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가 저것들을 먹기 위해 챙겨가는 것인가 어디에 내다 팔기 위해 챙겨 가는 것인가 싶을 만큼 상당히 많은 이바지를 받아 오기도 한다.
촌수저가 이래서 좋다니까.
물론 비단 저런 콩고물이 있어서 친정에 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일단 갔다 하면 빈 손으로 오는 법이 없다.
마침 이번에는 올 들어 첫 수확한 수박이며 옥수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올해는 뭐든지 텃밭에서 키운 것들이 늦어지는가 싶어 조바심이 다 났는데 결국엔 시간이 다 해결해 주었다.
달이 차고 날이 가면 언젠가는 저것들(?)이 다 커서 익고 알차게 여문다.
엄마는 내가 도착할 시간에 맞춰 옥수수를 미리 쪄 놓으시고(바로 가져가서 다 큰 우리 집 '애기들' 주라고) 나만 기다리고 계셨다.
"애기들은 안 왔냐?"
나 혼자만 덜렁 거실로 들어서자 서운하신 눈치였다.
"이제 곧 방학하니까 그때 와서 자고 간다고 합디다."
그건 이미 아이들과도 합의 본 사항이었다 물론.
아무리 같이 가자고 가자고 해도 우리 집 초등 4학년과 6학년인'애기들'은 끝내 따라나서지 않았다.
"이놈들, 할아버지 집에도 안 오고. 인자 안 줘야쓰겄다."
아빠는 정말 많이 서운하셨나 보다. 코빼기도 안 비친 외손주들 몫으로 앞으로는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안 주겠다고 폭탄선언을 하셨다. 하지만 곧바로 옥수수를 스무 개도 넘게 따서 이미 껍질을 벗기고 계셨다. 그리고 손수 그 많은 것들을 다 내 차로 가져다주셨다, 물론.
"엄마, 활머니가 농사 잘 지었네. 옥수수 진짜 맛있다."
"그치? 설탕 뿌린 것 같지? 정말 달더라. 할머니가 다음엔 더 많이 주신대.(=그러니까 어지간하면 바쁜 스케줄 없으면 같이 외가에 가자, 좀)"
"그래?"
"응, 다음에 가면 너희가 직접 따서 가져와라. "
하도 옥수수가 달길래 혹시 설탕을 살짝 뿌리서 찐 게 아니냐고 엄마를 추궁했으나 엄마는 전혀 그런 일은 없다고 하셨다.
비록 외가에는 안 갔지만, 편하게 앉아서 그 맛있는 옥수수며 수박을 실컷 먹고 저녁에는 외할머니와 통화를 하며 딸은 어쩜 그렇게 옥수수 농사를 잘 지으셨냐고 호들갑을 다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