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유정 Oct 29. 2021

돌아본다

나를 돌아본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돌아본다는 말은 고개를 돌려 뒤를 본다는 뜻인데, 내가 나를 어떻게 돌아볼까요.


내가 지나온 길을 본다는 것일까요? 아니면 과거의 자신을 3자의 입장에서 보라는 것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내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들여다보라는 것일까요? 당연한 듯 쓰던 말을 정확히 설명하라면 이상하게 어렵습니다.


사전을 찾아봅니다. '지난 일을 다시 생각하여 보다', '처지를 돌이켜 생각하여 보다'라는 뜻입니다. 맞는 말이고 아는 말인데 와닿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유의어를 보니 갑자기 깊이 와닿습니다. '되돌아보다'입니다. 되돌아보다의 뜻 역시 '다시 생각해보다'가 1번이지만, 2번 '이미 본 것을 고개를 돌려 다시 보다'가 더 마음에 듭니다. 약간 옆길로 샜지만 상관없는 것 같습니다.


나를 돌아보다. 내가 나를 보고도 굳이 또 보다. 보고 또 보다. 많이 보다. 계속 보다. 결국 잘 좀 보라는  말이 아닌가 합니다.


나를 돌아봅니다. 자연스럽게 과거보다 현재의 내가 먼저 보입니다. 후회할 행동을 하고, 부끄러워질 말을 뱉으며, 금세 잊혀질 것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살라는 자기계발서 식의 훈계를 좋아하지 않지만 스스로에게는 좀 해야겠습니다. 물론 반성의 시간은 오래 못 갑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은 엉뚱하게 이런 데만 잘 맞습니다.




반성하는 마음은 돌아볼수록 희석되고, 이내 내가 아닌 남이 보입니다. 아내가 보입니다. 가족들, 친구들, 회사 동료들도 보입니다. 친하지도 않았는데 가끔 떠오르는 같은 반 아이들, 수많은 전 직장 사람들, 옛날 살던 동네 슈퍼 아저씨까지 많이도 보입니다.


자식도 보였으면 좋겠는데 아쉽습니다. 사실 마음속에서 항상 키우고는 있지만 얼굴을 모릅니다. 나를 돌아볼 때마다  안에 가득  있어 자연스레 는데, 얼굴을 모르니 안타깝습니다.


나를 돌아본다더니 무슨 글이 이런가, 하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없는 자식 그리워하며 사는 아비는 항상 이런 식입니다. 일상이, 의식의 흐름이 온통 이런 식입니다. 삶이 온통 이런 식입니다. 어디서 타도 종착역은 하나뿐인, 거미줄 같은 지하철 노선입니다. 누가 이렇게 설계했냐고 욕먹게 생긴 지하철 노선입니다.


그러게요, 누가 이랬을까요.


이전 03화 중고 신상 다이어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