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엌데기’와 ‘셰프님’ 사이의 간극
한때 밥을 짓는 일은 ‘부엌데기’라 불리던 여성들의 몫이었다.
누군가의 식탁을 책임지는 일이었지만,
그 노동은 정성이나 사랑으로 꾸며지지도,
기술이나 지식으로 평가받지도 못했다.
그저 반복적이고 단순한 일,
집 안에서 격리된 채 수행되는 천한 일로 여겨졌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부엌은 무대가 되었고,
그 위엔 ‘셰프님’이라 불리는 남성들이 조명을 받는다.
주방은 ‘키친’이 되었고, 요리는 철학과 콘텐츠가 되었다.
단정한 칼질, 정제된 플레이팅, 잘 짜인 이야기까지—
그 모든 것이 과거의 부엌과는 다른 위계의 언어로 포장된다.
‘부엌데기’와 ‘셰프님’ 사이엔 단지 성별이 아니라
호칭의 권위, 노동의 가치,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회의 태도까지
길고 깊은 간극이 놓여 있다.
2. 요리의 계급화와 젊은 스놉 문화
요리를 잘하는 남자는 이제 매력적인 이미지가 되었고,
요리는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예술이자 퍼포먼스,
그리고 자기관리의 일부로 소비된다.
SNS 속 음식은 미학적으로 구성되고,
식탁 위의 경험은 취향을 과시하는 수단이 된다.
음식은 점점 더 이미지화되고,
먹는 행위는 기호나 환상의 대상이 되어간다.
이 흐름은 단순히 남녀의 역할 전환을 넘어서,
중산층이 자신의 감각 자본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맛집 지도, 먹거리 기행, 인증샷은
이제 교양의 척도이자 은근한 우열의 표식이다.
이른바 ‘셰프님 문화’는 그 위에 놓인 감각의 위계이며,
동시에 snob적 욕망이 작동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3. 소박한 밥상조차 연출된다
'6시 내고향'에서 '삼시세끼', '골목식당'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집밥과 손맛은 방송 안에서 다시 등장하지만
그 밥상은 누군가의 생계를 위한 실제 공간이라기보다
연출된 배경 위의 이야기다.
시골 할머니의 칼질도, 엄마의 반찬도
이제는 프로그램의 테마가 되고,
추억은 포장되고, 정서는 편집된다.
집밥은 어느새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브랜드가 되었고, 콘텐츠가 되었다.
4. 섭생의 윤리를 다시 불러내며
오늘날의 음식문화는 기술과 감각, 연출과 브랜드로 정교해졌지만,
그 체계 바깥에 놓인 조리노동의 역사와
가려졌던 여성들의 손은 여전히 조명되지 않는다.
‘셰프님’이라는 호칭이 계급이 되고,
밥 짓는 손이 사라질수록,
요리는 생활이 아니라 시장의 언어가 된다.
누가 조리했고, 누가 사라졌으며,
보상받지 못한 천대, 치뤄지지 않은 임금,
전해지지 않은 감사는 왜 질문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