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의 모험 –작은 몸, 큰 마음
내 이름은 엄지.
나는 또래보다 훨씬 작은 몸으로 태어났어.
교실 의자에 앉으면 발이 땅에 닿지 않았고,
줄넘기는 내 허리까지 올라와 자꾸 발에 걸렸지.
가족들은 언제나 나를 걱정했어.
“작은 네 몸이 불편할 거야.”
그 말은 나를 보호하려는 말이었지만,
때로는 내 마음을 더 작게 만들었어.
친구들 사이에서도 나는 외톨이였지.
술래잡기나 숨바꼭질을 해도,
모두가 나를 ‘깜빡’ 잊곤 했어.
그래서 나는 놀이터 대신 정원을 더 좋아하게 되었어. 정원 속에서는 아무도 나를 무시하지 않았거든.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또 혼자였어.
친구들은 웃으며 집으로 향했지만,
내 짧은 걸음과 작은 목소리는 그 속에 끼지 못했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정원으로 갔어.
장미, 국화, 이름 모를 꽃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어.
나는 꽃잎에 손을 대고 중얼거렸어.
“너희들은 좋겠다.
아무리 작아도 예쁘다고 불리잖아.”
그 순간, 물망초 옆에서 작은 빛의 문이 열렸어.
심장이 두근거렸고,
나는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지.
눈을 뜨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어.
발끝보다 작던 물망초가
나무처럼 하늘로 솟아 있었어.
“정원 속으로 들어온 거야…?”
그때, 파란 꽃잎 위에서
작은 정령 리아가 나타났어.
“드디어 왔구나, 작은 소녀.”
리아는 내 손을 잡고 물망초 숲을 지나
반짝이는 강으로 안내했어.
강 위에 놓인 꽃잎 다리는 중간이 끊겨 있었고,
씨앗들이 강둑에서 떨고 있었어.
“저 씨앗들이 바람을 타고 건너야
새로운 꽃이 될 수 있어.
하지만 다리가 끊겨 길을 잃고 말았어.”
나는 작은 몸으로 흔들리는 꽃잎 위를 건너며
다리를 다시 이어 붙였어.
햇살이 강물에 반짝이는 순간,
마지막 꽃잎이 제자리를 찾았지.
씨앗들이 바람을 타고 건너가며 환호했어.
“나 같은 작은 아이가…
정말 도움이 될 수 있구나.”
꽃잎 다리에서 돌아온 나는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렸어.
그때, 붉은 장미 궁전에서 요정들이 다급히 외쳤어.
“달빛 구슬이 꽃술 안에 빠졌어!
하지만 길이 좁아
우리 날개가 걸려 들어갈 수 없어.”
나는 좁은 꽃술 속으로 몸을 구부리고 들어가
반짝이는 구슬을 찾아냈어.
작은 손에 꼭 쥐자 구슬은 별빛처럼 빛났지.
궁전 꼭대기의 꽃등이 다시 밝게 빛났고,
요정들은 기뻐했어.
“찾았다!
달빛 구슬이다!”
나는 헐떡이며 웃었어.
“작아서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구나.”
"위잉, 위이잉~~"
정원 끝자락,
벌 한 마리가 가시에 다리가 걸려 있었어.
더 큰 문제는 사마귀가 다가오고 있다는 거였지.
“어떡하지…
나는 너무 작아서 저 나무에 오를 수가 없어.”
나는 간절히 속삭였어.
“마렌, 제발… 도와줘.”
바람결에 은빛 가루가 흩날리며
하얀 드레스를 입은 소녀 마렌이 나타났어.
“작은 소녀여,
네 마음이 나를 불렀구나.”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
“벌을 구해야 해.
하지만 나는 힘도 없고 너무 작잖아.”
마렌은 따뜻하게 미소 지었어.
“네가 가진 건 힘이 아니야.
용기와 마음이지.
그 마음이야말로 가장 큰 힘이란다.”
마렌이 작은 나를 안아서 나뭇가지에 올려주었고, 나는 가시를 밀어내고 벌의 다리를 조심스레 풀어줬어.
벌은 자유를 되찾아 꽃 위를 날며 인사했어.
“작아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도우려는 마음…
그게 진짜 힘이었구나.”
그날 밤, 정원은 달빛으로 가득 찼어.
꽃잎마다 은빛 이슬이 맺히고,
꽃들은 서로의 향기를 나누며 달빛 잔치를 열었지.
장미, 물망초, 국화, 작은 풀꽃들이
모두 나를 둘러싸며 속삭였어.
“고마워, 작은 소녀야.
네가 아니었다면 정원은 빛을 잃었을 거야.”
마렌이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어.
“작은 몸보다 중요한 건
누군가를 도우려는 마음이야.
네 마음이 정원을 지켰어.
너는 이제 이곳의 빛이자 희망이란다.”
달빛이 눈부시게 번지며 정원은 반짝였고,
나는 어느새 현실의 정원에 서 있었어.
나는 현관으로 달려가 엄마를 불렀어.
“엄마,
오늘 숲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요?”
숨을 고르며 활짝 웃었지.
“오늘 하루는 길었지만,
그만큼 의미 있었어요.”
그리고 나는 조용히 속삭였어.
“내 이름은 엄지.
작지만, 이제야 내 이름의 진짜 의미를 찾았어.”
정원에서 돌아온 엄지는
더 이상 자신을 작다고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작은 몸은 불편할 때도 있지만, 그 안에는
누구보다 큰 마음이 숨어 있었음을 깨달았지요.
세상은 크고 넓지만,
누군가의 작은 손길이 꼭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작은 씨앗이 숲을 만들고,
작은 등불이 밤을 밝히듯이요.
엄지는 이제 알고 있습니다.
“작음은 약함이 아니라, 특별한 힘이에요.
그리고 누군가를 도우려는 마음은
그 어떤 것보다 커다란 빛을 낼 수 있답니다.”
달빛처럼 고요히 빛나는 정원은,
오늘도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다시 열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모든 작은 엄지들에게,
달빛 같은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