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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라반 Aug 09. 2017

유명산 등반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유명산을 등반했다

친구 두 명과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짧게 1박 2일로 양평을 찾았다. 첫째 날 유명산을 올랐다. 일주일에 두 번씩 등산을 하는 아빠와 엄마의 말로는 2시간이면 천천히 가도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다고 했다. 젊은 너희는 뛰어서도 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25살인 나는 내 다리를 믿고, 부모님의 말을 듣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올랐다. 유명산은 두 등산로가 있었다. 2km인 짧은 코스로 올랐다. 내려올 때는 4.3km로 계곡과 함께 있는 길을 골랐다.


친구와 실없이 말장난을 나누며 걷던 나는 0.2km를 걸었을까, 말이 없어졌다. 입은 숨만 쉬기에도 벅찼다. 0.4km를 걷자, 다리가 무거워졌다. 반쯤 올랐다고 생각했을 때, 0.5km 지점이었다. '내 다시는 산에 오르지 않을 것이다'라고 마음먹으며 발을 움직였다.


중간중간 쉬면서 좋은 공기를 마시고 새소리를 들으며 감탄이 나오는 풍경을 보길 기대하며 걸었다. 산을 오르면서, 남은 방학은 어떻게 보내고 다음 학기를 다닐 마음가짐과 나아가 졸업과 취업을 고민하려고 했다. 산은 내게 그런 여유를 주지 않았다. 한 숨 한 숨 쉬기 바빴고, 한 걸음 한 걸음 뻗느라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어쩌면 산은 그런 곳 일 수도 있다. 862m 높이의 유명산 앞에서 보름 남은 방학기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는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토익점수와 학점을 고민하는 나를, 산은 '그걸 왜 여기서 고민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드는 모든 고민이 산에게는 의미 없었다.


얼마나 자주 쉬든, 숨을 내뱉고 들이마시고, 다리를 한 발짝 앞으로 내딛는 것만이 의미 있다고 유명산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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