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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아네모네, 평안의 숲

고집쟁이 민호와 숲의 지혜

by 이다연


민호는 ,

마을에서 소문난 고집쟁이였습니다.

“아니야,
나는 이렇게 할 거야!”

이 말은 하루에도 몇 번씩 민호의 입에서 튀어나왔지요.

“민호야, 코트 입고 나가.
오늘은 바람이 세단다.”

엄마가 말해도,

“싫어!
난 추운 거 하나도 안 타!”

민호는 늘 고집을 부렸습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친구들이

“민호야,
우리랑 같이 축구하자!”

하면,

“싫어!
난 혼자서 공 찰 거야!”

민호는 운동장 한쪽에서 혼자 놀았습니다.


미술 시간에도 선생님이

“오늘은 다 같이 나무를 그려보자”

민호는 끝까지 로봇만 그렸지요.


친구들은 처음엔 민호를 따라주려 했지만,

매번 자기 고집만 부리는 민호 때문에

점점 함께 놀고 싶지 않아 졌습니다.


새가 종달거리는 햇살 좋은 아침,

엄마는 단단히 당부했습니다.

“민호야,
학교 가기 전에 공원에서 한눈팔지 마라.
지각한다.”

하지만 민호는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흥,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잠깐만 놀다 가도 괜찮아.”


공원은 숲으로 이어진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푸른 나무들이 반짝이고,

잎사귀는 바람에 노래하듯 흔들렸습니다.

연못가에는 나비가 날고,

새들이 지저귀며 숲은 살아 있는 놀이터 같았지요.

“민호야, 같이 놀자!”

친구들은 가방을 벗어두고 놀자고 했지만,
민호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저었어요.

“아니야!
내 가방은 내가 꼭 들고 있을 거야.
남한테 맡기면 분명 잃어버린다고!”


그렇게 고집을 부리며 가방을 메고 뛰어다니던 민호가

연못가에서 깡충깡충 뛰던 순간,

퍽!

가방이 어깨에서 미끄러져

연못 속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으악! 내 가방! 어떡해!”

민호는 연못 가장자리에서 손을 허우적거렸습니다.


친구 하나가 손을 내밀었지만,

민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지요.

“내가 혼자 할 수 있어!”

하지만 아무리 손을 뻗어도

가방은 점점 멀리 떠내려갔습니다.


그 순간,

학교에서 종소리가 멀리서 울려 퍼졌습니다.

“땡—땡—땡—”
“큰일 났다,
지각하겠다! 빨리 가자!”

아이들은 얼굴을 마주 보더니 달려갔습니다.


민호는 여전히 고집을 꺾지 못했어요.

“혼자 할 수 있다니까!”

그러나 가방은 물속으로 더 깊이 가라앉고,
남은 친구의 힘만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민호는 결국 울먹이며 외쳤습니다.

“안 돼… 제발…
누가 좀 도와줘!”


숲 한쪽에서 한적한 산책을 하던

마렌과 요정 리아가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그들은 아네모네 꽃밭 사이를 오가던

꿀벌들을 지켜보며 평화롭게 걷고 있었지요.

멀리서 울음 섞인 외침이 들려왔습니다.

“제발…
누가 좀 도와줘!”

리아는 깜짝 놀라

날개를 반짝이며 속삭였습니다.

“마렌, 들었어?
아이가 위험에 빠진 것 같아!”

순간, 숲길에 환한 빛이 번졌고,
둘은 바람처럼 민호가 있는 연못가로 달려왔습니다.


리아는 반짝이는 날개를 퍼덕이며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멀리 떠내려가던 가방은

서서히 물가 쪽으로 밀려왔습니다.

마렌은 민호와 친구의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지요.

아네모네 꽃들을 봐.
저렇게 서로 기대어 피잖니.
흔들리는 건 괜찮아.
하지만 꺾이지 않으려면 함께해야 해


민호와 친구는 힘을 합쳐 가방을 건져 올렸습니다.

민호는 젖은 가방을 꼭 껴안으며 고백했어요.

“내 고집 때문에 큰일 날 뻔했어.
이제는 혼자서만 하려 하지 않을래.”

그때 연못가의 아네모네 꽃들이 함께 흔들리며 속삭였습니다.

“고집만 부리면
결국 스스로를 힘들게 할 뿐이야.
하지만 함께하면 서로를 지켜줄 수 있단다.”

민호는 그 말을 마음 깊이 새겼습니다.

고집은 나쁜 결과를 만들지만,

서로 도우면 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숲은 다시 평화로웠습니다.

아네모네 꽃과 꿀벌,

바람과 햇살이 어우러진 숲은

민호에게 따뜻한 약속처럼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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