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사춘기아들과의 좌충우돌이야기-아들의 복싱학원 등록
퇴근해서 집에 갔다.
집에 먹을 게 없다. 공동구매하던 마트와도 서먹해져 이상하게 주문을 안하게 된다.
다시 한번 요상한 내 마음을 느낀다.
"H야. 먹을 거도 없는데 냉장고 재료 모아서 전이나 부쳐먹자."
감자, 부추, 호박, 양파와 부침가루, 튀김가루를-핸드폰으로 검색을 해서-이번엔 제대로 된 전을 부쳐서 먹어보자. 이전엔 내가 부침개만 만들면 다들 [어떻게 이렇게 바삭하게 구워내냐]면서 감탄했는데...
요새는 이상하다. 바삭거림이 하나도 없고 눅눅하고 맛이 훨씬 없어졌다.
이번엔 반죽을 딸이 하기로 했다. 나는 옆에서 야채들을 썰고 있었다.
"엄마 어제 S랑 배가 아파죽겠다는데 엄마 때문에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그래 어제 고생했지? 미안해 왜 그리 잠이 쏟아지는지. 새벽 4시에 일어난다고 알람도 맞추고..."
"저는 어제 전자레인지에 핫팩을 10번 이상 데워서 갖다 줬어요.
S가 엄마는 뭐하시냐고 물었어요. 엄마 주무시는뎅?
그때부터 웃음이 터진 거예요."
평소에 엄마가 무슨 일만 있으면 밤새 옆에서 봐주고 잠도 안 주무시는데... 엄마가 주무신다고 해서 웃음이 빵~ 터졌다는 것이다. 배가 아파죽겠는데 자는 엄마생각하니 둘 다 평소와 다른 모습에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고 한다. (요놈들 맞지? 엄마가 맹장염 아니고 밤샘은 할 정도가 아닌 직감이 맞았군.ㅎ)
부침개 재료를 썰다가 나도 모르게 실소가 흘러나왔다. 그래 엄마는 늘 그랬지. 너네들이 조금만 아파도 잠을 설치면서 침대 곁에 앉아 있거나 거실소파에서 뜬 눈으로 기다렸지.
새벽까지 안 자다가 결국은 응급실에 데리고 가서 수액을 맞히고 학교에 보낸 적도 있지.
엄마도 어제처럼 그럴 때도 있단다. 내가 생각하던 대로 몸과 맘이 움직이지 않는 때가 말이야.
결국 부침개는 대실패로 끝났다. 우리 둘은 원인은 인덕션이라며 말도 없는 그 기구 탓을 그렇게 해댔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게 내 철칙인데 먹다가 도저히 더 먹을 수가 없어서 비닐봉지에 담아 냉동실음식물 쓰레기 창고에 들어갔다.
아파트 입주민 커뮤니티에 [중학생 복싱 배우는 곳]을 올렸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 3군데 추천이 올라왔다.
부침개 처리하느라 학원 마치는 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게 학원에 도착했다.
빠르게 아들 자전거를, 뒷좌석을 누인 뒤 실었다.
-집과 학원이 가까운데 할 것인가? 그래야 학원 마치고 바로 갈 수 있다.
-학교 가까운데 할 것인가? 그러면 같이 갈 친구도 있고 학교 마치고 바로 잠시 들러도 된다.
차 안에서 잠시 대화를 나눈 뒤 아이의 생각이 너무 확고하여 바로 학교 근처로 갔다.
우리가 간 곳은 H복싱학원이었다. 도착하니 밤 9시 무렵이었는데 들어서자마자 학생들이 엄청 많은 것에 깜짝 놀랐다. 학생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연신 링 위에서 스파링을 하고 있었다.
