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이 월요일이라 다행이야
스승과 성년과 딸
2023. 5. 13. 스승의 날이면서 생일이면서< 사진 임자 = 글임자 >
"이제 주말만 지내면 내 생일이네. "
"정말 그러네."
"드디어 내 생일이야. 친구들이 어떤 선물을 줄까?"
"너무 기대하는 거 아니야?"
"친구들이 내 생일 선물 준다고 했어. OO도 내 생일 선물 사준대."
"그랬어? 뭐 사준대?"
"내가 말한 게 있지."
요즘 애들은 생일 선물도 지정해서 사주나 보다.
그동안 딸은 반 친구들의 생일날 종종 생일 선물을 챙겨주곤 했었다.
그러면서 '대놓고' 그들에게서 그 보답을 바라고 있었다.
'give and take'라기 보다, 내가 오해하는 지도 모르겠지만 '주었으니 마땅히 받아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어디 보자, OO가 내 생일에 선물 준다고 했고, OOO도 준다고 했고, 또..."
"합격아, 지금 뭐 하는 거야?"
"응, 내 생일에 선물 준다는 친구들 세고 있어. 기대된다. 또 내가 그동안 친구들한테 선물도 해줬으니까 그 친구들도 주겠지? 빨리 내 생일이 왔으면 좋겠어."
"그래. 올해는 다행히 스승의 날이 월요일이네."
"옛날엔 주말이어서 얼마나 내가 억울했다고."
"올핸 학교 가는 날이라 좋겠다."
"당연히 좋지."
딸의 생일은 5월 15일, 스승의 날이다.
작년에는 일요일이었고, 재작년에는 토요일이었다.
우리 집에서는 '스승의 날 = 딸의 생일'이다.
기억하기도 쉽다.
물론 우리 집의 어떤 이는 그날을 깜빡했던 적도 있었다.(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그 주인공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기로 한다. 아마 여러분은 누구인지 절대 짐작조차 못할 것이다.)
2015년, 그 해는 무려 학교에서 근무할 때였는데 말이다.
아무리 요즘 스승의 날 행사도 축소하다 못해 안 한다 하더라도 그래도, 학교에 근무하면서 어쩜 스승의 날을, 자그마치 딸의 생일을 모르고 넘어갈 수가 있단 말인가!
딸의 생일이 다가오면 친정 쪽 식구들의 축하 전화가 밀려들곤 한다.
좀처럼 깜빡하기 어려운 날이 아니던가.
(물론 시가에서 축하 연락이 없다고 서운하다는 말은 전혀 아니다.)
"근데 합격아, 그날이 스승의 날인 것도 알지? 성년의 날이기도 해."
"알지."
"혹시 고마운 선생님 있었어? 그동안 말이야."
"응, 난 3학년 때 선생님이 제일 좋아. 그다음은 작년 선생님. "
"그래? 지금 담임 선생님은 어때?"
"음, 괜찮아. 좋아. 스승의 날이라고 선생님한테 편지 안 써도 된대. 어버이날에도 안 써도 된다고 하셨고. 아무튼 편지 안 쓰니까 너무 좋아."
"그랬구나.(=그래서 엄마한테 올해는 네 편지가 안 왔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눈이 빠지게 네 편지를 이제나저제나 기다렸구나.)"
"빨리 월요일이 됐으면 좋겠다."
"그래."
딸은 스승의 날보다 오로지 자신의 생일이라는 것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올 초부터 생일을 빌미로 이것저것 요구하기 시작했다.
생일날 낳느라 고생한 건 나인데 왜 저 어린이가 저리도 호들갑이란 말인가.
가끔 도가 너무 지나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자면, 딸은 작년 5월 16일부터 자신의 생일을 기다려왔다.(고 나는 느꼈다.)
아무리 '생일 찬스'를 남발하기로소니 이렇게까지 할 수가 있을까 싶을 만큼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물론 '내가 언제 낳아달라고 한 적 있느냐'며 따진다면 나는 또 침묵을 지킬 수 밖에.)
"그건 그렇고 먼저 너를 이렇게 예쁘게 낳아 준 엄마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 엄마가 아니었으면 넌 태어 날 수도 없었잖아. 물론 아빠한테도 고마워해야 하고."
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물론.
"날 낳아줘서 엄마한테 먼저 고마워하라고 할 거면 엄마도 먼저 외할머니한테 엄마 생일날 엄마를 낳아줘서 고맙다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
라는 답변이 돌아올 것을 나는 뻔히 알고 있었으므로.
누구 딸인데...
* 세상의 모든 스승님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