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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 주짓수 말고 복싱 배워도 돼요?"

13화 사춘기아들과의 좌충우돌이야기-아들의 배통증과 배우고 싶은것!

by 윤슬






"ㅇ"(이응)


"ㅇ"(이응)


둘이서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거실에 앉아 있으니, 양쪽 방에서 대화소리는 안 들리고 [이응 이응] 소리만 맴맴거린다.


"H야 대체 ㅇ(이응)이 뭐니?"


"아 엄마 그거 [응]을 더 간단히 줄여서 우리끼리 하는 얘기예요."


심하게 줄이네 이제. 가끔 둘이서 줄임말을 섞어서 대화를 할 때면 무슨 내용인지 못 알아들을 때가 있다.

둘이서 왔다 갔다 하면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아들은 딸에게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기도 하고 엄마보다 더 신뢰를 하는 듯 보인다.

돈이 필요하면 당연히 나만 찾는다.




어제저녁 미션임파서블 7을 보고 왔다. 중간에 다른 시리즈가 나와도 처음 본 시리즈가 제일 재미있었던 거 같다. 영화를 보면서 줄거리보다 주인공 에탄(주인공이름이 이단에서 에탄으로 들림)인 톰 크루즈만 보였다.

아이들에게 제일 첫 시리즈에 대해서 얘기하니,


"그렇게 오래됐어요? 엄마는 옛날 사람... 옛날 사람..." 하면서 아들은 놀린다.


달콤한 팝콘과 탄산음료들 그리고 나는 바나나 건조한 것을 먹으면서 신나게 봤다. [분노의 질주]처럼 파트 2가 따로 있어서 중간에 맥이 끊기는 느낌이 들었지만, 나름 선방한 영화였다. 그저 톰 크루즈의 몸 열연(액션씬)이 돋보였고 30대의 앳된 얼굴만큼이나 지금의 모습도 멋졌다.

(좌:몰래 찍은 복도 포스트/우:제일 멋지게 본 장면이 1-2초 흐른뒤다. 스포주의 ㅋㅋ)
(텅빈 영화관. 우리 뒤로 꽉 찼다. 정말이에요.)




소파에 앉아서 이제부터 브런치에 쓸 얘기를 생각하며 읽고 있던 책을 다시 보고 있다.


1. 자전거 타던, 그리고 다시 시작할 얘기.

2. 새벽 4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길게 시작해 볼까.
3. 동생이 스페인에 2주 동안 간다 한다. 나는 상상만으로 동생을 따라가며 글을 써볼까.
4.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목표를 정해서 기분 좋게 써볼까.
5. 브런치 북 발간은 대체 언제 할 거니. 그 외 등등.

그러다 침대에 누웠다. 갑자기 딸이 노크 후 안방문을 열었다.

(쓸 내용을 써놓고 보니 하도 부끄럽고 스스로 우스워서 삭제할까 하다가 그대로 둡니다. 귀엽게 봐주세요^^)




"엄마 S가 배가 많이 아프대요. 어떻게 할까요?"


놀래서 일어나서 가보았다. 배가 아프다면서 움켜쥐고 옆으로 누워있다.

맹장염은 아닌 것 같다. 진통제를 먹이려고 하다가 그거 먹고 오히려 자극할 거 같아서 참으라 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딸이 지 동생이 아프니 계속 들락거리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핫팩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등을 두들겨주고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는 것 같다.

잠이 살포시 들었는데 다시 딸이 달려왔다.


"엄마 S가 너무 아파서 못 견디겠다고 해요. 그냥 진통제 하나 먹여도 될까요?"


"응 그래 먹여. 그냥 배가 그렇게 아프면 먹으라고 해"


그리고선 잠이 들어 버렸다. 아침까지.

눈을 뜨자마자 아들에게 달려갔다. 지금은 배가 거의 안 아프다고 한다.

딸방에 들어갔다.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잤니?"


딸은 손사래를 치면서 [엄마 제가 밤에 한숨도 못 잤어요. 핫팩을 여러 번 해주고 진통제 먹이고 아프니깐

걱정이 되어서 계속...]라고 우물 거리면서 말을 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너무 깊이 자고 개운한데

다른 때 같으면 잠을 못 자고 옆에서 돌봐줬을 텐데. 어제는 새벽에 일어나리라는 그 오래된-실천은 몇년동안 안되는-생각으로 자버렸으니.




작은 방에 누워 있었다. 열이 펄펄 끓었다. 한 밤중에 내가 열이 났던 것이다.

할머니는 놀라서 나를 등에 업고 자고 있던 동생도 깨웠다. 집에 혼자 둘 수 없었던 것이다. 논을 지나, 작은 개울가를 지나, 다리를 지나, 국민학교를 지나, 송정마을 안의사 집으로 달려갔다.
할머니는 감기에 걸리면 설탕물부터 뜨겁게 끊여서 마시라고 하셨고, 가끔 간장을 물에 타서 먹으라고 했으며 여동생과 내가 아프면 열일을 마다하고 10리 길보다 더한 길도 한 달음에 달려가셨다. 그런 할머니가 계셨기에 우리는 살아났다.




"S야 방학이 2주밖에 안된다고?"


"네."


"방학 동안 체력 단련도 할 겸 주짓수를 우선 한 달 끊어 줄까?"


"엄마 저 주짓수 말고 복싱 배워도 돼요?"


아들은 단번에 주짓수 말고 복싱을 배워보고 싶다고 한다. 월요일은 그리너리도 쉬는 날이라 저녁 학원을 마치면 바로 근처 복싱 배우는 곳을 알아보러 가야겠다.




-다음편에 계속-



(윤슬작가의 변)


월요일인데도 조금 덜 바쁩니다. 하늘은 회색 구름이 드리워져 있는데 비는 내리지 않습니다.

요즘 생각만 많고 실행력이 많이 떨어지고 있어요. ㅎㅎ

통계가 뭐라고 사람이 참 간사합니다. 어제도 917명 지금도 821명 이전 글들이 다시 노출이 되었나 봅니다.
이번에는 이상하게 다른 곳이 아닌 브런치 스토리에서 조회수가 올라가는 게 특징입니다.
브런치는 어디에 눈이 달렸나 봅니다. 제 글이 다 보이게 하는 걸까요? 참 소소하게 별거 아니지만 글을 멈추지 않고 계속 쓸 힘을 주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게 예전만큼 즐겁지가 않습니다. 잘 지치고 호기심이 많은 저는 꾸준히 이 일을 계속하려면 뭔가 도전을 받아야겠습니다.
(저도 동생처럼 2주간 여행 갈 시간도 돈도 충분하면 좋겠습니다.)

남은 오후도 점심 맛있게 드시고 달려볼까요?
시원한 음료도 드시면서 힘을 내겠습니다.^^

부족한, 아주 사적인 글들 읽어 주셔서 정말로, 대단히~~~ 고맙습니다. 333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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