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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옥 Apr 12. 2023

교수의 바지나 청소부의 바지나

바지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교수가 이런 거 입고 출근하면 기분이 어때요?”

“나 강의할 때도 이 바지 입어요."



그저 바지일 뿐

오늘 청소하러 갈 때 입었던 바지는 내가 강의할 때도 즐겨 입는 바지다. 교수라고 특별난 옷을 입는 게 아니다. 그 검정 바지는 그저 바지일 뿐이다.

왜 교수는 “이런 거"는 안 입을 거라고 인지했던 걸까? 무엇이 교수와 청소부가 입는 옷 따위 사이에 선을 그은 것일까? 우린 모두 그저 사람이기에 같은 물을 마시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다.


유니폼

처음 알바를 시작했을 때 청소하기에 편한 바지 한벌 사 입고 싶었다. 그때 시급은 15 달려였다. 아무리 저렴해도 내 시급보다 저렴한 바지는 동네 월마트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청소알바를 하기 위해 검정 바지를 사 입자니 그것도 우스운 일이란 생각이 들어 그냥 집에 있는 아무 검정바지나 주워 입고 나가기 시작했다.


검정 바지

한국에서 시어머니께서 각종 먹거리와 바지를 보내주셨다. 브랜드가 없는 프라다 기질의 검정 고무줄 바지다. 편하게 입으라고 보내주셨지만 한국 옷들이 스타일도 퀄리티도 워낙 훌륭하다 보니 편하게만 입기에는 너무 세련되었다. 그 바지에 블라우스와 재킷을 걸쳐 입으니 여느 정장바지보다 훌륭한 스타일이 연출됐다. 이 바지를 강의할 때, 청소할 때 겸해서 입게 되었다.


인종이 오줌 색을 결정하는 게 아니듯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라는 영화에서 NASA STG 부장 알 해리슨 (Al Harrison) 역을 맡았던 케빈코스트너 (Kevin Costner)의 대사가 생각이 난다. “We all pee the same color.” 백인이던 흑인이던 우리 모두의 소변색은 같다는 말이다. 정말 과학자 다운 시원한 발언이었다.

주인공 캐서린 존슨 (Katherine Johnson)이라는 계산원이 화장실을 다녀오느라 업무시간에 장시간 자리를 비운게 되어 해리슨 부장이 화를 내자, 캐서린은 근무하는 건물에는 흑인전용 화장실이 없었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상사 캐빈이 화를 내며 "백인 전용" "흑인 전용" 화장실 팻말을 쇳도구로 부수어 떼어버리는 장면은 정말 통쾌했다.


내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교수가 되기까지는 물론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지금 이 자리까지 그냥 오게 된 것은 아니다. 그에 따른 사회적 지위를 얻을 자격은 있다. 하지만 내가 교수라서 하우스키퍼보다 나은 사람이라는 공식은 성립할 수 없다. 교수가 입는 바지나 청소부가 입는 바지나 다를 바가 없다. 

화장실에 있는 변기도 우리가 싸는 소변 색깔도 인종을 차별하지 않듯이,
바지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을 차별할 뿐이다.


* 이 글은 <나에게 솔직해질 용기>에 담긴 에세이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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