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플 땐 참지 말고 울자

엄마 곁을 지키는 조카에게

by 엘 리브로

이모에게 전화해 줘서 고맙구나.

이모에게 슬픈 마음을 보여줘서 정말 고마워.

네가 가장 힘들 거라는 걸 알면서도 건드리면 툭 하고 서러운 눈물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올까 봐 먼저 손을 내밀지 못했구나...


환아, 많이 힘들지? 이모들도 힘들어서 우는데 네가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구나.

지난 금요일에 내가 끓여준 닭죽을 잘 먹었고 최근 들어 가장 생기가 있었던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번 주에는 뭘 만들어 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또 입원했다는 소식에 오늘은 나도 많이 힘들었단다.

난 요즘 네 엄마와 함께 자랐던 어린 시절이 많이 생각나. 엄마가 우리 곁에 오래오래 머물기를 바라면서도 엄마를 위해서는 너무 많이 아프지 않기를 빌어줘야 하는 게 맞겠지. 그런데도 할 수만 있다면 오래도록 붙잡아두고 싶구나.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참지 말고 하길 바라. 잠에 빠져든 엄마 옆에 앉아서라도 마음속에 있는 말들 다 꺼내어 얘기하렴. 나중에, 정말 아주 먼 나중이 되길 간절히 바라지만, 엄마가 떠나고 나면 '그때 이 말을 할 걸 왜 못 했을까...' 후회하며 가슴 치는 일이 없도록 말이야.

엄마 옆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네가 얼마나 힘들지 안단다. 하지만 엄마를 가까이서 보고 만지고 껴안을 수 있는 지금의 시간들이 주어진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도...


괜찮은 척하지 말고 울고 싶을 땐 울어.

이모도 네 엄마를 생각하며 운단다.

지금 우린 너무나 슬픈 시간들을 보내고 있지...

슬프구나. 너무나도 안타깝고, 지나간 시간들이 그리워.

"그래도 너무 슬퍼하지만 말고 지금 엄마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이 순간을 감사하자."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니, 그건 너무 억지스럽구나. 사실은 하나도 감사하지 않단다.

왜 착하디 착하기만 한 동생이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따져 묻고 싶은 것이 솔직한 나의 심정이란다. 신이 있다면 신에게, 운명이 있다면 운명에게라도 소리 지르고 싶은데 어디에 대고 한탄해야 할까나...




이번 주말에는 엄마를 휠체어에 앉혀서라도 벚꽃 만발한 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아야겠다고 생각했단다. 치과에 다닐 때마다 늘 지나치면서도 일정에 쫓겨 공원에 들르지도 않고 눈으로만 봤는데 지난 일요일에 우연히 그 옆을 지나다가 차를 멈추고 들어갔지.

아장아장 걷던 너를 유모차에 태워 네 엄마와 이모들과 누나들이 함께 나들이 갔던 그 공원 말이야.

마음만 먹는다면 그리 멀지도 않은 그 호수공원에 왜 그동안 가보지 않았을까?

넌 양쪽 손에 누나들의 손을 하나씩 잡고 껑충거리며 뛰었고 누나들이 토끼풀로 팔찌며 반지를 만들어 너의 고사리 손에 끼워 주었지. 지영 이모는 쑥을 캔다고 몇 시간이고 쭈그려 앉아 공원 풀밭의 쑥을 다 뜯을 기세였는데...

세월이 정말 많이 흘렀구나. 그래도 생생한 그 기억 속의 젊은, 어쩌면 어렸던 네 엄마와 이모들의 모습이 사진 속에 웃는 얼굴로 남아 있단다.


환아,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을 엄마에게 전하렴...

오늘은 너무 힘들어 보이는 엄마가 내일은 좀 더 기운을 차리기를, 그리고 그다음 날엔 더 기운 내서 일어나 앉기를, 너와 눈을 맞추고 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기를 이모가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할게.

혹시라도 잊어버리지 않고 생각이 나거든 이모가 엄마한테 너무 감사한 일이 많았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전해주렴.


사랑해, 환아.

그리고 정말 고마워, 엄마 곁에 있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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