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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샘이 찾는애들 3명 다 지금쯤 PC방있을거야"

11화 사춘기아들과의 좌충우돌이야기-동생과 인터넷강의 수업을 함께한 누나

by 윤슬 Jul 1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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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들이 장마로 단축수업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학교에서 점심까지 먹고 하교해서 오자마자.
허기로 인해 다시 족발로 간식을 드시면서 인강수업이 남아 있었던 거였다.




비가 오락 가락 하면서 계속 뿌려댄다.

점심에 소고기콩나물 국이 나와서 아이들 생각에 마트에 갔다.

사다 보니 부추전이 먹고 싶어 졌다. 어느새 또 산 물건이 20리터 가득 2 봉지나 된다.

문제는 소고기 국거리 가격 때문이었다.

먼저 늘 가는 마트라 핸드폰 앱에서 결제를 하는데 어제 따라 앱이 켜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등록된 카드를 다시 들고 가서 결제를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소고기 국거리 할인이 적용되지 않은 것 같았다.


"죄송하지만 다시 결제를 하고 싶습니다. 앱에 와이파이가 꺼져 있어서 그런 거 같습니다."


앱이 연결이 되어 다시 폰으로 결제를 하니 가격이 더 비싸게 나왔고, 결제 명세서를 보니 국거리 가격 할인 표시가 없다. 내 계산을 맡은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은 신입으로 보였는데 안절부절못하였다. 옆에 베테랑 점원에게 상황을 설명했으나 저녁시간대로 손님이 많아서 봐주시질 못했다.


"죄송하지만 손님 물건을 다시 전부 들고 와서 찍어 봐도 되겠습니까?"


신입 청년은 진땀을 흘리면서 사정하였다. 원래 나는 까다로운 사람이닷. 핫.

(안 그렇다고 말하기엔 조금 찜찜하여 고백한다.) 그냥 내가 해결하고 싶은 것만 해결이 되면 단순해서 그냥 넘어갈 텐데. 자꾸 할인이 적용되었다고 말하고 계산을 3번 했는데 모두 가격이 다르게 나온다.

결국은 젊은 청년이 어디선가 점장님을 모시고 왔다.


"여기 소고기 가격은 따로 할인된 가격을 컴퓨터 옆에 붙여 놨는데 왜 이걸 안 찍었어요?

신입이 아무것도 모르는데 가르쳐줘야지. 손님 죄송합니다."


배도 너무 고픈데 30분이 넘게 지체되고 나니 진이 빠졌다.

젊은 신입 청년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럴 땐 대충 넘어가지 못하는 내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양손 가득 무거운 종량제 봉투 20리터를 들고 비를 맞아 젖은 머리상태로 운전석에 앉았다.

아. 당 떨어져. 내 손은 이미 앉자마자 종량제 봉투를 더듬고 있었다.


"아 여기 있네. 검은 점이 듬뿍 박힌 20% 할인된 달콤한 바나나야."




투덜거리며 집에 와서 정구지, 양파, 호박 그리고 튀김가루 부침가루를 찬물에 버무려서, 전을 만들어 순식간에 두 접시를 딸과 홀라당 먹었습니다. 이제야 정신이 좀 들었습니다.^^


자. 이제부터 딸이 어제 점심 이후 동생과 어쩌다가 사회와 체육과목 두 시간 동영상강의를 들었는지 썰을 풀어 보겠습니다.




(딸의 목소리를 빌려봅니다.)

독서실에서 점심을 먹으러 집에 왔다.


띠리릭~~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더니 동생이 들어왔다.


"너 이 시간에 웬일이야?"


"비가 많이 와서 집에서 나머지 2시간 인강 들으래.

아 배고파. 족발 시켜야겠어."


"점심 안 먹었니? 먹고 왔다고? 하핫.
어찌 되었건 지금 시킬 거니? 잘됐다. 누나도 뭐 먹을 참인데 같이 먹자."


