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등은 루이 차~♡
아버지와 이안은 오래된 작은 차를 타고 시골 할머니 집으로 가고 있었어요.
차는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산길을 올랐지요.
그런데 갑자기 “부르릉— 푹!” 소리와 함께 차가 멈춰 버렸어요.
차는 웅덩이에 빠져 바퀴만 허공을 헛돌고 있었지요.
이안은 내려서 아빠를 도우려다 풀밭의 엉겅퀴 가시에 발을 찔렸어요.
“아얏!”
발에서 빨간 피가 배어 나왔습니다.
아버지는 황급히 와이셔츠를 찢어 이안의 발을 감싸 주었어요.
그리고 아들을 등에 업으며 말했지요.
“괜찮아, 우리 아들.
아빠가 업어 줄게.”
숲길은 깊고 멀었어요.
이안은 아버지의 목을 꼭 끌어안으며 물었어요.
“아빠,
아빠는 부자야?”
“아니.”
“왜?
내 친구 아빠는 백화점 사장님이래.”
“그렇구나.
그래도 아빠는 부자야.”
“왜?”
“아빠에겐 이안이가 있으니까.”
이안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갸웃했어요.
“그런데,
그 아저씨도 아들이 있잖아.”
아버지는 웃으며 대답했지요.
“그래.
그래도 아빠는 제일 부자야.”
그 대답을 들었지만,
이안의 마음 한쪽은 여전히 복잡했어요.
“아빠는 왜 부자가 아니지?
우리 차는 낡았는데….”
아이는 속으로 혼잣말하며 아빠의 등을 꼭 붙잡았습니다.
잠시 후 이안은 다시 물었어요.
“아빠,
아빠 차는 뭐야?”
“아빠 차는… 루이지.”
“내 친구 아빠 차는 외제 차래.”
“외제차가 뭐야?”
“응, 다른 나라에서 만든 차야.”
“그럼 아빠는 돈이 없어서 못 사?”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어요.
“그래, 못 사지.
하지만 아빠한텐 넓은 등이 있잖아.”
그 말을 들은 순간, 이안의 가슴속에 따뜻함이 번졌습니다.
“아빠 차는 루이지!
그래. 루이가 제일 좋아!”
이번엔 진심을 담아 그렇게 말했어요.
그런데 숲 속에 금세 어둠이 내려앉았어요.
풀숲에서는 알 수 없는 짐승 소리가 들려왔지요.
이안은 두려움에 떨며 속삭였어요.
“아빠… 무서워.”
아버지는 등을 토닥이며 말했어요.
“괜찮아. 아빠 등이 우리 차야.
어디든 데려다줄 수 있지.”
하지만 밤은 더 어두워졌고, 별도 보이지 않았죠.
아버지의 발걸음도 점점 느려졌어요.
그때 이안은 눈을 꼭 감고 속으로 빌었어요.
“숲의 요정 마렌, 리아 님…
제발 우리를 도와주세요.”
바로 그 순간, 숲 속 어딘가에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바람 속에 은빛 가루가 흩날리며, 이안 앞에 마렌과 요정 리아가 모습을 드러냈어요.
마렌은 속삭였지요.
“착한 아이야,
네가 아빠의 사랑을 믿으니
우리가 도울 수 있구나.”
리아는 손을 흔들어 수많은 반딧불이를 불러냈습니다.
반딧불이들은 줄지어 길을 밝히며 춤추듯 날아갔습니다.
아버지는 그저 신기한 불빛이라 여겼지만,
이안은 요정들이 미소 짓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았어요.
“아빠, 반딧불이들이
우리 길을 알려주고 있어요!”
이안은 작게 속삭였어요.
'리아, 마렌 고마워요.'
얼마쯤 걷자 멀리서 할머니 집의 따뜻한 불빛이 보였어요.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기대며 환한 미소를 지었답니다.
할머니 집은 작은 기와지붕이 얹힌 아담한 집이었어요.
앞마당에는 붉은 봉숭아꽃이 피어 있었고,
돌담 너머에는 옥수수와 호박이 주렁주렁 자라고 있었지요.
집 뒤로는 푸른 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고,
앞에는 맑은 시냇물이 졸졸 흐르며 반짝였어요.
정말 아름다운 산골 마을이었답니다.
할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두 사람을 반겨 주었습니다.
이안은 아빠 품에 안겨 속삭였어요.
“아빠, 이제 알 것 같아요.
아빠랑, 할머니랑,
이렇게 멋진 숲이 있으니까…
이안이는 정말,
세상에서 제일 부자인 것 같아.”
아버지는 미소 지으며 이안을 꼭 안아 주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