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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만 15세가 갓된 따끈따끈한(?) 아들이다."

15화 사춘기아들과의 좌충우돌이야기-아들의 돼지고기 볶음요리

by 윤슬





주머니 안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지르릉 찌잉.


4자리로 배열된 식당에서 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있을 때였다.

(오늘의 메뉴는 제육볶음, 오이무침, 근대된장국, 해물전, 김치다. 그리고 호박빛깔의 크림수프.)


아. 아들 S닷.


-응 무슨 일이니?

-엄마 집에 먹을 게 없어요. 뭘 먹고 학원갈까요?


나는 머뭇거렸다. 3달 동안 공동구매에 재미를 부쳐서 마트에 일주일에 3번씩 가는 일을 그만 두어 서다.


-냉장고에 고기 있는데... 엄마가 어제 캘리포니아롤을 사 오는 바람에 양념을 안 해놨지?

그러면 우선 김자반 식탁 위에 있는데 그거 먹고 갈래?

-엄마 김자반 주먹밥 이젠 먹기 싫어요.(아 미안하다. 엄마가 요즘 자주 해주긴 했엉...)
고기 먹고 싶어요. 제가 해서 먹을게요. 어떻게 하면 되는지 가르쳐 주세요.


난감하다. 친한 직원이긴 하지만 앞에 식사하는 동료도 있고 자주 이런 전화가 오지도 않는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지?


-음. 매콤하게 먹을래? 아니면 간장 넣고 할래?

-2시까지 학원에 가야 해서 빠르게 해서 먹어야 해요.

왜 학원을 오후에 오라고 해서는 짜증 나 죽겠네...(서너 번 연발한다.)


-그럼 간장을 먼저 두 스푼 넣고 설탕 1스푼 그리고 참기름 넣고...

-아니 돼지고기에 그걸 어떻게 하라고요?


-그기 두 번째 서랍에 보면 비닐장갑이 있어. 양념을 다 부은 다음에 주물러서 섞어.


전화 너머로 여러 가지 소리가 들린다.


-여기 직원식당이라서 좀만 기다려 엄마가 내려가서 바로 전화할게.

-네.


게걸스럽게 먹던 나의 입맛이 멈췄다. 아 호박가루를 넣었는지 크림수프가 너무 맛있어서 더 먹고 싶었는데...

대충 허기만 가실 정도로 먹고 죄송하지만... 남들의 시선 또 무진장 의식하면서 국그릇에 남긴 음식을 모두 담갔다. 안보일 줄 알았는데 여러 가지 음식이 잡탕이 되어서 부풀어 오른다.


재빨리 내 방에 내려와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S 잘하고 있어?

-대충요.


뭔가 들리는 소리로는 인덕션이 가열되었다 정지되는 듯한 열 오르는 소리며, 프라이팬이 그 열기에 가늘게 진동하며 떨리는 소리가 난다. 뭔가 제대로 하고 있나 보다.

그때 아들이 말했다.


-엄마 이거 양념 다 한 뒤 구워 먹으면 되는 거죠?

-엥? 아니야 그건 돼지고기 앞다리살이야. 구이용이 아니고 볶음용이야.

양념이 다 배어들면 냉장고에 며칠 전, 부침개 대실패 후 남겨둔 야채가 많이 있으니 그거 다 넣고 볶아 버려.


-네.

-근데 S. 요리가 다 되면 엄마가 제대로 되었는지 비주얼 확인 좀 하게 사진 한두 장 찍어 보내줘.

(이 순간부터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글을 쓸 준비를 했다. 아들아 미안하다. 우리 아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사진을 전송해 줄 것이므로.)


사진이 전송되어 왔다.

(좌:부추가 아들 닮아서 에너지가 넘쳐서 그릇 바깥으로 튀어 나가려한다.ㅋㅋ/우:확대해서 다시 보내준 사진. 비주얼은 갑이다. 사랑해 엄마 아들.)

시키는 대로 하는 착한 아들이다. 덩치만 컸지. 가끔 나는 아들을 성인으로 착각하고 대할 때가 있다.

아직 만 15세가 갓된 따끈따끈한(?) 아들이다. 학원원장님께서 전에 못한 수업을 오늘 미리 당겨서 연장해서 한다고 하니 짜증 난다를 연발하면서 고기를 볶던 아이.


"맛은 어떠니?"


"싱거워요."




아들 S는 요즘 컨디션도 좋고 기분도 좋은 상태다. 엄마나 누나에게 미소도 많이 보여주고.

늘 아들에게 당부한다. 누나에게 말 부드럽게 하고 누나가 너를 엄마만큼이나 사랑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누나랑 늘 사이좋게 지내라고. 누나가 자기를 엄청 아끼고 사랑하는 건 안다고 한다.


이전에는 누나를 친구인 줄 알고 정말 많이 싸웠다. 그러다 보니 누나 친구들 마저 만만하게 생각하고.

누나친구들도 아들이 6살이나 어리니 보드 게임에도 끼워주고, 누나는 친구랑 함께 동생을 데리고 영화관에서 코난과 짱구시리즈도 같이 봤었다.(세상에 내 딸 같은 누나는 드물다.) 이제는 어림도 없다. 누나 친구들도 안 끼워줄뿐더러 누나 친구가 갈 때까지 방에서 나오지도 않는다.


마냥 아기 같은 아이들도 이제 각자의 생각 주머니도 커지고 딸은 이제 생각이 성숙해져 내가 의견을 물어볼 때가 많다. 감정적인 나에 비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아들은 냉정하고 추진력이 있어 엄마가 망설이고 머뭇거릴 때 한마디 툭 던지는 것이 생각의 전환을 일으키는 일들도 많다.


늘 부족함 투성이의 엄마지만 너희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세상최강이란다. 모든 부모님들이 다 그렇듯이.



-다음 편엔 아들의 오토바이 이야기부터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윤슬작가의 변)


밤샘을 하고 어제 올린 글에 건강을 생각하라고 걱정해 주시는 작가님들의 마음에 정말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마음들이 스펀지처럼 흡수가 되고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제가 외로운가요? 우울한가요? (둘 다 아닌 걸로.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고요. 하하.)


에어컨이 빵빵한 곳에 있다가 어제 집에 가보니 너무 습기 차고 더워서 깜짝 놀랐습니다.

달력을 보니 그런 시기이군요.^^ 에어컨을 집에서 세게 틀어놓고 못 잔 잠을 보충하려고 하니 오히려 잠이 오질 않더군요.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 왔나요. 브런치 못 읽었던 글까지 모두 다 읽고, 읽던 책도 보고 정상적인 시간에 잤습니다.


아주 바쁜 가운데서도 허전하고, 잘하고 있다는 생각 속에도 잘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일도 그렇지만 끊임없이 확인하는 습관이 더 생겼습니다. 제가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생각이 많아지기도 하고요.


동생은 어제 부산역을 출발하여 인천공항에서 스페인으로 갔습니다. 가족 4명이서. 스페인이 그렇게 멀리 있는 줄 다시 알았네요.

그렇게 지도에서 손을 못 떼고 늦은 시간까지 핸드폰 속 스페인을 헤매다 잠들었습니다...


사소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고마운 마음이 더 많이 듭니다.

오늘 남은 시간도 달려보자구요. 어떻게요? 신나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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