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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진실의 꽃, 수련

거짓말, 숲에 꽃이 피다.

by 이다연

진실의 꽃, 수련



옛날, 깊은 숲 가장자리 작은 집에

한 아이가 살았어요.
말썽쟁이 철이의 버릇은 거짓말이었지요.


과자를 몰래 먹고는

“안 먹었어!” 하고 발뺌하기,
책을 안 읽었으면서도

“다 읽었어!” 하고 둘러대기.

'정말이야 깨끗하게 씻었다고."

하면서 도망가기.


엄마는 그런 철이를 보고 단호하게 말했어요.

“철아,
거짓말은 네 마음을 어둡게 하고,
결국 널 더 힘들게 만든단다.”

하지만 철이는 귀 기울이지 않았어요.

“엄마는 늘 잔소리만 해.”

눈물이 찔끔 날만큼 혼이 나자,

투덜거리던 철이는
결국 홱 문을 박차고 숲 속으로 달려가 버렸지요.


아이의 발걸음은 점점 깊은 숲으로 향했어요.
숲이 깊어지자 뺨을 타고 스치는 바람은 서늘했고,

새들은 나무라듯 낮은 소리로 지저귀었어요.
길을 잃은 철이는 금세 후회를 했지만,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그때, 눈앞에 작은 호수가 나타났지요.

"아이야, 왜 혼자 울고 있니?”

몸통이 철이만큼 큰 개구리가 걱정스레 물었어요.

아이의 마음은 쿵쿵 뛰었어요.


처음 보는 큰 개구리가 낯설기도 했지만.

솔직히 말하기가 두려워졌지요.

집에는 가고 싶지 않아서

철이는 또 거짓말을 꾸며댔어요.

“나는… 숲의 왕자야!
너희는 내 명령을 따라야 해.

안전하게 나의 집,
나의 왕국에 데려다주지 않으면
숲의 정령인 이 숲의 왕.
우리 아빠에게 쫓겨나게 될 거야!”


개구리는 눈이 동그래졌어요.

“정말이야?
숲의 왕자라니!
그럼 내가 지켜줄게.”

개구리는 아이를 태우고

안전하게 수련잎 사이로 길을 안내했지요.


하지만 아이는 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자기가 지어낸 엉뚱한 길로 가라고 명령했어요.
둘은 곧 미끄러운 늪지대로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꺄악!”

아이가 소리쳤어요.


개구리도 허우적거리며 외쳤지요.

“안 돼!
나도 빠져나올 수 없어!”

수련이 잎을 뻗어 붙잡아주려 했지만,

힘이 모자랐습니다.


비는 뚝뚝 떨어지고, 어둠은 점점 숲을 뒤덮었어요.
아이의 눈에서 눈물과 고함이 터져 나왔습니다.

“무서워. 엄마…
엄마… 잘 못했어요.
엄마... 보고 싶어…!”


그때, 희미한 빛이 숲길에 번졌습니다.
하늘을 닮은 눈동자의 소녀,

마렌이 나타났어요.

"누가 이렇게 서럽게 우나요?"

그 옆에는 작은 별빛처럼 반짝이는

요정 리아가 날고 있었지요.


마렌이 아이와 개구리의 상황을 보고 다급히 말했어요.

“아이야,
네가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널 제대로 도와줄 수 없어.”

리아도 빛을 흩뿌리며 속삭였습니다.

“거짓말은 작은 어둠을 만들고,
정직은 큰 빛을 불러와.”

아이의 가슴은 두근두근, 무겁게 뛰었어요.


마침내 개구리를 향해 울먹이며 고백했지요.

“미안해… 나는 숲의 왕자가 아니야.
엄마 말을 안 듣고,
거짓말하다 혼나서 숲으로 도망친 아이야.
그래서 집에 가고 싶지 않았어.

너를 속여서
위험하게 만든 것도 다 내 잘못이야.
정말 미안해 잘 못 했어”


개구리는 처음엔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지만,

곧 작은 미소를 지었어요.

“이제야 네가 누구인지 알겠어.
스스로 고백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너의 용기를 응원해.
정직하게 고백하니 마음이 가벼워졌겠구나.”

그 순간, 늪을 덮던 어둠이 걷히기 시작했어요.

빗방울 사이에서 수련꽃이 활짝 피어나더니,
마치 하얀 별처럼 호수 위를 환하게 비추었지요.

“내 잎으로 너를 붙잡아 줄게.
조금만 더 용기를 내!”
“나는 약하지만,
진실은 더 큰 힘이 있단다.”

침묵하던 수련도 아이의 용기에 힘이 났어요.


아이의 눈에는 다시 용기가 피어났습니다.

“엄마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갈래.”

마렌은 아이의 손을 꼭 잡아주며 미소 지었어요.

“잘했어.
이제 숲이 보이고,
네 발걸음은 빛으로 향할 거야.”

리아는 반짝이는 날갯짓으로 길을 밝혀주었고,
개구리와 수련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응원해 주었답니다.



에필로그

숲 속의 비가 그치고, 달빛이 호수 위를 은은히 비췄습니다.
철이의 발걸음은 더 이상 무겁지 않았어요.
옆에는 개구리와 수련, 그리고 반짝이는 리아가 함께했고,
앞에서는 마렌이 따뜻한 미소로 길을 안내해 주었지요.


마침내 아이는 숲길 끝에서 자그마한 집 불빛을 보았어요.
문 앞에는 엄마가 서 있었지요.

“철아…”

엄마의 목소리를 듣자 아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달려가 안겼습니다.

“엄마, 나 다시는 거짓말하지 않을게.
정직하게 말할게요. 정말 잘 못했어요.”

엄마는 아이를 꼭 안아 주며 속삭였어요.

“그래, 착한 우리 철이."

호수 위에서 함께했던 수련과 개구리,

마렌과 리아를 돌아보며 철이는 알게 되었어요.

거짓말은 어둠을 만들고, 정직은 빛을 불러온다는 것을요.

그날 이후 철이는

거짓말이 가져온 두려움을 잊지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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