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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deal Jun 09. 2024

하루를 완성하는 법

오늘을 완성시킬 수 있다면, 내일이 기대되는 삶을 누릴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사실 기쁨은 멀리 있지 않고 우리 일상 곳곳에 놓여 있다. 익숙함이라는 까만 선글라스를 벗어던지면 일상 속의 다채로움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고, 그 조각들을 모아 완벽한 하루라는 걸작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른 아침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지난밤 약속했던 대로 함께 운동을 한다. 부지런한 하루의 시작에 내가 멋진 삶을 살고 있는 듯한 기분은 한 조각의 기쁨이 된다. 반대로, 늦잠으로 게으른 하루를 시작한 당신이어도 절대 원망하지 말자. 당신이 다녀온 포근한 꿈나라 여행도 다른 색깔을 띠는 한 조각의 기쁨이다.

기쁨은 어디에나 있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흘러가는 이 세상에서, 누구는 기쁨을 누리고 누구는 누리지 못한다는 것만큼 불평등한 것도 없지 않은가! 달려온 속도가 다르더라도, 당신이 살아있다는 것은 결국 해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기에 당신은 내일도, 그다음 날도, 그 다음 달에도 여전히 살아갈 것이다. 다가올 미래 곳곳에 놓인 기쁨의 조각들을 모아보는 것은 어떨까? 그 기쁨의 선명도는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심호흡을 하고, 차분하게 우리의 주변을 둘러보자. 다양한 색깔들이 양팔 벌려 당신을 환영해 줄 것이다.

지난 며칠간

집 -

잘 다려진 바지와 단정한 셔츠를 몸에 걸친다. 단정함을 더하기 위해 답답한 가죽 벨트까지 찬다.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확인하고 가죽 구두를 신는다. 한껏 차려입은 나의 모습에서 묻어나는 멋이 좋았다. 그때 한 조각.

학교 -

깊은숨을 들이켜고 내뱉기를 반복한다. 대본 없는 발표. 등 뒤로 흐르는 한 줄기의 식은땀과 떨려오는 손, 쿵쾅거리는 심장. 내가 살아있음을 실감케한다. 자연스레 이어졌던 나의 연극 끝에 들려오는 사람들의 박수소리, 고맙다고, 고생했다고 말하는 조원들의 눈빛과 그제야 평온해지는 심장. 뿌듯했다. 그 조각들을 마음에 주워 담는다.

헬스장 -

운동 한 종목을 마치고 원판을 정리하려 했다. 10kg 원판을 원판 정리대에 끼우려 했다. 그때 나와 같은 생각이었던 어르신께서 내 옆에 나란히 선다. 나는 말없이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하지만 먼저 하시라는 말씀과 함께 나를 향해 보내온 인자한 미소, 살짝 숙인 고개. 에어팟을 뚫고 들어왔던 그의 음성에는 배려가 가득했다. 혹여나 내가 들리지 않을까 최선을 다해 외친 양보와, 그마저도 들리지 않을까 미소와 함께 기울인 고개. 따뜻했다. 또다시 반짝이는 조각들과, 할아버지가 들고 있던 원판에 적힌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20kg.

집 앞 -

어릴 적 가장 좋아하던 인형의 부드러움처럼, 나를 감싼 따뜻한 목소리. 수만 년의 노력 끝에 자구에 다다른 별빛과 시간 여행을 하듯 오고 가는 시시콜콜한 대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소리. 여기에도 한 조각.

마트 -

바질 페스토, 트러플 소스, 듀럼밀 파스타. 내 머릿속에 있던 구매리스트다. 파스타 코너에 비치된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 그 뒤에 적힌 성분표를 들여다본다. 해선장, 크림, 뽀모도로, 토마토, 로제, 봉골레... 수많은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이곳에 모여 나를 만난 소스들. 그 여정에 대한 존중과 함께 각각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속에서 찾아오는 재미 한 조각.

한양대역 -

베이커리에서 커피를 주문했다. 커피를 기다리며 괜히 빵을 구경하고, 연락 한 통 없는 휴대폰을 꺼내 만지작거린다. 그때 눈에 들어오는 반가운 얼굴. 같은 지역에서 살았던 친구다. 형식적이지 않는, 마음 깊은 곳에서 드러나는 친근함. 커피를 홀짝이며 주고받는 대화는 화사한 꽃향기보다는 싱그러운 풀 내음을 지녔다. 피어나는 반가움 한 조각.

영어에는 마법 같은 표현이 있다. 말을 꺼내는 사람부터, 그 말을 듣는 사람까지 기분이 좋아지는 한 마디.

“You made my day.”

완성된 내 하루를 마무리하는 한 마디.

"What a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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