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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May 31. 2023

엄마도 서른둘, 담임 선생님도 서른둘

한창나이 서른둘이래요.

2023. 5. 25. 한창일 나이

< 사진 임자 = 글임자 >


"엄마, 우리 반 OO엄마는 서른두 살 이래."

"진짜? 엄마랑 띠동갑도 더  되네"

"응, 우리 선생님이랑 동갑이래."

"정말?"

"신기하지?"

"일찍 결혼한 편인가 보네. 스무 살 정도에 결혼했나? 엄만 서른둘에 결혼했는데 말이야."

"다른 친구 엄마도 서른 살이야."

"합격이 너희 반 엄마들  중에 젊은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근데 저번에 OO엄마는  살이라고 하지 않았어?"


보자 보자, 평균을 내 보자.

30대 초반의 엄마도 있고 50 중반의 엄마도 있고 40대도 있을 테니까, 나는 그저 중간은 되는 거라고, 아주 젊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나이가 많은 축에도 안 드는 편이라 위로하면서 딸의 이야기를 의미심장하게 듣고 있었다.


"그 친구 엄마는 딸이랑 같이 나가면 자매 같겠다. 요즘 엄마들은 다들 자기 관리를 잘해서 진짜 어려 보이더라. 어쩔 땐 진짜 자매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더라니까."

"그래?"

"일찍 결혼하면 아기도 일찍 낳고 얼른 키워 버리니까 더 좋을 수도 있지. 엄마 친구 중에도 스무 살 조금 넘어서 결혼한 친구도 있어. 아마 큰 딸이 스무 살도 넘었을 거야 이제."

"뭐 하러 그렇게 일찍 결혼할까?"

"엄마도 모르지."

"빨리 결혼하면 좋을까?"

"좋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사람들마다 생각은 다르니까. 일찍 아이들 키우면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애들이 키우니까 나중에 더 편할 수도 있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애들 키우는 게 나을 수도 있지. 나이 들 수록 체력이 점점 떨어지니까. 근데 또 일찍 결혼한 사람들은 또래 친구들이 대학도 가고 직장 생활도 하고 친구들이랑 어울려서 놀러도 다니고 자유롭게 사는 거 그런 걸 못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남들이 애들 키운다고 바쁠 땐 일찍 결혼해서 애들 다 키운 사람들은 더 여유로울 수도 있겠지?"

딸은 심각하게 내 얘기를 듣고 있었다.


요즘은 마흔 넘어서도 결혼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30대 후반에 첫 출산을 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나는 서른두 살에 결혼하고 서른셋에 딸을 낳았는데 그때만 해도 나보고 노산이라며 주위에서 얼마나 말들이 많았는지 모른다.

시대가 변하니 많은 것들이 변한다.

"결혼은 최대한 늦게 하고, 아기는 최대한 빨리 낳는 게 좋을 것 같아."

결혼 전에 내가 종종 하던 말이었다.

반드시 결혼을 해야겠다는 마음은 없었으나 할 거면 최대한 그 시기를 늦추고 싶었고, 이왕 결혼해서 자식을 낳을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낳는 게 좋을 듯싶었던 것이다.

점점 체력이 예전만 못한 것을 온몸으로 느끼는 요즘 그런 마음이 더 강해졌다. 앞뒤가 좀 안 맞는 거 아닌가도 싶긴 하지만 말이다.


딸이 젊은 엄마를 둔 친구를 부러워하고 있나?

"우리 집에서 엄마가 제일 나이가 많잖아!"

라며 걸핏하면 내 나이를 들먹이는데 자꾸 엄마 나이 타령을 하는 이유가 뭐지?

내가 더 일찍 결혼했더라면 어땠을까?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만은 확실하다.

그랬더라면 넌 아마 세상 구경도 못했을 거다, 얘야.

순간의 선택들이 매번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지.

이게 아니었더라도 저게 될 수는 없는 거야, 반드시.

이미 지난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앞 일은 결코 알 수 없으니 오늘도 그냥 살아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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