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아이들의 숲"
정원에는 수많은 꽃과 풀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도깨비풀은 조금 특별했죠.
누구보다 키가 크고, 넓게 퍼진 잎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때문에 늘 친구들에게 외면당했어요.
“도깨비풀은 지저분해.”
“옷에 붙으면 잘 떨어지지도 않잖아.”
도깨비풀꽃은 속상했어요.
사실 그 잎사귀는 비바람이 올 때 작은 곤충들을 감싸주는 따뜻한 우산이었는데, 아무도 그걸 몰라줬거든요.
어느 가을날,
학교 운동장에서 놀다가 심심해진 준호, 민우, 태섭, 마을의 개구쟁이 셋이 숲으로 놀러 갔어요.
“얘들아, 낙엽 태워보자!
불꽃이 반짝일 거야!”
태섭이 심심하다며 일어섰어요.
"재밌겠다."
준호가 나뭇가지에 불을 붙였어요.
민우가 말렸지만, 이미 늦었죠.
바람 한 줄기에 불씨가 튀어 숲 바닥으로 옮겨 붙었어요.
“어? 불이… 번진다!”
“빨리 꺼야 해!”
세 아이는 발로 흙을 뿌리며 허둥지둥했지만, 불길은 순식간에 커졌어요.
바람이 거칠게 불고, 작은 불씨가 낙엽에 옮겨 붙자, 장미도, 국화도, 나팔꽃도 모두 허둥지둥 달아났어요.
“도망쳐! 불이 번지고 있어!”
하지만 도깨비풀은 움직이지 않았어요.
바람결에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 때문이었죠.
“살려줘...
꿀벌들이 꽃잎 안에 갇혔어...”
불길은 점점 번지고, 뜨거운 열기가 도깨비풀의 잎을 스쳤어요.
그때 도깨비풀은 결심했어요.
“내 잎이 넓은 건,
바로 지금을 위해서야.”
도깨비풀은 몸을 활짝 펼쳤어요.
거센 바람이 불꽃을 몰아쳤지만, 그 잎사귀는 방패처럼 불길을 막았어요.
“조금만 더 버티자…
꿀벌들이 도망칠 수 있게.”
잎 끝이 타들어가고, 줄기가 뜨거운 공기에 흔들렸지만, 도깨비풀은 물러서지 않았어요.
불길은 도깨비풀 근처까지 번졌어요.
작은 풀들은 모두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어요.
“이대로면…
숲이 다 타버릴 거야.
마을까지 번지면?
아, 안돼.”
도깨비풀은 바람의 방향을 느꼈어요.
“내가… 막아야 해.”
그는 넓은 잎을 활짝 펼쳤어요.
잎 끝이 타들어가며 검게 변했지만, 도깨비풀은 포기하지 않았어요.
“불이 내게 오더라도,
나머지 숲은 지켜야 해.”
숲은 금세 붉게 물들었고, 새들이 울며 날아올랐습니다.
“우리가…
우리가 불을 냈어…”
태섭의 목소리가 떨렸어요.
세 아이는 어쩔 줄 모르고 울음을 터뜨렸죠.
"살려주세요. 제발요.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아이들은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굴렀어요.
그때, 눈부신 은빛이 숲에 스며들었어요.
아직 완전한 요정이 되지 못한, 인간과 요정의 경계에 선 소녀. 바람결을 따라 마렌이 나타난 거예요.
“이건… 인간 아이들이 낸 불씨야.
하지만 그들의 울음이 내게 닿았어.”
마렌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속삭였어요.
“리아, 제발 도와줘요.”
순간, 숲 위로 파란빛의 문이 열리고,
정원 요정 리아가 내려왔어요.
“마렌, 인간 세상의 일은
쉽게 개입하면 안 돼요.”
“하지만 리아.
이 불은 모두를 앗아갈 거예요.
저 아이들도, 이 숲도, 이 도깨비풀꽃도…”
리아는 잠시 눈을 감았어요.
그리고 작은 구슬을 꺼내어 속삭였죠.
“달빛 구슬이여,
숲의 숨결을 되돌려라.”
은빛 물결이 퍼지며 불길은 점점 사그라들었어요.
그러나 불씨가 완전히 꺼질 때까지, 도깨비풀은 잎으로 악착같이 바람을 막으며 불의 길을 끊었어요.
다음 날 아침, 숲은 고요했어요.
타버린 자국 사이로 새싹 하나가 고개를 내밀었죠.
그건 바로 도깨비풀의 씨앗이었어요.
마렌은 그 앞에 무릎을 꿇었어요.
“너는 네 몸을 태워 숲을 지켰구나.”
그녀는 조용히 속삭였죠.
“네 희생은 결코 사라지지 않아.”
그때, 숲 입구에서 세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우리가 잘못했어요…
미안해요…”
리아는 바람 속에 말했어요.
“그 눈물이 진심이라면,
숲은 다시 살아날 거야.”
그리고 정말로, 이슬처럼 맑은 빗방울이 내렸어요.
숲은 천천히 푸른 숨을 되찾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흘러 봄이 찾아왔어요.
불이 번졌던 그 자리에 도깨비풀들이 가득 피어 있었죠.
아이들은 매일 그 숲에 찾아와 재미있게 놀았어요.
“이제 함부로 불을 피우지 않을게.
도깨비 풀아, 정말 고마워.”
바람이 지나가며 살짝 웃었어요.
“진짜 용기는 눈에 띄지 않아도,
누군가를 지키는 마음이란다.”