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숲보다도 커다랗던 나의 강아지
”유피가 조금 이상해“
한참 직장에서 적응하고 지내던 나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잘 지내는 줄 알았던 유피가
털이 너무 많이 빠지고 너무 야위었다는 것이다.
그 주에 당장 병원 예약을 잡아 검진을 받으러 갔고
늘 상담가던 병원에서 만성 신부전 진단을 받았다.
유피는 앞으로 수액주사를 매일 맞혀줘야 하고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많은 영양제와 약들을 평생 시간 맞춰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길면 3년 정도 수명이 남았을 거라고도 했다.
검진을 받고 온 유피는 긴장이 풀렸는지 잠이 들었고
다음날은 출근이기에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강아지들에게 산책이라도 해주고 가려고 했다.
유피는 산책이라는 말에 잠시 기운을 내 산책 외투를 입었으나, 이내 일어나지 못하고 다시 잠들었다.
늘 산책 나가자는 말에 길길이 뛰고 짖던 너인데…
그 모습에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푸들 강아지만 산책을 시켜주고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가족들 앞에선 잘 참았지만 세수를 하는데 자꾸만 눈물이 났다. 그래도 나이도 있으니 3년이면 많은 세월이라고 생각했지만… 시한부로 너와의 시간이 남겨져있다고 하니 너무 급작스럽고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날 더 큰 소식을 들었는데. 유피가 밤새 앓다가 2차 병원에 입원을 했다고 했다.
검진 과정에서 안 좋던 몸의 어느 부분이 건드려진 건지 밤새 끓는 열에 유피는 주인에게 아픈 모습을 보이지 않을 곳을 찾아 구석으로 구석으로 가려고 했다고 했다.
2차 병원은 면회시간도 정해져 있어서 하는 수없이 이튿날 겨우겨우 연차를 내어 유피를 보러 갔다.
고비를 넘긴 유피는 그래도 한창 아프던 때에 비하면 기운을 낸 것 같았다. 아빠와 내가 가려고 하니 우렁차게 짖던 너로 인해… 다른 아픈 동물친구들이 놀랄까 봐 걱정될 정도였으니.. 한편으로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다행히 유피는 기특하게 회복을 하고 퇴원을 했다.
우리는 모두 기쁜 마음으로 유피의 돌아옴을 기뻐했고… 뭐라도 먹고 기운을 내길 바라는 마음에 엄마는 사과를 직접 씹어서도 주고
몸에 열이 끓어서일까.. 시원한 과일을 그렇게도 잘 먹었다고 했다.
이제 매일 주사를 맞아야 했고… 병원에도 자주 가야 했지만. 차차 유피를 돌보고 영양제를 주는 일에도 가족들은 적응을 해나갔다.
유피의 시력은 더 나빠져 앞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그래도 강아지인 덕분에 후각으로 맛있는 것도 잘 찾아먹고 벽에 많이 부딪히거나 하지 않고 잘 적응하여 지냈다.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장은 자라나는 장기가 아니다. 유피의 신장은 점차점차 기능을 못하고
식욕 덕분에 기력은 있었지만 몸이 건강해질 순 없었다.
나는 유피를 보며 눈과 내 신장을 주고 싶다는 이식 해주고 싶다는 전혀 소용이 없는 마음이 자주 들었다.
어떤 마음은 어쩌면 그저 갖는 것만으로도 큰 위선이 되는지도 모른다.
전혀 실행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구태여 떠 올린 들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수 없는 그런 마음.
그때의 내 심정이 그랬고
지금도 역시 그러한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