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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S가 2학년인가요? 혹시 3학년 아닌가요?"

5화 사춘기아들과의 좌충우돌이야기-교수님의 명강의 내용과 댓글의 답글

by 윤슬






어제 퇴근 전 브런치스토리 읽다가 우연히 발견한 댓글.


"애도 안 왔으면 좋겠다고 한 이유가 있을 텐데 그 부분은 안 알아보고 대충 넘어간 게 찜찜하네요"


아 뒷골이 땅겨. 이 원초적이고 본능적이고 정곡을 찌르는 느낌은 뭐지.

(요런 댓글 너무 환영합니다. 독자님 그리고 감사합니다. 바로 알아보죠. 오버!!!)

아 요건 또 못 참죠.




빗속을 뚫고 간 명강의를 마치고 밤 9시 직전에 집에 도착했다.


"S야 아직 안 나갔어?"


"마침 나가려고 했어요. 다녀오셨어요."


"근데 엄마가 궁금한 게 있는데 며칠 전 엄마더러 왜 학교행사에 오지 말라고 했어?"


아들은 별 기억도 없는 듯.

매사에 이런 식이다. 혼자 심각해진 나.

(아들아 그 글에 자그마치 68,128명이야. 네가 정확히 말해줘야 해.

이제 오늘로써 이글에 대한 조회수 그만 언급할게욧. 글이 연결되는 부분이라서:;;;;;;)


"아 엄마 중3 엄마들 안 왔을 거예요.

엄마 혼자 갈까 봐 그랬어요."


아 또 [화가 남]이 몰려온다. 순간 정적.


"다른 이유는?"


"없어요."




퇴근 시간을 5분 앞두고 책상 반대방향으로 의자를 돌리고 창밖에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시 눈을 감았나 보다. (그랬다 치자.)


헉 눈을 뜨니 오후 6:09분이다.


아 내가 미쳐 미쳐. 오늘 같이 중요한 날.

아이 학교에 명사가 와서 강의 들으러 가는 날.

마침 비까지 이렇게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학교에서도 문자가 몇 번이나 중복해서 왔다.


-비 오는 날씨지만 부디 참석하시어 뜻깊은 교육이 되시길 바랍니다.

-안전하게 조심히 오시길 바라며 주차는 본교건물 주차장 및 운동장에 하시면 됩니다.


주차 혼잡이 예상된다던 이전 문자는 간데 없어지고 부디 참석해 달라는 간곡한 문자이다.


나름 평상시 차림이 아닌 그 문제의 회색 와이드 바지에다 파스텔톤 분홍 상의와 짙은 청색 7부 재킷을 걸쳤다. 옷이 문제가 아니다. 비가 정말 대야에 퍼붓듯이 쏟아진다.




학교에 도착했다.

첫딸의 학교라 뻔질나게 드나들어 바로 운동장으로 갔다.

어라 이게 뭐지? 폐쇄 봉이 내려져 있다.

직진해 유턴이 안 되는 해반천 길 쪽에서 U자로 틀어서 학교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폐쇄봉이 내려진 학교정문 입구. 달려서 오던 중 다행히 조금씩 오던 비는 소강상태다.)


'강당이 2층이지.'

현관에 들어서니 파란색 덧버선을 주신다.

강의 장소는 강당에서 1층 조그만 시청각실로 바뀌었다.

사람들이 많이 안 왔나 보다.



"아 선생님 안녕하세요."


누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늦어서 혼자인 주제에 상냥하신 두 분의 여선생님께 밝게 인사를 한다.


"여기 적고 들어가세요."(친절하시다.)


-2학년 0반 OOO(사정없이 단 번에 적어 내려가신 어머니.)


"아 어머니 S가 2학년인가요? 혹시 3학년 아닌가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얼마나 지각 안 하려고 부리나케 달렸는지 아들이 갑자기 2학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시청각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영화관 같은 문을. 뭔가 고급진 느낌의 그 문을.

아 마치 내가 영화배우라도 된 것인가.

장딸막한 키(158.5센티)에 와이드한 바지. 신발은 NG. 굽이 있는 신발을 깜박했다.
그 기다 10분 이상 지각까지 하여 열변을 토해내는 교수님 앞으로 걸어간다.


안경은 안 끼지만 점점 시력이 떨어지고 모범생 코스프레가 남아 있어 굳이 앞자리를 고집한다.

PPT자료가 안 보이면 짜증도 나니깐.


겨우 4번째 자리로 더듬거리면서 걸어갔다. 이럴 때는 의외로 용감하다.

옆자리 가방을 옮겨 달라고 하고 복도 가장자리에 앉았다.




강의를 듣기 시작한다.

주제:아이의 뇌과학 이해와 효율적인 학습법

강사:대구 교대 권택환교수

(교수님 강의 하시는 모습. 교육계에선 유명하신 분이신거 같다. 정말 너무 울고 웃은 강의였다. 강의 내용은 쵝오!!!.)


