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위한 최소한의 음식은 '약',
그 이상은 '탐심'

철학적으로 요리하고 철학적으로 먹기 - 영만 스님 3편

by H영

삭발하는 날의 영양 별식, 찰떡과 두부 지짐


죽이 선방스님들의 단골 아침메뉴라면 특별한 날에만 먹는 영양보충식도 있다. 보름에 한 번, 삭발하는 날에 먹는 두부 지짐과 찰떡이 그것이다.


“선방에선 삭발일이라고 해서 보름마다 스님들이 단체로 머리를 깎아요. 그날은 참선도 잠시 쉬고 자율정진을 하며 영양보충을 하죠. 영양식은 삭발을 마치고 점심공양 전에 간단히 하는데 산중에서 뭐 특별할 게 있나요. 절마다 차이는 있지만 태안사에선 주로 두부지짐이와 찰떡을 해 먹었어요. 기름에 노릇노릇하게 지진 두부를 간장에 찍어먹으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죠. 떡메로 쳐서 만든 찰떡은 밥알이 듬성듬성 씹히면서 구수하니 입에 착착 안기죠. 수행의 시름도 잠시 잊게 하고 기운을 북돋아주는 음식이었죠.”


태안사에서는 삭발일이나 절에 큰 행사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찰떡을 준비했다. 여러 사람들의 힘이 보태어져 떡메로 내려친 찰떡은 요즘처럼 기계로 뽑아낸 것과는 감히 비교할 수도 없는 맛의 경지가 있었다. 밥알이 적당히 씹히면서 구수하고 투박스럽던 그 맛은 그야말로 ‘태안’과 같았다.


찰떡만큼이나 일품이었던 것이 또한 우거지찌개와 시래깃국이다. 김장할 때 버려진 배춧잎 찌꺼기나 무 이파리를 엮어 처마 밑에 보기 좋게 달아두는 것만으로도 이것들은 세월을 담아내며 우거지와 시래기라는 근사한 작품이 되어갔고, 절집의 보물 같은 식량이 되어주었다.


“어찌 그런 기막힌 발상을 어찌 낼 수 있었는지, 옛사람들의 지혜는 정말 대단해요. 배추나 무잎 찌꺼기 하나 버리고 않고 활용하는 것이나 영양적인 측면에서나 문수보살이나 낼만한 발상 아니겠어요. 태안사에서도 김장철만 되면 우거지나 시래기를 만들어 겨우내 찌개나 국을 끓여 먹었죠. 절에선 사실 그만한 보약이 없어요. 고기보다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이죠.”


처마 밑 한 귀퉁이에 달려 우거지와 시래기로 변신해 가는 그 자태를 바라보노라면 영광의 굴비꾸러미도 부러울 게 없었다. 맛도 맛이거니와 미관상으로도 더없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바람과 햇볕과 세월의 기운을 담아낸 그 천연의 황금빛깔을 천재화가 고흐라도 흉내 낼 수 있었을까.


“은사스님 법문 중에 ‘많이 먹으면 똥만 바가지로 나온단 말입니다’라는 말씀이 있어요. 많이 먹는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몸의 영양분이 되는 게 아니라 일정 양을 제외한 나머지는 쓰레기일 뿐이라는 거죠. 은사스님은 모든 면에서 수행자의 모범을 보이셨는데 ‘일중일식日中一食’과 ‘장좌불와長坐不臥’를 실천하셨어요. 수행을 위해 몸에 필요한 최소한의 음식과 잠만 취하신 거죠. 잘 거 다 자고, 먹을 거 다 먹고는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평생의 삶으로 보여주셨어요.”


불가에서는 흔히 ‘삼독’을 말한다. 그것은 탐심(탐하는 마음 貪心)과 진심(성내는 마음 嗔心), 치심(어리석은 마음 癡心)의 세 가지 독을 일컫는다. 음식이란 몸에 필요한 최소한을 섭취했을 땐 약이 되지만, 그 이상을 취할 때는 탐심이 되고 만다. 그때부터는 마음이 수행이 아닌 음식에 가있게 된다. 삼독으로 치면 탐심과 치심이 된다. 수행자에게 그러한 마음은 해로운 독이요 걸림이 됨은 당연하다.


그러나 처마 밑 우거지와 시래기 타래를 보노라면 그 자태가 어찌나 탐스럽고 식욕을 돋우는지, ‘바라봄’만으로도 탐심이 절로 일렁인다. 불가와 스승의 가르침을 익히 알건만 처마 밑에서도 주체 못 하는 마음이랴.

"공부는 어째 글러먹은 듯싶어요.”(웃음)


스님의 이 같은 한탄에 왜 이토록 공감이 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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