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온이의 모닝글로리
아침 햇살이 창문 너머로 가득 들어옵니다.
“다온아, 학교 안 가니?”
엄마의 목소리가 방 안 가득 울려 퍼졌지만, 다온이는 이불속에서 꾸물꾸물 몸을 돌리기만 합니다.
다온이는 세상에서 꿈꾸는 게 제일 좋습니다.
밤마다 별나라를 여행하기도 하고,
구름 위에서 나비들과 춤을 추기도 하지요.
그래서일까요?
아침마다 눈을 뜨는 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되었답니다.
오늘도 다온이는 허둥지둥 옷을 입고,
가방을 메고 현관문을 뛰쳐나옵니다.
“으악, 또 지각이야!”
학교로 가는 길, 담장 곁에 하늘빛 나팔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다온이는 달려가던 발걸음을 멈추었어요.
바람에 살짝살짝 흔들리는 꽃잎이 인사를 했거든요.
“와… 예쁘다.”
다온이가 중얼이자, 나팔꽃이 속삭였어요.
“너, 또 늦었구나?”
깜짝 놀란 다온이는 눈을 크게 떴습니다.
“어… 말하는 거야?!”
나팔꽃은 부드럽게 웃으며 다시 말했지요.
“나는 아침 햇살이 있어야만
활짝 필 수 있어.
그런데 너는 왜 매일 학교에 달려가니?”
다온이는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나는… 밤마다 꿈을 꾸느라 늦게 자거든.
그래서 아침마다 늦어.
하지만 꿈속에선 정말 멋진 일들이 일어나!”
나팔꽃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어요.
“꿈을 꾸는 건 멋진 일이야.
하지만 꿈만 좇다 보면
눈앞의 아침을 놓치게 되지.”
“아침을… 놓친다고?”
다온이가 고개를 갸웃했어요.
나팔꽃은 바람에 흔들리며 속삭였어요.
“나는 하루밖에 피지 못해.
하지만 그 하루가 소중하기 때문에,
아침 햇살이 뜨면
있는 힘껏 활짝 피어나는 거야.
짧지만, 그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거지.”
다온이는 그 말을 듣고 가만히 꽃잎을 바라보았습니다.
햇살 속에서 반짝이는 나팔꽃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나는 매일 아침을 대충 흘려보냈는데…
너는 네 하루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
다온이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다음날 아침,
다온이는 오늘도 늦잠을 자 버렸습니다.
“아… 또 지각이야!
나팔꽃에게 약속했는데...”
허둥지둥 달려가던 다온이의 귀에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골목 끝, 학교 담장 옆에 개구쟁이 남자아이들이 모여서 벽에 구멍을 내고 있었습니다.
“야, 이거 무슨 꽃이야!
개구멍을 내려면 다 뽑아버려야 해.”
아이들은 웃으며 손을 뻗었고, 나팔꽃은 바람에 흔들리며 위태롭게 떨고 있었습니다.
다온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그 순간, 아이들이 다온이를 발견하고 소리쳤습니다.
“어, 늦잠꾸러기 다온이다!
어랏, 오늘은 아직 지각 아닌가? 하하하!”
놀림을 듣자 다온이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하지만 곧 두 손을 불끈 쥐고 앞으로 나섰습니다.
“안 돼!
그 나팔꽃은 하루밖에 살지 못해.
그러니 함부로 꺾으면 안 돼!”
다온이의 떨리는 외침이 골목 가득 울려 퍼졌습니다.
"늦장꾸러기가 뭐라는 거야?
신경 꺼! 넌!"
"안 돼. 안된다고.
어차피 하루밖에 못 살 꽃이라구.
나팔꽃이 너무 불쌍해."
"저리 가. 그런 거 몰라.
우리는 이곳에 구멍을 낼 거야."
"싫어, 난 나팔꽃을 지킬 거야."
그러자, 남자아이 하나가 강제로 나팔꽃을 뽑으려 나섰어요.
"안돼~ 도와주세요!"
다온이는 울먹이며 외쳤습니다.
“제발, 내 친구 나팔꽃을 지켜 주세요!
제발요. 불쌍한 친구를 도와주세요.”
다온이의 눈물이 햇살에 닿자 환한 빛이 골목 가득 퍼져나갔습니다.
빛 속에서 하늘빛 눈동자의 소녀 마렌이 걸어 나왔고,
그 옆에는 별빛처럼 반짝이는 요정 리아가 날개를 펼치며 내려왔습니다.
리아가 다온이 옆에 서서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아이야, 나팔꽃은 하루밖에 살지 못해.
그래서 오늘을 힘껏 피우는 거란다.
만약 꺾어 버리면,
그 하루는 다시 오지 않아.
너희의 하루도 마찬가지야.
지금 이 순간을 아껴야 해.”
마렌이 다온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따뜻하게 이어 말했습니다.
“시간은 누구도 되돌릴 수 없단다.
하루는 짧지만, 그 하루하루가 모여
너희의 미래가 되는 거야.”
개구쟁이 아이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우… 우린 그냥 장난이었어.”
“이 꽃이 그렇게 소중한 줄 몰랐어…”
다온이는 눈물을 훔치며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래, 나도 몰랐어.
하지만 오늘 깨달았어.
늦잠을 자면 아침을 놓치고,
아침을 놓치면
나팔꽃도 잃어버리게 된다는 걸.
이 나팔꽃처럼 하루를 소중히 살면,
우리의 하루도 반짝일 거야.”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팔꽃을 다시 바라보았습니다.
햇살 속에서 흔들리는 나팔꽃은 마치 웃는 듯,
더욱 환하게 피어났습니다.
다온이는 다음 날 아침, 서둘러 담장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어제 보던 나팔꽃은 이미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 나팔꽃이 환하게 피어 있었습니다.
다온이는 눈을 반짝이며 인사했지요.
“안녕, 새 친구 나팔꽃.
어제는 돌아오지 않지만,
오늘은 너와 새로 시작할 수 있어.”
옆에 있던 친구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꽃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날 이후, 다온이와 친구들은 매일 아침을
짧지만 힘껏 피어나는 나팔꽃처럼 소중히 맞이하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