강의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자녀에게 좋은 신념을 심어줘라]로 나는 받아들였다.

똑같은 강의라도 나의 상황에 따라서 경중이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울기도 하고 웃기는 더 많이 하고 순식간에 2시간 가까이 흘러가 버렸다.


그 와중에 아들 전화도 왔다.

강의 소리를 들려주니, 엄마가 강의 들으러 갔는지 확인하는 전화라 한다. 이놈이.




강의 내용을 짧게나마 정리를 하려고 한다.


/에피소드 1/


교육계의 유명한 분이 자녀가 강남권 학군에서 50등 밖에 못했어요.

한탄을 하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이후 다시 만났더니 이제 아이가 막 나간다? 고 했어요.


아버지가 속이 너무 상했는데 어느 날 퇴근해서 집에 가니 아들의 신발이 현관에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너무 고마워서 가방을 옆에 두고 아들 방을 향해 큰 절을 하였습니다.

이후 담임선생님께서 연락이 와서 말했습니다.


"아버님 00 이가 사람이 됐습니다.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대체 댁에서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여러분들 모두 아들이 아버지 절하는 것 보고 달라졌다고 생각하시죠?

(나포함 몇몇 청강자들이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눈물을 훔쳤어요.)


아닙니다. 아버지가 아들과 목욕 후 피자를 사주면서 한참 뒤 물어봤습니다.

-아들아 네가 이렇게 달라진 이유가 뭐니. 아버지 절하는 걸 봤니?

-아니요. 아버지가 먼저 달라지셨기 때문에 제가 변한 겁니다.


/에피소드 2/


아들 3명을 모두 서울대에 보낸 시골의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대체 아들 모두 서울대 보낸 비결이 뭔가?

-간단하네.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 담임을 찾아갔지.

선생님 우리 00 이가 수학 100점을 맞거든 반아이들 모두 있는대서 칭찬을 해주세요.

이후 아이는 친구들이 모두 수학이라면 뭐든지 물어보는 친구가 되었고 본인 스스로 수학박사라는

신념이 생겼고 또한 예습을 하여 자기가 모르는 부분을 미리 알아가는 학생이 되었습니다.

이후 2명은 형 따라서 똑같이 했습니다.

지능지수가 110이 3명 다 안되었어요.


/에피소드 3/


(이 분 이름을 까먹었어요. 검색해도 모르겠어요. 허 씨 같아요.)


시골에서 명문대 진학하면서 공부의 천재라고 알려진 분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저는 시골에서 자랐고 공부를 정말 못했습니다.

하루는 성적표를 받아 왔는데 너무 성적이 낮았어요. 부모님께 보여 드렸더니

-이거 잘 보관해 둬라. 다음에 네가 공부를 잘하게 되면 이런 시절이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자서전 자료가 되게 해라.


그러면서 [가가가가가양가가] 있다면

-이번에는 양이 한 마리 있구나. 이제 가만 잡지 말고 양을 잡는 방향으로 가보자.


/에피소드 4/


호이헨스의 원리*와 진자시계? 실험에 대해 말씀하셨다.

30개 정도의 진자시계를 다르게 맞춰놓고 한참 동안 그대로 뒀는데 신기하게도 젤 오른쪽 2번째 시계침 빼고는 모두 같은 방향으로 일정하게 움직였다.

마지막 남은 그 문제의 시계침도 결국은 다른 침의 영향을 받아서 일정하게 움직였다.

(호이헨스의 원리 설명하시면서 열강하시는 교수님 모습. 정말 멋지시다.)
*(다음에서 자료 가져 왔어요. 어렵지만 읽으면 이해가 되어요.^^)


기다려줘야 한다는 것을 많이 강조하셨다. 끝까지 믿고 기다려 줘야 한다는 것이다.


/에피소드 5/


교수님의 아들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고3인 아들에게 수능전까지 하루 10분간 운동을 하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그것만 꾸준히 지키면 네가 원하는 대로 놀아도 된다고 말했다 합니다.


-아버지 그러면 저는 100배의 절을 할게요.


아들이 처음에는 제대로 하는 둥 마는 둥 절을 했습니다.

무조건 100번은 지켜야 하니깐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했습니다.

하루는 70번을 하길래 횟수가 30번 모자란다고 하니 “학교에서 하고 왔어요” 했답니다.

무조건 아들을 믿어 줬습니다.


수능 전날이 되었습니다.

아들은 두 손을 넓게 어깨 너비로 펴서, 정성을 다해서 그 마지막 절을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숨이 턱 막혔고 저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답니다.)


이외도 정말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많았습니다.

다 듣고 있으니 다시 초등학생 아들부터 갓난 쟁이 자녀를 만들고 싶은 생각? 까지 들었습니다.


정말 알찼습니다.(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아들 중학교와 권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너무 많이 공개하면 교수님 다음 강의 자료 밑천이 없어질 까봐 이만 할게요(농담입니다.)




[이젠 저에게 적용할 부분들만 간단히 옮깁니다.]

