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좇는 미각
1. 미슐랭 가이드는 어떻게 ‘입맛의 기준’이 되었는가
1900년대 초, 자동차 타이어 회사 미슐랭은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로 식당 평가를 시작했다.
이후 ‘미슐랭 가이드’는 세계 최고의 미식 기준으로 자리잡았고,
‘별 세 개’는 단순한 맛 평가를 넘어선 문화적 권위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출발한 이 가이드라인이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좋은 맛’의 기준을 정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떤 질문을 남긴다.
2. 파인 다이닝과 권력의 위계
파인 다이닝은 단순한 고급 식사가 아니다.
그것은 식사의 의례화, 서비스의 계급화, 공간의 위계화를 동시에 내포한다.
‘정중한 서비스’, ‘절제된 플레이팅’, ‘와인 페어링’ 등은 모두
유럽 상류층 문화에 뿌리를 둔 미식 코드다.
그 안에서 ‘멋진 식사’란 단지 음식이 아닌,
태도, 교양, 경제력을 포함한 전체적인 계층적 퍼포먼스가 된다.
3. 사대주의적 미각의 내면화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지에서 미슐랭 스타를 받은 식당은 즉시 ‘성지화’된다.
현지 전통 음식점도 미슐랭 가이드의 평가 기준에 맞추기 위해
인테리어를 바꾸고, 플레이팅을 서구화하며, 때로는 조리법까지 수정한다.
이는 단순한 국제화가 아니라,
서구적 미각 권위에 대한 내면화된 숭배, 즉 사대주의의 미각화된 형태로 볼 수 있다.
4. 로컬 음식과 전통의 왜곡
한국의 손맛, 거리 음식, 투박한 식문화는
미슐랭의 기준에서 ‘과한 소리’, ‘불친절’, ‘청결 문제’로 간주되기 쉽다.
그 결과 전통 음식점조차 미슐랭 기준에 맞는 외관과 서비스를 모방하며,
본래의 공동체성과 지역성이 희미해지는 현상이 벌어진다.
‘전통의 재해석’이라는 이름으로 균질화된 고급 음식 문화가 확산되며,
로컬리티는 자취를 감추고, 서구 미각의 욕망이 점점 더 깊게 침투한다.
5. 우리는 무엇을 ‘좋은 음식’이라 부를 것인가
‘좋은 음식’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그 기준은 단순한 맛을 넘어, 무엇을 가치 있다고 여기는가에 대한 문화적 선언이다.
별을 좇는 미각은, 결국 우리가 누구의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묻는다.
섭생의 우아함은 별을 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테이블을 구성할 수 있는 미각의 주체성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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