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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S가 새벽에 노크하면서 제 방에 왔었어요."

10화 사춘기아들과의 좌충우돌이야기-아들의 2차 지필고사 폭풍의 눈

by 윤슬






아들의 2차 지필고사가 드디어 시작이 되었다.

월요일은 역사 사회 국어.

화요일인 오늘은 과학과 수학.


저녁에 소고기를 볶아서 유부초밥을 만들었다.

유부개수는 24개인데 나름 많이 한다고 밥을 비볐는데 양이 적다.

한우 으깨논 남은 고기로 고추장을 넣고 볶았었다.

그 기다 흰밥을 더 넣어서 유부에 넣을 소를 더 만들었다.




너무 아끼는 지인이 돌발성 난청으로 입원을 하게 되어 어제부터 마음이 무겁다.


"아침에 출근하는 차 안에서 신나는 노래를 듣고 가는데, 다른 날보다 같은 볼륨인데 소리가

작게 들리는 거야. 그냥 이상하다 생각하고 일하러 갔지.

오전 11시쯤 되어 갑자기 한 쪽귀에서 옛날 티비있잖아. 그 주파수가 잘 안 맞아서 찌지직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왼쪽귀에서 웅웅 거리고 소리가 현저히 안 들려."


그 와중에도 일 때문에 야간근무를 하고서 오늘에서야 입원을 했다.


"오늘 병원에 갔더니 당화혈색소가 9.2래. 혈당이 300 가까이 되고...

경고였어. 7-8 정도로 당화혈색소가 계속 유지가 되었었는데...

돌발성 난청이 원인 불명이라고 하지만 당뇨로 인해 온 거 같아."




소고기 볶는 맛있는 냄새가 거실 가득 풍겨난다.

큰 딸아이는 기말고사가 끝났으나 리포트 제출이 막바지에 이러렀다.


"엄마 뭐해요?"


슬그머니 부엌에 나왔다.

딸에게 동생 기분을 떠보기 위해 슬쩍 먼저 물었다.


"네 동생 점심에 통화했는데 기분이 좋던데. 시험 잘 쳤나 봐."


"어? 시험이 너무 어려워서 정말 힘들었다고 하던데요."


"그래 정말 어려웠다고는 하더라.
이번에 선생님께서 100점 방지책으로 변별력 키우기 위해서

한몇 문제를 손도 못 대게 했다고 하긴 하더라.

그래도 네 동생 목소리가 밝고 대충 몇 점을 받을 거 같다고 해서.

엄마도 기분이 좋아.

근데 너도 알다시피 가채점에서 항상 10점 이상 깎아야 원점수가 나오더라 크크."


"사실 어제 리포트로 용쓰고 있는데 S가 새벽에 노크하면서 제 방에 왔었어요."


"어 그래 나는 그것도 몰랐네."


"과학 문제지를 들고 와서 보는 데서 풀더라고요.

모르는 것은 물어보고요.

근데 문제가 그사이 정말 어려워졌더라고요. 핫."


"워낙 과학을 좋아하니 과학을 못 치면 모든 과목을 망쳤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


"네 과학을 엄청 좋아하죠. 한 새벽 2시 반까지 문제 풀고, 수학도 학원에서 내어준

대비문제 중 어려운 문제도 옆에서 푸는 것 봐줬어요."


곱고 마음은 솜사탕 같은 딸에게 고마운 마음이 절로 들었다.

늘 티격태격 싸우고 해도 필요한 게 있으니 누나 방에 들어가 물어도 보고 딸아이도 동생 공부 봐주고.

이럴 땐 너무나도 바람직한 남매지간이닷.(너무 사랑스러운 나의 전부인 아이들.)




아침에 아들이 먼저 엘리베이터 앞에 나갔다.

그리고 양말을 껴신고서 부리나케 나가니 아직 엘리베이터도 못 탔다.

어제 새벽 늦게까지 공부한 것은 그렇다 치고 엘리베이터에게 왕짜증을 내뱉기 직전이다.


아 나도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웬만하면 그냥 태워주고 싶은데 내 출근시간도 빠듯하다.


"택시 타"


"돈 없어요. 엄마 토스로 만원만 넣어줘요."


'아니 이놈아 전동 킥보드 판 돈은 어디다 감춘 거니?'


속에서 천불이 나면서 가슴이 콱 막혀온다. 꼭 아침에 5분만 일찍 가도 지각을 면할 것을.

그 기다 이놈아 오늘은 네가 제일 좋아하는 과학과 수학시험 치는 날 아니니.

좀만 일찍 일어나든지 미리 말을 하든지 돈이 없다고.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출발도 못하고 계좌 이체를 하는데 자꾸 에러가 뜬다.

애는 벌써 도로변에 나가서 택시를 부르고 있는데에에에뎅뎅뎅뎅뎅...




거실 통유리를 통해 천둥 번개가 친다.

비가 쪼라라락 시원하게 쏟아지고 멀리서
경전철 덜커덩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냉장고 문이 번갈아 가며 열리고 두 놈들 들락날락.

큰아이 냉동 블루베리 어디 갔냐고 묻고

토요일 밤늦게 공동구매로 찾아 놓은 건데
벌써 1킬로 없어졌다 울상이다.

그 사이 내가 한 봉지 다 먹었다 말하는 누나의 동생.

나눠먹으라 2 봉지를 샀더니 또 싸우고 있네.


에라 모르겠다. 배불리 두 놈 먹였으니

글이나 한편 쓰고 헬스장으로 줄행랑.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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