(내용이 너무 길어서 읽으시기에,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군요. 그렇다고 같은 내용을 2번으로 나눌 순 없습니다.)


1. S엄마-아들이 공부를 잘하면 이모에게 전화해서 자랑하고 못하면 속상해하면서 공부에 인생을 모두 걸지 마세요.


2. J여사-실컷 방청소하면서,밥 챙겨주면서 안 좋은 소리 입에 담지 마세요. 좋은 마음으로 끝까지 해주세요.


3. 띠뽈씨-모든 것에 끝까지 믿어 주고 참아주고 아이가 PC방에 갔다면 유해환경 조사하러 갔다고 생각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인내하고 또 인내하세요.


4. 누나 H 엄마님-아이에게 좋은 신념을 늘 심어주세요. 너는 이러다가 무엇도 못하고 대학도 못 가고 평생 니 밥도 제대로 못 챙기는 어른이 될 거라 말라지 말라

(아이는 다 안다. 말로만이 아니다. 눈빛 행동뿐만이 아니라 이미 파장으로 다 느낍니다. 정말 지혜로운 엄마가 되도록 해라. 감정을 아이에게 쏟아붓는 엄마가 되지 말라. 아무리 화가 나도 그 감정을 아이 앞에서 보여주거나 풀지 마라.)


5. J과장님-아이들에게 측은지심의 마음을 가져라. 아이들은 정서가 불안하면 저장이 안 된다고합니다.


6. 허둘이여사님의 손녀-뇌는 시키면 하기 싫다 명심해라. 전교 1등과 꼴찌의 차이는 초기비용의 문제입니다.

전교 1등은 뭐든지 해야 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하기 때문에 준비하는 시간도 일을 미루어서 못하게 되는 등의 초기 비용이 정말 적게 든다는 것 기억하자.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밤새 누구에게든지 들려주라면 밤샘을 해야겠고, 글로 남기려고 해도 오늘 밤늦게 까지 해야겠다.

(깨알같이 톡 내 방에 저장한 메모들입니다.)
(하나도 버릴게 없었어요.실시간 저장이라 쫌 그래요.ㅎㅎ)
(지, 덕, 체로 일목요연한 강의 였으나 메모는 엉망이에요.오타주의.)


"어머 언니 오늘 여기서 만나네요. 잘 지내시죠?"


이전 아파트 같은 동 2층에 살던 오케스트라 열혈 봉사위원 아이 셋의 엄마를 학교 복도에서 만났다.

처음에는 너무 오랜만이라 기억이 나지 않았으나 무조건 기쁘게 인사한 뒤 기억을 더듬었다.


'미안해요'(바로 기억 못 해서)


비가 많이 잦아들고 빗속에 전조등이 빠알간 석류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도로에 차를 올렸다.

어디서 들리는 소린가.

새로운 세상으로 나오기라도 했나. 내가 외국으로 이민오기라도 했나.


차창밖 풍경과 함께 어디선가 샹송이 들려온다.

(명강의 되새기면서 돌아오던 길 마음 속에서 들려오던 샹송. 정말이다!!!. 날씨탓도 있긴 하다.)



-다음 편에 계속-



(윤슬작가의 변)


글 읽느라고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졌어요.

조금이라도 강의에서 느낀 내용을 제 관점에서 정리하느라 늦었어요.

생각할수록 명강의였고 정말 웃겨서 2시간 가까이가 후딱 갔습니다.

어디서 첫아이를 대학까지 보내보고 이름 석자 들어 보지도 못한 분이 오셔서 참

큰 감동을 안겨주고 대구로 다시 돌아가셨습니다.


목이 아파서 더 이상 글을 쓰기가 힘드네요.

퇴근 후 아들에게 삼겹살과 상추 한 단으로 아침 겸 점심을 챙겨주고

비가 와서 딸아이 알바에서 픽업한 후 지금까지 화장실도 못 간 채 글을 쓰고 있네요.


정말 글쓰기에 미치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할 수가 있나 싶습니다.

좋은 정보를 공유하려고 더 길어지긴 했는데 자녀를 키우는 보호자분들께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가장 마음을 찌르는 문장은 사실 [아이들은 정서가 불안하면 저장이 안 된다.]였습니다.

이유는 저의 성장과정이 말해주지 싶습니다.


앞으로도 늘 좋은 글로 여러분 곁에 남고 싶습니다.

이렇게 긴 글을 다 읽어 주셔서 여기까지 왔다면 정말 당신은 저의 진정한 애독자시군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서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그리너리가 저녁 7시까지만 개방을 해서 열심히 운동하고 오겠습니다.

몸무게 앞자리 5자로 바꾸고 끝자리 4로 바꾸어 보렵니다.

(눈을 감아 주세요.) 더 늙기 전에 몸이 반응할 때 빼서 친구들과 비키니 입어보고 싶군요.


그럼 이만 물러갑니다. 사진만 첨부 후 바로 올릴게요^^ 333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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