도 사라졌다.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공간이 곧 삶이라면, 우리는 어떤 삶을 그리며 살아야 할까.


단순한 삶을 살아 왔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의 방식으로 사람을 만나고,

디지털로 연결되며, 물리적 공간의 의미를

다시 정의 하는 시대로 나아가다 보니


넓은 공간을 원하면서도, 사적인 영역은 지키고 싶고,

서로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교류하고 싶은 욕망은 여전히 크다.


건축은 기술과 연결, 공동체와 사생활의 균형을 고려한

‘사는 곳’을 넘어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담은 공간으로


즉 삶의 방식과 가치관이 녹아든 공간철학을 담아내야 한다.


미래의 공간은 단지 건물을 짓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연결하고, 삶을 품고, 생각을 넓히는 일이 되어야 한다.


그런 세상을 위해,

건축가들과 도시 설계자들이 이 변화의 흐름을 읽고

사람 중심의 공간을 설계해 주기를 바란다.

우리가 살아갈 공간이

고립이 아닌 교류를 위한 그릇이 되기를.


공간 자체로 지친 마음을 품어주고,

생각을 자라게 하고,

이웃의 온기가 스며드는 구조가 되기를.


어릴적 좋아했던 만화 '개구쟁이 스머프' 속

'스머프의 마을' 같은 그러한 공간이 현실화 된다면

멋지지 않을까?라는 상상도 해 본다.


다양한 인물이 만화속처럼 교류하고 헤쳐나가고

상상하고 협력하고 이루어 낼수 있는 공간이라면

살기 좋은 마을 공간 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공간 안에 살지만,

결국 그 공간이 우리를 만든다.

이제, 좋은 공간이 좋은 삶을 만들어주는 시대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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