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원의 마지막에는 수국을 들일 것이다
나이가 드니 꽃이라면 다 좋지만,
그 중에서도 수국을 좋아한다.
한 송이의 꽃으로도 수국을 좋아하지만,
수국이 숲을 이루거나 무리를 이룬 모습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왠만한 수국축제가 열리는 곳은 거의 가보았다.
내 오랜 수국 사랑을 아는 남편의 머릿속에도 수국 지도가 있을 만큼,
수국이 피는 계절이 오면 수국을 찾아 떠난다.
6월이면 온 섬이 수국잔치를 여는 제주에 수국여행을 따로 간 적도 있을 정도이니
수국을 실~컷 보겠다는 원은 얼추 다 풀었으리라.
수국을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의 경우에는 어떤 꽃을 좋아하는데 꽃말이나 다른 이유가 필요한 것 같지는 않다.
탐스러운 꽃 한송이가 몇십개의 속꽃을 품고 있는 것을 수국의 매력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어떤 이유로 수국이 좋아졌는지 이유는 없다.
그저, 수국 한송이가 내게 있으면 부자가 된 기분이다.
귀한 것을 내가 품고 있는 것 같아서 좋다.
몇 해전 어버이날에 딸에게서 산수국 화분을 선물 받았었는데,
그때 수국의 꽃송이 하나하나가 보석처럼 피어나는 걸 보고 감탄!! 했었다.
이런 나의 수국 사랑을 아는 이들이 있어,
내게 좋은 일이 생기거나 축하를 할 때에는, 수국을 선물로 받게 된다.
그러니 나는 더욱 좋다.
베란다정원 얘길 하다가 왠 수국 얘기냐고 하겠지만,
내 베란다 정원에 마지막 품고 싶은 화분이 수국이기 때문이다.
아니, 명색이 내 최애가 수국인데 수국 하나는 품어야 할 것 아닌가! ^^
우리가 아는 수국이 보통 색색깔의 화려한 꽃들이라면,
목수국은 늦여름을 길게 장식하는 수수하고도 고상한 매력이 있다.
라임라이트라고 불리는 이 목수국을 보시라.
보통의 수국 꽃을 해마다 보려면, 월동이 관건이라고 한다.
따뜻하게 겨울을 나도 꽃눈이 발화가 안되고, 너무 춥게 나서도 안된다.
그런데 목수국은 베란다 월동이 된다고 하니,
내 베란다 정원의 마지막 장식은 목수국으로 정했다.
아직 가지지 못한 것을 마음에 품고 있으니 이또한 즐겁다.
내년 여름이 되면, 아담한 목수국을 하나 장만하려 나는 또 즐겁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