콧수염을 기르신 원장님의 인상이 강하게 느껴졌다. 아들을 보시더니 키도 크고 잘 단련된 몸이라고 하셨다. 주짓수를 했고 중간에 잠시 쉬는 바람에 그레이벨트라 말씀드렸다. (물어보셔서 순순히 말해드림.)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며 자신도 중학생자녀가 있다고. 학원운영방식과 코치가 5명인 것, 시설들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셨고, 우리에게 묻고 싶은 것을 물어보라고 하셨다. 특이하게 느껴진 건 낮 12시부터 시작해서 밤 12시 정도까지도 운동이 가능하다는 것.
"관장님 수업료는 어떻게 되나요?"
"1달 가격은 14만 원이고 핸드랩과 복싱글러브 구입비 포함해서 18만 원입니다.
밖에서 개성에 따라 준비해 오셔도 됩니다.
그리고 지금 4년 만에 할인행사가 들어갔습니다.
3달에 32만 원에다가 핸드랩과 복싱글러브는 사은품으로 드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설명을 다하고 수업이 있다고 가시는 관장님 뒷모습을 동시에 바라보았다.
명확하고 군더더기 없는 설명을 하셨다.
관장님은 학생을 가르치러 가셨고, 모션을 취하면서 학생의 스파링도 해주셨다.
"S야. 어떻게 할까?"
"저 그냥 여기 할래요. 신경이 쓰이는 게 한 가지는 있어요. 초등학교 때 별로 안 친한 친구가 보이네요.
근데 그 친구는 축구를 잘하는 친구이고 중학교가 틀려서 상관없어요. 그리고 중학교 2학년 학생들 좀... 그런 애들이 보여요. 근데 저만 보면 조용히 지나가는 애들이에요."
내 생각에도 조건이나 관장님의 태도가 맘에 들었다.
우리는 관장님과 잠시 시선이 마주친 뒤 등록을 하고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어머니 그냥 3달 하시지 그래요."
"좀 생각해 보고 돈을 입금하겠습니다. 오늘 상담 정말 감사합니다."
아들과 천사의 날개 표시가 있는 독특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복도를 걸어갔다.
"S야. 너는 뭐든지 하면 오래 하니 그냥 3개월에 32만 원 주는 게 낫지 않을까?"
"엄마 4년 만에 할인한다는 말을 믿어요? 그리고 제가 한 달 해보고 계속 다닐지 결정할게요.
그러니 고민 말고 1달만 끊어 주세요."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 편에 계속-
(윤슬작가의 변)
사진을 첨부하고 얼굴이 나오니 모두 모자이크 처리하고 손이 많이 들어가네요.
브런치 글 올리시는 분들은 다 동감하시는 내용이겠지요.^^
아침에 문득 출근하면서 제 마음의 감사가 사라졌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1년 전 상황을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지금 직장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졌어요.
그렇게 감사를 하고 있는데...
바쁜 일들이 생기고, 화요일마다 있던 부서장 회의에 아이디어는 계속 내라고 독촉을 하시고,
그러다 보니 1시 10분에 모여야 하는데 일처리하다보니 점심 먹을 시간도 없고...
일단 회의는 다 마쳤고 긴장은 다 풀어졌지만요.
아 아침에 했던 감사는 어디로 갔나요? ㅎㅎㅎ
배가 고파서 물을 들이켜고 이렇게 오전부터 조금씩 써두었던 글에 살을 부치고 사진까지 넣어서 글을 올립니다. 이거 조금만 더 지체하고 자꾸 다시 읽다 보면 글을 못 올릴 거 같습니다.
브런치 작가님들은 다 동의하시는 것 같습니다. 웃고 계시죠? 지금.
그래도... 지금의 직장에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면접의 최전선에 계셨던 부장님은 저의 은인과도 같습니다.
어제도 사사로운 사건이 생겨서 고객에게 직접 가서... 아 정말 힘들었습니다만 부장님께서 아침에
이 캔디를 주시면서 힘내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말이 너무 길어지네요. 오늘 하루도 잘 마무리하고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저녁엔 동료들과 식사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맘껏 수다를 떨어야겠어요.
늘 감사한 마음을 전해드리면서 내일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