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서점 야탑역점
요즘 중고서점을 자주 찾는다. 그냥 딱히 할 게 없을 때, 약속 시간 전에 시간이 남을 때, 커피는 마시고 싶지 않을 때, 중고서점에 간다. 중고서점에서 책을 구경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어떤 책이 여기에 올까?'
누군가에게 좋은 책이었다면 책장에 고이 간직하고 싶었을 텐데. 책에 읽은 흔적이 남았을 텐데. 메모를 하거나 밑줄을 그었을 텐데. 혹은 지인에게 읽어보라며 건넸을 텐데.
중고서점의 책에는 메모나 밑줄이 없다. 읽은 흔적도 없다. 펴본 자국도 없다. 누렇게 바랜 종이는 옛 주인의 무관심을 가슴 깊숙이 품고, 새 주인의 애정을 기다릴 뿐이다.
옛 주인도 설렘을 가득 안고 그 책을 쥐었을 거다. '이 책을 읽으면 내 인생이 나아질 거야', '이 책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이 책을 읽으면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가 바쁜 생활에 치였을 거고, 생각보다 재미가 없고 어려웠을 거다. 이사 가는데 함께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그렇게 종이는 점점 노랗게 변하다가 여기에 왔겠지.
사람만 보면 꼬리를 흔드는 유기견처럼 누런 책도 새 주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 보일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