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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o Feb 23. 2024

베란다에 찾아온 봄 손님

튤립은 피어나고, 또 다른 튤립을 만날 일을 기다릴 일.

지난 가을 튤립 구근을 심어두면서,

나에게 봄을 기다릴 이유가 생긴 것을 기뻐했었다.

04화 봄을 기다릴 이유를 만들었다 (brunch.co.kr)


튤립 구근은 아쉽게도 내가 심었던 모든 화분에서 꽃을 보여주지는 않았고,

성급하게 삐죽 올라온 녀석 하나가 제법 실하게 꽃으로 피어났다.


입춘이 지나면서, 거실에서 다시 베란다로 이사한 나의 정원식물들.

그 사이에 붉게 눈길을 사로잡으며 튤립이 피어났다.


겨울을 수월히 지난 내 정원의 식물들은 무던히 잘 자라주는 자녀가 그저 기특한 부모의 마음이 들게 한다.

 

삭소롬도 피어있고, 란타나도 여전히 꽃을 피우고, 흰 꽃기린은 겨울 동안 꽃을 열심히 더 내어주었다.

거기에,  봄이 왔다는 신호처럼 튤립이 고개를 내밀었다.



반가운 마음에 튤립을 거실로 안고 들어오니,

한 시간이 채 안되어 바로 꽃접시가 훅 열려버렸다.

미안, 내가 너를 너무 성급히 사랑했구나;


가을 지나 겨울, 3개월을 흙 속에서 기다렸던 튤립의 구근이 꽃으로 피어났다.

대견하고 고맙고, 감탄스러운 순간이다.


이 녀석이 어떤 얼굴인지 모른 채 구근을 묻어두었을 뿐인데,

나의 어떤 예상도 모두 뒤엎는 모습으로 이 녀석과 만나게 되었다.

이런 무늬의 튤립을 나는 처음 본다. ^^


살면서 겪어보지 않았던 어떤 경험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을 때,

그런데 그것이 내가 모르던 즐거움이 되었을 때,

우리는 삶에서 유효한 행복을 얻게 된다.


이 즐거운 경험은 나를 다시 같은 경험의 확장으로 데려갈 것이다.

나는 다가올 가을을 다시 기약할 것이고,

다양한 종류의 튤립 구근을 구할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찾아올 새 봄의 튤립들과 만나는 날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기다림이 즐거웠던 나의 베란다 정원의 이야기들은,

해를 지나 새 봄에 만난 나의 첫 튤립과 인사하는 것으로 맺음 하려 합니다.


제목과 그대로, 기다리는 일이 즐거웠던 지난 계절들입니다.

여름에 처음으로 베란다 정원을 꾸미기 시작하고,

가을에 베란다에 꽃들이 만발했고,

겨울 지나 봄에 만날 구근을 심었습니다.


그 모든 돌봄과 기다림은 나의 즐거움을 찾아내는 일들과도 같았습니다.

나의 즐거움을 찾아내는 일은, 나를 돌보는 일과도 닮아있어서 그 또한 의미 있었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신 소중한 독자분들께 튤립이 찾아온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새 봄이, 새 소망이, 새로운 즐거움이 여러분을 찾아가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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