그 길로 배달음식을 기다리며 근 2시간 정도 동생방에서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동생은 컴퓨터로 인강을 들을 준비를 시작한다. 옛날엔 줌으로 시작했는데 이젠 인원수당, 시간당으로 금액이 책정되어 무료수업이 가능한 시스템의 B사로 학교에서 바꿨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비용은 절감된 방면 화면이 잘 끊기는가 하면 화질도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이것도 차츰 익숙해지고 유료화가 될 수도 있겠다.


"어 준비 됐나?

 S야. 화면 잘 나오나?"


사회선생님께서는 일방적으로 동생 S 하고 점검대화를 이어나가신다.

동생은 금방 온 족발을 먹으려다 말고 빠르게 화면을 켜서 대답을 했다.


"네 선생님."


동생은 아무 일 없는 듯이 아주 능숙하게 인강준비를 완료했다.

사회과목 선생님께서 반장을 기준으로 해야 하니 연신 동생 S의 이름을 불러댔다.


"어 S야. 화면 중앙이 잘 맞나? S야. 화면 밝기는 어때? 근데 요 녀석들 화면 안키나?

다 어디로 토끼 삤나? S야. 고(사투리 그놈들쯤으로.) 세 명이 안 보인다."


"화면 중앙이 약간 안 맞아요. 샘 화면밝기는 이제 적당해요. 애들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 볼게요."


얼떨결에 나는 동생과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들으며 중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누나. 샘이 찾는 애들 3명 다 지금쯤 PC방에 있을 거야.

내한테 간다고 했거든. 크크큿"


동생은 잠시 화면을 살짝 끈 뒤, 점심도 먹고 왔는데도 족발 한입을 크게 입에 털어 넣었다.

바로 그때.
큰 목소리의 선생님 목소리.


"어 거기 00이니? 어 그기 땡땡이 맞니?(수없이 반복해서 부르셨다함.)

혹시 너 땡땡이 동생이가? 혹시 동생한테 부탁한건가?(혼잣말까지 하심.)
어디 말 좀 해봐라...
(너무도 안타까운 선생님 목소리. 불러도 대답 없는 목소리...)

어 거기 00맞냐고?  얼굴 좀 보자. 마스크만 끼어도 되니 얼굴 보여줘. 어 거기 아까부터 천장만 비추고 있네.

니 네들 이러면 이름 적어서... 내일 담임 선생님께 갖다 낸다."


그런 와중에 동생은 소리 없이 웃고 있다.

애타게 찾던 3명은 PC방에, 천장을 비추는 친구의 행방을 동생만 알고 있는 듯.


"야 너 반장 맞네. 반장 맞아."


이 소리를 하자마자 동생의 어이없는 눈빛에 맞아 죽을 뻔.

아직 어리게만 느껴지던 동생이 반장역할도 잘하고 있고 선생님과 대화도 잘 통하며, 반 친구들과도 소통이 잘 되는 모습이었다.(뿌듯.)


"자 어쨌든 수업을 하자. 오늘은 애덤 스미스다.

이 사람이 시장 경제에 대해... 했던...(말 아는 사람? 유명한 말이제?)"


채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보이지 않는 손요"


"어 그기 누고? 니 내일 학교 오면 교무실로 선생님 찾아 온나. 간식 줄게. 꼭 온나이."


그렇게 시끌벅적 수업이 시작되었다. 아이들도 저마다 한 마디씩 하고 선생님은 수업을 하시는데 시간이 지나자, 거의 대부분 화면은 회색사람형상만 있고.(접속만 하고 마이크 꺼져 있는 상태.) 동생은 잠시 족발을 먹을 때만 화면을 껐다가 반장이기 때문에 수업 내내 화면을 켜두었다.


그렇게 사회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었다.

갑자기 담임 선생님께서 나타나셨다.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을 무척 살가워하는 듯했다.

스스럼없이 얘기도 하고. 담임 선생님께서 교실을 둘러보고 나가신 뒤 문제의 대화가 오갔다.

왁자지껄 떠드는 통에 다 들리지는 않지만, 누군가 화면이 켜져 있는 창으로.


"나가 뒤져라."


담임선생님께서 안계신줄 알았는데 그 소리를 듣고 난리가 나셨다.


