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란을 떠나 이집트로, 아브람의 거짓말
아브람은 노아의 아들 셈의 자손이다.
창세기 12장은 신의 명령에 따라 아브람이 정착해 살던 하란 땅을 떠나 새로운 땅 이집트로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님께서 아브람에게 말씀하셨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 그리하여 너는 복이 될 것이다. 너에게 축복하는 이들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조주를 내리겠다. 세상의 모든 종족들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창세기 12장 1절~3절)
노아가 그랬듯이 아브람도 역시 신의 명령을 따른다. 자신의 뜻을 내세우지 않고 겸손과 순종으로 신의 뜻에 따른다. 신이 선택한 사람들은 자신의 뜻을 내세우지 않았다. 그들은 순종하며 겸손한 자세로 운명이 떠미는 방향으로 저항 없이 갔다. 삶은 언제나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뜻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내거나 절망을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들은 달랐다. 그들은 고난을 기꺼이 감수한다. 신은 그런 그들에게 보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큰 복을 내린다.
그들이 그렇게 고난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었던 것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복을 주겠다', 지켜 주겠다', '번성하게 하겠다'라고 하신 신에 대한 신뢰와 믿음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고난의 시기는 있다. 그리고 그 고난의 시간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나는 고난을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것에 비유하고 싶다. 끝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 터널도 끝이 있다는 것을 알기만 한다면 버텨낼 수 있지 않을까?
하란을 떠난 아브람은 가나안에 먼저 정착을 한다. 하지만 가나안에 기근이 들어 다시 이집트로 떠나게 된다.
하지만 도착한 이집트도 역시 기근이 심했다.
이집트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그는 자기 아내 사라이에게 말하였다. "여보, 나는 당신이 아름다운 여인임을 잘 알고 있소. 이집트인들이 당신을 보면, '이 여자는 자자의 아내다.' 하면서, 나는 죽이고 당신은 살려 둘 것이오. 그러니 당신은 내 누이라고 하시오. 그래서 당신 덕분에 내가 잘되고, 또 당신 덕택에 내 목숨을 지킬 수 있게 해 주시오." (창세기 12장 11절~23절)
아름다운 사라이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집트 파라오는 기근이 심했음에도 아브람에게 양과 소와 수나귀, 남종과 여종, 암나귀와 낙타들을 선물로 줄 정도로 매우 호의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신은 파라오와 그 집안에 여러 재앙을 내려 아브람의 아내 사라이를 지켜주셨다.
파라오가 아브람을 불러 말하였다. "네가 도대체 어찌하여 나에게 이런 짓을 저질렀느냐? 그 여자가 네 아내라고 왜 나에게 알이지 않았느냐? 어찌하여 그 여자가 네 누이라고 해서, 내가 그를 아내로 삼게 하였느냐? 자, 네 아내가 여기 있으니 데리고 떠나라." (창세기 12장 18절, 19절)
아브람이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아내를 누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신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 거짓말로 자신은 물론 사라이의 목숨도 위태롭게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브람도 어쩔 수 없는 나약한 인간임을 보여주는 사건이 아니었나 생각이 된다. 신의 명령에 순종하여 삶의 터전을 떠나 나그네살이 또한 기꺼이 받아들인 아브람이기에 그의 나약함으로 벌어진 사건을 신은 직접 개입하여 그들을 위험에서 보호하셨다.
노아와 아브람을 통해 받아들이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께서 방송 인터뷰를 통해 이런 말씀을 하셨던 적이 있다.
무엇인가 강렬하게 이루고자 열망했더니 결과적으로 바라는 대로 되지도 않을뿐더러 힘만 들었다. 하지만 주어진 것에 충실했더니 그다음 문 앞에 서있게 되고 또 그 문을 지나 주어진 것에 충실했더니 어느새 지금 이 자리에 와있게 되었다.
나는 노아와 아브람의 받아들이는 삶이란 이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지금을 받아들이는 삶은 어떤 것일까?
그 삶은 때론 달가운 것일 수도 있고 달갑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을 좋다 나쁘다 판단하지 말고 겸손한 자세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10장은 하느님과 아브람과의 계약에 대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