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먹고 싶으면 먹고 와.(이번엔 너한테 기대해도 되겠지? 너는 만에 하나라도 엄마 몫을 챙겨 오겠지?)"
딸이 혼자서만 맛있게 붕어빵을 사 먹고, 은근히 내 몫까지 기대했다가 결국 아무 콩고물도 내게 떨어지지 않은지 겨우 하루가 지난날이었다.
아들은 다를 거야.(그러나 다르긴 도대체 뭐가 다르단 말인가)
몇 년 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붕어빵을 사 먹고 온 날 그게 너무 맛이 있어서 엄마도 주겠다고, 그게 식을까 봐 붕어빵이 담긴 봉투 입구를 손으로 꽉 잡고 제 품 안에 넣고 집으로 달려왔던 아드님이 아니신가. 그것도 미리 사두면 붕어빵이 식을까 봐 친구들과 같이 사 먹을 때 내 몫을 같이 사지 않고 실컷 놀다가 집에 올 때 굳이 다시 그 붕어빵 파는 곳으로 찾아가 사 왔다는 사연을 들려줬던 날, 그날의 감동은 절대 잊을 수가 없었다.
그다음 해에는 어땠던가.
한 번 해 봤다고, 굳이 집까지 달려 올 필요성까지는 못 느끼고 거기에서 집까지의 거리가 붕어빵이 식을 정도의 거리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나름 시간을 계산하고 사 오지 않으셨던가. 중요한 건 혼자만 먹고 입 닦지 않았다는 사실 아닌가.
전날 딸이 오롯하게 저 혼자만 맛있게 슈크림으로 하나 팥으로 하나 공평하게 두 가지 맛을 다 보고 온 후, 딸의 가방이나 겉옷에서 (내 몫의) 붕어빵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어 잠깐 아쉬워지려고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속없이 난 또 아들에게 뭔가를 기대하게 되었던 거다.
드디어 아들이 집에 도착했고 나는 애써 태연하게 물었다
"우리 아들, 붕어빵 맛있게 먹었어?(=엄마 몫은 어디 있는 게지?)"
"응, 오랜만에 먹으니까 맛있었어."
"그래, 그랬겠다.(=그런데 엄마 몫은, '혹시라도' 없는 거라니?)"
"역시 날씨가 추워지면 붕어빵을 먹어 줘야지."
"그렇지.(=엄마도 먹어 줄 줄 아는데)"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설마,
이렇게 끝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찰나, 아드님이 뭔가 갑자기 생각난 듯 말씀하셨다.
"참, 엄마 슈크림 붕어빵을 좋아하지?"
"우리 아들 어떻게 알았어?"
"내가 당연히 알지. 옛날에 내가 엄마한테 사줬었잖아. 기억나?"
"당연히 기억나지. 그걸 어떻게 잊겠어?"
"그때 내가 붕어빵이 식을까 봐 봉지 꽉 잡고 집까지 막 뛰어 왔었잖아. 집에 왔을 때까지 붕어빵이 안 식고 따뜻했었잖아. 그것도 생각나?"
"그럼. 당연히 생각나지. 엄만 평생 기억할 거야. 죽을 때까지 안 잊어. 아니, 죽어서도 우리 아들이 엄마한테 해 준 것 안 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