"얘들아 그 누고? 누가 그런 나쁜 말 하노? 누군지 빨리 말해라.

친구들 사이에 그런 말 하면 안 된다고 했나 안 했나."
(동생의 담임선생님 그저 사랑스러우시다. 전지적 작가시점이 되었네.)


화면은 빙고칸처럼 켜져 있는데, 아이들은 접속만 하고 카메라를 안 켜니 사람형상의 회색만 보이고 아예 접속도 안한 몇 명은 PC방으로 탈출을 했거나, 자고 있거나 딴짓을 하고 있는 거라고 한다. 그리고 문제의 친구는 폰으로 접속을 해서 화면을 켜서 에먼 천장을 밝히고 있는 경우다.


담임선생님 애타는 소리가 들린다.


"얘들아. 10분 남았어. 수업 들어갈 준비 해라. 제 시간에 들어올 자신 있는 애들만 접속 끊어도 된다.

자. 다음 수업은 체육시간이다."


그러곤 담임은 접속 안된 애들을 확인하고 독려한다.

마지막 수업이다. 체육시간.

선생님께서 화면으로 들어오시자마자,


"모두 카메라 켜"


라고 외치셨다.

동생 반 아이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고, 동생은 한마디 했다.


"아 체육선생님 별론데..."


이유는 간단하다. 무섭고 까다롭다고 한다.

여기까지 수업을 같이 듣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저녁 식탁에 둘러앉아 딸과 동생의 인강풍경을 신나게 떠들고 있을 때였다.

그야말로 빗속을 뚫고 동생님이 등장하시었다.

나는 다 들었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하고 물기를 털고 있는 아들에게 물었다.

마침 3번째 전이 다 구워져 접시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S 비 많이 오지? 금방 부추전이 나왔는데 먹을래?"


"네에. 근데 이게 무슨 전이에요? 아무것도 없네."


누나랑 나는 아무것도 없는 전을 두 장이나 게 눈 감춘 듯이 먹었단 말인가.


"야채밖에 없잖아요..."


"안 먹을래? 그게... 야채만 많이 넣고 구웠어."(-나)


"먹어봐. 맛있어... 먹어보면... 말이야..."(-딸. 말줄임 안에 많은 게 숨겨져 있다.)


맛있게 먹긴 했으나 갈수록 없어지는 나의 전 굽는 실력을 나의 딸은 한마디 불평도 없이 먹어줬다.


"그래서 안 먹겠단 거니?"


"먹는다구요."


아들은 안방욕실에서 물기를 닦고 손발을 씻은 다음 식탁에 앉았다.

며칠 전 졸업 앨범 찍기용 형광색 주황 핫팬츠를 착용한 채.
젊음은 무엇을 걸쳐도 빛난다.




-다음 편에 계속-



(윤슬작가의 변)


비가 이토록 많이 오니 직장도 조용합니다. 많은 작가님들의 글을 읽느라 마무리가 늦네요.

정말 읽으면 읽을수록 즐겁고 다양한 정보들, 통통 튀는 표현들이 많습니다.

글을 쓰기보다 여러 가지 사람 사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있는 브런치 공간이 좋습니다.

다시 한번 느닷없지만 이 자리를 빌려 브런치스토리팀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작은 단편들을 마무리 지어 펴내시고, 책으로 발간하기도 하는 여러 작가님들을 닮아 가고 싶어요.


이전 직장 친구들과 수다 떨려고 했는데 점심 이후 비를 보고 취소했어요. 정말 오랜만에 잡힌 약속이라 속상해요. 사는 도시가 다르니 친구들이 나오지 말라고 했어요. 장마만 조금 지나가면 언제든지 만나서 회포를 풀자고. 그리고 전국적인 장마 소식에 저도 마음이 무거워져요.


오늘도 저의 아들 성장이야기를 묵묵히 읽어주신 독자님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흐린 날씨에 마음 단속도 단단히 하시어 편안한 오후 시간과 남은 하루 보내세요.

그럼 저는 조용히 물러갈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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